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공기업처럼 ‘이사회 의결’ 방식 택할 듯

일방 강행땐 노조 반발 불보듯

금융노조 23일 총파업 강행…2년만에 처음

시중은행…금융노조 강대강 충돌 우려

[헤럴드경제=황혜진 기자]시중은행들이 성과연봉제 도입을 산별노조가 아닌 개별노조와 직접 논의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면서 이사회 의결을 통한 성과연봉제 도입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각 시중은행들은 전국은행연합회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성과연봉제 안을 거의 완성한 상태다.

내부적으로 최종 조율만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노조의 반대가 워낙 극심하다 보니 “누가 먼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지”에 대해선 서로 눈치를 보는 상태다.

워낙 노조의 반발이 심해 시중은행들도 결국 노사 합의 없이 사측이 성과연봉제 도입을 일방적으로 추진한 금융공기업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금노 소속 7개 금융공기업 중 6곳은 지난 5월 초 자산관리공사를 시작으로 이사회를 열어 노조 합의 없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 주택금융공사의 경우 노사합의로 도입해 주금공 노조가 금노에서 탈퇴했다.

정부가 성과연봉제 확산의 최대 걸림돌인 노조 동의 없이도 ‘사회 통념상 합리성’만 있으면 임금체계 개편이 가능하다는 해석까지 내놓으면서 성과연봉제 도입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부는 지난달 17일 발간한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가이드북’에서 “임금체계 개편이 불이익변경일 경우 근로자 과반수나 과반수 노조의 동의가 없더라도 법률과 판례에 따라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으면 그 효력이 인정된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공기업의 경우처럼 각 은행들이 노조 동의 없이 이사회 의결만으로도 성과연봉제를 도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앞서 7월 26일에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이 법 제22조(보수위원회 및 보수체계)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임직원에 대한 보수의 일정비율 이상을 성과에 연동해 미리 정해진 산정방식에 따른 보수(성과보수)로 일정 기간 이상 미뤄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은행이 모든 정규직 임직원이 대상이라는 해석을 통해 노사합의 없이 전 은행 직원에 성과연봉제를 시행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시행령에서 사실상 성과연봉제 도입을 의무화했다”며 “노동부가 노조 동의 없는 추진까지 인정한 것도 같은 의미”라고 강조했다.

금융노조 측은 “노동부의 가이드북은 명백한 근로기준법 위반”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문호 금융노조위원장은 “정부가 나서서 법법행위를 장려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사회 의결 방식으로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행할 경우 법적 대응 의사도 밝혔다.

금융노조는 내부결속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총파업투쟁위원회 첫 회의를 열고 34개 금융노조 전체 지부로부터 ‘개별교섭과 합의를 절대 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받았다. 오는 23일에는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총파업도 열 예정이다. 금융노조의 대규모 총파업은 2014년 9월 3일 이후 2년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