[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영화가 웹툰을 ‘리메이크’만 하는 것은 철 지난 유행이다. ‘웹툰테이너’(웹툰+엔터테이너)라는 말이 생겨나고, 웹툰이 주 소재가 되는 드라마(MBC ‘W’)도 이질감 없이 탁월한 시도로 받아들여지는 세상이다. 한국 영화계에는 시대를 너무 앞서나가 관객들의 통큰 선택을 받지 못한 비운의 작품도, 최근 절정에 오른 ‘웹툰X영화’ 홍보 컬래버레이션 프로젝트들도 있다. 더 나아가 원작의 방대함을 2시간 안에 담지 못해 1, 2편으로 나눠 개봉하는 웹툰 영화도 내년 개봉을 앞두고 있다.

▶너무 앞서갔나…‘더 웹툰:예고살인’= 2013년 6월 개봉한 공포영화 ‘더 웹툰:예고살인’(감독 김용균)은 시대를 ‘두 발’이나 앞서간 작품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때는 2000년대 초반 인터넷과 발맞춰 성장한 웹툰의 나이도 열 살이 훌쩍 넘은 시기. 웹툰을 소재로 한 영화의 등장이 그리 이른 것도 아니었다. 영화는 인기 웹툰 작가인 강지윤(이시영)이 뜻대로 풀리지 않는 공포웹툰으로 골머리를 앓던 중, 그가 연재하는 포털 사이트 편집장이 그가 보낸 웹툰 내용과 똑같은 방식으로 사무실에서 사망한 채 발견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어 계속해서 강지윤이 웹툰을 그리는 대로 사망자가 발생하고,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 이기철(엄기준)이 개입하면서 공포로 치닫는다는 내용이다.

여러모로 현재 방송중인 드라마 ‘W’와 닮았다. 웹툰 속 이야기가 현실에서 그대로 벌어진다는 설정이나, 웹툰 작가가 한 사람의 목숨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 등이다. ‘더 웹툰:예고살인’이 언론에 공개된 뒤 “웹툰이라는 소재를 영상과 이야기에 효과적으로 끌어들였다”라는 평가는 현재 ‘W’에 쏟아지는 호평들과 데칼코마니처럼 닮았다.

하지만 ‘더 웹툰:예고살인’의 참신함은 미풍에 그쳤다. 전국 120만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여름 특수가 사라져버린 공포영화의 한계에 부딪혔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W’는 웹툰을 소재로 멜로 드라마를 만들어냈다면, ‘더 웹툰:예고살인’은 공포영화였기 때문에 폭발력이 약했던 것”이라며 “웹툰 소재를 대중의 걸음보다 너무 빨리 캐치해 서로 발이 맞지 않았던 측면도 있을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웹툰X영화 ‘홍보 콜라보’가 대세= 2016년 영화계에는 개봉작과 웹툰을 연결지어 홍보 효과를 노리는 컬래버레이션(콜라보) 열풍이 불고 있다. 영화 개봉 전 유명 작가의 웹툰을 예고편처럼 선공개하고, 유머러스한 웹툰 내용으로 영화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을 높인다는 취지다.

최근 개봉한 ‘터널’(감독 김성훈)은 인기 웹툰 ‘생활의 참견’의 작가 김양수와 콜라보 웹툰을 선보였다. 김 작가는 일상 속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상황들을 유쾌하게 풀어내 ‘생활툰’이라는 신조어를 만들기도 했다. 공개된 웹툰에서는 ‘터널’에서 갑자기 무너진 터널에 갇히게 된 주인공의 상황에 맞추어,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위기 상황을 대비해 미리 알고 있으면 유용한 생존 매뉴얼을 담았다. ‘나만의 생존 도구가 있는가’, ‘안전한 장소를 찾아 대피한다’, ‘휴대폰은 생명줄! 필요 없는 연락은 자제한다’, ‘물은 정말 중요하다’ 등 영화 내용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9개의 단편으로 구성됐다.

외화 애니메이션도 국내 작가의 웹툰과 콜라보에 나섰다. 3일 개봉한 ‘마이펫의 이중생활’(감독 크리스 리노드)은 서나래 작가의 웹툰 ‘낢이 사는 이야기’의 그림을 빌렸다. 2007년부터 연재돼 총 500회가 넘는 에피소드로 팬층이 두터운 ‘낢이 사는 이야기’에, 주인이 있을 때와 없을 때 반려동물들의 행동이 변한다는 발칙한 소재의 영화 ‘마이펫의 이중생활’이 만나 시너지 효과를 냈다.

한 영화 관계자는 “관행적으로 영화의 티저, 예고편 등을 공개하는 데서 한발 나아가 웹툰 작가와의 콜라보를 통해 새로운 관객층을 끌어들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신과함께’, 개봉 방식도 바꾼다?= 내년 한국 영화 최고 기대작인 ‘신과함께’(감독 김용화)는 주호민 작가가 2012년 연재한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다. 주 작가는 최근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릴레이툰’에도 출연하며 ‘웹툰테이너’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원작 ‘신과함께’는 인간의 죽음 이후 저승 세계에서 49일 동안 펼쳐지는 7번의 재판 과정과, 인간사에 개입하면 안 되는 저승사자들이 어쩔 수 없이 인간의 일에 동참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렸다. 영화화가 확정된 이후 하정우, 차태현, 주지훈, 이정재, 마동석, 김하늘, 오달수 등 ‘초호화 캐스팅’ 소식까지 이어져 엄청난 관심을 모았다.

영화가 독특한 것은 원작 웹툰을 영화로 옮기면서 한꺼번에 촬영을 진행한 뒤 1, 2편을 나눠 개봉할 예정이라는 점이다. ‘저승편’, ‘이승편’으로 나뉜 원작 웹툰을 인물 중심으로 각색하면서 두 편의 시나리오가 나왔다. 시리즈를 한번에 찍어놓고 편을 나누어 개봉하는 것은 한국 영화 최초 시도다.

일각에서는 웹툰 리메이크가 영화 개봉 방식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화 배급사 롯데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웹툰의 내용이 방대한만큼 2시간 안의 한 편으로 바꾸기 어려워, 기획 단계부터 1, 2편으로 나눠 개봉할 것으로 계획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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