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러시아행 대장정’의 첫 출발을 승리로 장식하긴 했지만 깔끔한 기분은 아니다. 한 수 아래로 봤던 상대에게 2골이나 허용하며 가까스로 거둔 승리이기 때문이다. 이겨도 이긴 것같지 않은 경기였다. 승리의 축배는 들어야 하지만 분명 ‘오답노트’에 기록해야 할 것들이 많아졌다.

한국 축구 대표팀이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1차전서 승리를 거두며 1년간의 대장정의 첫 걸음을 가볍게 내디뎠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월드컵 축구대표팀은 대표팀은 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중국과의 최종예선 1차전에서 3-2로 승리했다. 한국은 내년 9월까지 최종예선 10경기를 치러 조 2위 내에 들어야 러시아행 티켓을 획득할 수 있다.

한국은 두텁게 쌓은 중국 수비벽에 답답한 흐름을 이어가다 전반 21분 프리킥서 자책골을 유도하며 선제골을 뽑아냈다. 손흥민의 프리킥이 지동원의 머리와 정쯔의 발에 차례로 맞고 중국의 골대로 빨려 들어갔다. 1-0으로 전반을 마친 한국은 후반에 이청용과 구자철의 연속골로 3-0으로 달아났다. 지동원이 2도움으로 맹활약했다. 하지만 큰 리드에 방심한 탓인지 후반 29분 위하이와 후반 31분 하오쥔민의 프리킥이그대로 골로 연결되며 한 골차로 쫓겼다. 막판 중국의 공세가 거셌지만 간신히 막아내 1골 차 승리를 지켰다.

큰 점수차 리드를 끝까지 지켜내지 못한 건 강팀의 모습이 아니다. 중국은 ‘공한증’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역대 전적에서 한국에 절대 열세(1승12무18패)다. 하지만 한국은 이번 경기를 통해 ‘공한증 치료제’를 스스로 헌납한 꼴이 됐다. 후반들어 급격히 흔들리는 모습을 노출, 중국에 ‘이제 한국도 해 볼 만 하다’는 자신감을 심어줬다. 슈틸리케 감독도 “3-0으로 앞선 뒤 너무 느슨해졌다. 정신력이 흐트러졌다”며 선수들의 방심과 집중력 저하를 질타했다.

우선 상대의 극단적인 수비전술을 시원하게 뚫어줄 원톱 부재가 답답했다. 중국은 이날 예상대로 두터운 수비벽을 세웠다. 스리백에 2명의 측면 미드필더까지 합세한 파이브백(5-back) 전략을 폈다. 이날 석현준의 부재로 지동원이 임시 원톱에 나섰지만 사실상 제로톱에 가까웠던 한국은 조직적인 중국의 수비에 당황한 모습이었다. 촘촘한 수비진에 막혀 제대로 된 슈팅조차 시도하지 못했다. 다행히 세트피스 상황서 중국의 자책골을 유도하며 수월하게 경기가 풀렸지만, 이 골이 없었다면 전세가 어떻게 뒤바뀔지 모르는 일이었다. 중국이 실점 후 라인을 끌어 올리자 그제서야 한국 공격수들이 침투할 공간이 생기며 공격의 숨통이 트였다.

확실한 믿음을 주지 못한 포백수비도 재정비가 필요해 보인다. 이날 왼쪽부터 오재석, 홍정호, 김기희, 장현수가 늘어섰는데, 안정감을 주기엔 부족했다. 특히 왼쪽 풀백으로 자리를 옮긴 오재석은 오버래핑에서도 합격점을 받지 못했고 후반 29분 중국의 크로스 상황에서 헤딩으로 볼을 거둬내다 위하이 발끝에 떨어지며 첫 골을 내주는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다만 정확한 태클로 위기를 잘 넘긴 홍정호와 골키퍼 정성룡의 선방은 박수를 받을 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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