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전년보다 0.3% 늘어난 3만6855달러로 집계됐다. 2023년, 2024년 2년 연속 앞섰던 일본(3만8100달러)에 재역전 당했고, 반도체 호황을 타고 4만달러 시대에 진입한 대만(4만585달러)과의 격차는 벌어지는 모습이다. 작년 연평균 원·달러 환율이 사상 처음으로 1400원대를 돌파한 탓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잠재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만큼 심각한 구조적 저성장 영향이 크다.
한국은 1994년 1만달러 벽을 돌파한 뒤 11년 만인 2005년 2만달러, 그 9년 뒤인 2014년(박근혜 정부) 3만달러를 넘었다. 하지만 이후 12년간 3만달러대의 늪에 갇혀 있다. 반면 우리처럼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고 인구 5000만명 이상인 ‘3050클럽’의 선진국 6곳은 4만달러로 올라서는 데 평균 4년도 걸리지 않았다. 영국이 2년, 일본·프랑스·이탈리아가 3년, 독일이 4년 걸렸다.
고속 성장 시대인 그 때와 지금은 다르다고 항변할 수 있다. 그러나 대만이 2021년 3만달러를 돌파한 지 4년 만에 4만달러를 넘어선 것을 보면 변명에 불과하다. 대만의 지난해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8.7%로 한국을 압도했다. 일본 역시 1.2%로 1.0%에 머무른 한국을 앞섰다. 일본이 한국을 추월한 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대만 경제의 중심에는 세계 1위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인 TSMC가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대만 정부의 친기업정책이 없었다면 TSMC의 퀀텀점프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대만은 작년 7월 2040년까지 15조대만달러(약 692조원) 이상의 경제 가치 창출을 위한 ‘10대 AI 인프라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대만을 반도체 제조기지를 넘어 세계적인 ‘AI 아일랜드’로 만들겠다는 포부다. AI 선제적 투자로 대만은 올해에도 7%대 고성장을 기록할 전망이다. 일본 다카이치 정부도 반도체와 AI, 양자 기술, 조선 등 17개 분야에 정부 보조금 지원을 넘어 규제개혁을 담은 성장전략을 마련했다.
이재명 정부는 3·3·5비전(인공지능 3대 강국, 잠재성장률 3% 달성, G5 진입)을 국정과제로 내걸었다. 잠재성장률 3%는 한국이 소득 3만달러 늪에 계속 갇힐지 탈출할 지를 가르는 기준선이다.
약속했던 코스피 5000시대를 열었지만 난이도로 보나 국가경제와 민생에 미치는 파급효과로 보나 잠재성장률 쪽이 훨씬 더 영예로운 훈장이다. 그러나 노란봉투법 시행, 오일 쇼크 등 녹록지 않은 환경에 맞닥뜨렸다. 과감한 구조개혁으로 경제 체질을 바꿀 수 있어야 위기를 기회로 삼는 유능한 정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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