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중인 미국와 이란 정부에서 동시에 종전 언급이 나왔다. 글로벌 시장에선 기대감이 일부 반영됐지만 협상이나 압박용 심리전인지, 공격 확대를 위한 위장 전술인지 여전히 불투명하다. 우리로선 전쟁 확대와 장기화가 최악이지만 설령 조기 종전이 이뤄진다해도 향후 경제와 안보에 끼칠 여파는 전례없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승전을 선언하고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통제를 계속해 통행료를 부과할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에 이어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도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탈퇴 가능성을 시사했다. 우리로선 종전 후에도 전쟁 전과 근본적으로 달라진 경제여건과 통상환경, 동맹질서 및 안보지형을 마주할 수 있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3월 3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은 이란을 떠나는 것”이라며 “우리는 아주 곧 떠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 철수 시점에도 “아마도 2주에서 3주 이내”, “2주 이내, 아마도 며칠 더” 등으로 언급했다. 외신에 따르면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이날 안토니우 코스타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통화에서 “우리는 필수 조건이 충족된다면, 특히 침략 재발 방지가 보장된다면, 이번 분쟁을 끝내는 데 필요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합의나 호르무즈 개방 여부에 관계없이 승전과 미군 철수를 선언할 수 있다는 뜻을 피력했다. 특히 호르무즈와 관련 “우리는 그 일과 아무 상관이 없다”며 “프랑스나 다른 나라가 석유나 가스를 원한다면 호르무즈를 통해 직접 그곳에 가면 된다. 그들은 스스로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호르무즈를 이용하는 동맹 각국이 알아서 해결하라는 것이다. 루비오 장관은 전날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나토 문제에 대해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같은날 이란 의회 국가안보위원회는 호르무즈를 통과하는 선박에 대해 통행료 규정을 적용하는 방안을 승인했다.
호르무즈 통행료는 국제법 위반이다. 그럼에도 미국이 동맹과 협력하지 않고 이란의 통행료 징수 방침을 방치하거나 이를 미끼로 거래를 한다면 우리는 유가와 원유 수급, 중동 및 유럽 교역에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된다. 이와 함께 미-나토 관계 변화는 동맹 중심 안보질서의 심각한 위기가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2일 이란 관련 대국민 연설을 할 계획이라고 백악관이 밝혔는데, 일방적 종전 선언까지 배제할 수 없다. 당분간 비상경제체제를 유지하고, 근본적으로는 에너지 수급 전략 전환과 동맹·우방국과의 다면적 협력, 안보 외교 및 방위력 강화 등으로 대응해야 한다.
suk@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