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AI(인공지능) 역량을 총동원해 국가 난제를 해결하겠다는 ‘K-문샷’ 프로젝트의 닻을 올렸다. 2035년까지 8대 분야 12대 미션을 설정하고, 연구 전용 그래픽처리장치(GPU) 8000장 확보와 PD(Program Director) 중심의 책임운영체계를 도입한다는 것이 골자다. 글로벌 AI 패권 경쟁이 국가 생존을 건 전면전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국가 차원의 총력 대응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국가AI전략위원회가 제시한 12개 국가 과학난제는 실로 야심차다. 신약 개발 전 과정을 자동화해 연구 속도를 10배 이상 높이고, 뇌-기계 인터페이스 상용화로 인간의 신체·인지 능력 확장에 도전한다. 원자력 분야에선 AI 기반 소형모듈원전(SMR) 선박으로 해양 탈탄소를 앞당기고, 핵융합 실증을 통해 차세대 에너지 주도권 확보를 겨냥한다. 초고효율 태양전지 개발과 휴머노이드 로봇, 물리 기반 범용 AI 모델 구축도 포함됐다. 희토류를 대체할 첨단 소재 개발, 초고성능·저전력 AI 반도체와 오류정정 양자컴퓨터 구현도 추진 과제다. 스스로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설계하는 ‘AI 과학자’ 개발까지, 과학기술 전 영역을 AI로 재편하는 대형 청사진이다.

문제는 이 거대한 구상이 장밋빛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다. 아무리 GPU 8000장을 깔아준들, 이를 운용할 핵심 인재가 없으면 소용이 없다. 상위권 이공계 인재들이 의대로 쏠리고, 어렵게 키운 박사급 연구자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인재 공동화 현상을 해결하는 게 우선이다.

정부가 판을 기획해도 결국 이를 끌고 가는 동력은 민간 혁신 생태계에서 나와야 한다. 연구 성과를 시장의 비즈니스로 연결하고 실패를 무릅쓰며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힘은 민간의 활력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민간 생태계의 체력은 아직 충분치 않다. 대기업과 일부 플랫폼 기업을 제외하면 대규모 연산 자원과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 스타트업은 극히 제한적이다. GPU와 자율실험실 같은 핵심 자원이 일부 기관에 머물지 않고 스타트업과 중견기업까지 막힘없이 흘러가야 하는 이유다.위험을 감수하는 벤처 자본과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 빠른 실증과 상용화로 이어지는 개방적 구조가 맞물려야 비로소 판이 커지고 혁신의 속도도 가팔라질 수 있다.

한정된 자원을 고려하면 유연한 전략 수정도 필수적이다. 12개 미션 중 중요하지 않은 게 없지만, 단계별 성과를 냉정하게 평가해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게 필요하다. 아울러 바이오, 원전, 우주 등 전략 분야에서 낡은 규제가 혁신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제도적 정비도 병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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