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 기업가치, IP 귀속 구조 싸움
ETF투자시 편입종목 꼼꼼히 따져야
방탄소년단(BTS)의 월드투어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관객 수·매출 규모가 화제가 된다. 넷플릭스는 분기마다 가입자 증감에 따라 주가가 크게 움직인다.
그러나 이 같은 흥행 뉴스가 곧바로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공연·음반·MD 매출은 실적에 반영되는 시점이 서로 다르고,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의 가입자 증가는 단기 실적보다 기업 가치에 대한 기대치에 먼저 반영되는 경우가 많다. 이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흥행은 성공했는데 주가는 왜 조용할까”라는 질문에 답하기 어렵다.
OTT 산업에서는 제작사보다 플랫폼의 영향력이 크다. 제작사는 작품을 만들지만, 플랫폼은 가입자를 보유한다. 가입자는 월 구독료라는 반복 수익으로 전환되고, 이는 기업 가치를 판단하는 핵심 지표로 작용한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넷플릭스의 글로벌 흥행작이지만, 이 작품 한 편이 넷플릭스의 가치를 결정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투자자들이 보는 것은 흥행 자체가 아니라 가입자가 얼마나 늘었는지, 그리고 이탈률이 어떻게 변했는지다. 즉, OTT에서 중요한 질문은 ‘이 콘텐츠가 가입자를 붙잡았나, 그리고 얼마나 오래 머물게 했나’다.
스크린 산업도 크게 다르지 않다. 천만 관객 영화가 등장해도 주가에 반영되는 시점, 강도가 달라진다.
엔터 산업은 상대적으로 더 직접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 특정 아티스트의 활동 여부, 투어 일정, 계약 이슈는 곧바로 실적 추정치와 주가 기대에 반영된다. 반대로 공백이나 변수 발생 시에는 실적 불확실성도 함께 커진다.
여기서 핵심은 지식재산권(IP)이다. IP는 음원, 그룹명, 캐릭터, 세계관처럼 반복적으로 수익을 만들어낼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기업 가치는 이 IP가 회사에 얼마나 안정적으로 귀속돼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오래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국내 엔터 산업은 이 IP 수익이 특정 아티스트·팀에 집중된 구조가 많은 편이다. 즉, 이른바 ‘사람 리스크’가 크다. 간판 아티스트의 구설수나 열애설, 경영진의 사법 리스크 한 방에 주가가 흔들릴 수 있다.
OTT·스크린·엔터 업종 투자가 쉽지 않다면 당장 떠오르는 건 상장지수펀드(ETF)다. 다만, 국내 엔터·미디어 ETF를 실제로 들여다보면 ‘엔터주 투자’라는 기대와는 다른 그림이 펼쳐져 있다. 엔터·미디어 섹터는 상품 수가 많지 않고 상장 기업 풀이 좁다 보니 구조적 제약이 존재한다.
KODEX 미디어&엔터테인먼트(2017년 상장)와 TIGER 미디어컨텐츠(2015년 상장)를 보자. KODEX 미디어&엔터테인먼트는 엔터 기획사뿐 아니라 인터넷 플랫폼, 게임 기업 비중이 높다. ‘엔터 ETF’를 샀지만, 실제로는 플랫폼·게임 업황에 투자하는 셈이다.
TIGER 미디어컨텐츠는 방송·드라마 제작사와 종합 콘텐츠 기업이 중심이다. 그러나 국내 상장 미디어 기업 풀이 크지 않아 상위 종목 집중도가 높은 편이다.
2024년 상장한 ACE KPOP포커스는 하이브·SM·JYP·와이지 등 주요 기획사에 집중 투자한다. K-팝 업황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선택지일 수 있지만, 분산 투자라기보다 ‘업황 베팅’에 가깝다.
글로벌 자본이 바라보는 엔터 산업의 핵심은 ‘히트작’이 아니라 ‘통제권’이다. 자본은 화제성보다 반복 가능성을, 단기 매출보다 구조를 평가한다.
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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