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에 보여주고 검사를 맞는 건 뭔가”

-구봉서가 남긴 말.말.말

[헤럴드경제] 27일 별세한 코미디언 故 구봉서는 1960~80년대를 풍미하며 국내 코미디사의 큰 획을 그은 인물이다.

그는 평생을 코미디 부흥에 헌신하며 마지막 순간까지 코미디에 대한 깊은 애정을 보였다. 때로는 후배들과 방송계를 향한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으며 1세대 코미디언으로서 남다른 존재감을 남겼다.

시대가 바뀌고 1세대 코미디언들이 점차 무대 뒤로 밀려나면서 그 역시 점차 대중의 기억에서 사라졌지만 과거 척박한 사회 분위기 속 에서 ‘구봉서 표 코미디’는 엄청난 흥행을 몰고 다녔다.

“공연에 사람들이 너무 몰리는 바람에 유리창도 깨지고 한 부인은 (사람들에 치여) 옷에 브로치가 떨어졌다고 물어내라고 하기도 했어요. 전라도 광주로 ‘웃으면 복이 와요’ 공연을 갔는데 선생님이 반 학생들을 인솔해 나온 적도 있어요. 알고 보니 수업 시간 빼먹고 현장실습을 나왔다고 하더라고” (2014년 1월 한경비즈니스 인터뷰)

그가 한때 ‘저질’이라고 손가락질 받던 코미디를 지키기 위해서 군사정권에 맞섰던 일화는 유명하다. 구봉서는 박정희 정권 당시 문화공보부장관의 지시로 MBC TV 코미디 프로그램 ‘웃으면 복이 와요’가 폐지되자 직접 박정희 대통령을 찾아갔다. “박 대통령한테 직접 찾아갔어요. 그런 법이 세상에 어딨냐고. ‘누가 저질스럽게 해서 없앤다는데 택시가 사람 하나 치었다고 택시를 없앱니까?’라고 하니까 박 대통령이 ‘누가 없애라고 했나? 알았다’라고 하더니 곧바로 부활시켰어요”(2011년 11월 국민일보 인터뷰)

구봉서는 작금의 방송 현실을 지켜보며 후배들의 코미디를 향해 따끔한 질책도 주저하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 코미디가 잘 되려면 방송사가 잘 해줘야 해요. 하지만 요즘에 코미디 프로그램은 드라마, 뉴스 다 하고 나서 구색 맞추려고 끼운 것 밖에 안 된다고 봐요. 코미디언은 스스로 대본도 쓰고 연출도 하는 일인데 다 맞춰놓고 PD 앞에서 보여주고 검사를 맞는 일이 다 뭐예요” (2014년 11월 스포츠 경향 인터뷰)

“우리가 죽으면 이제 코미디의 계보는 사라지는 것이 아닐지 몰라. 김학래나 심형래 같은 후배들은 벌써 왕따당해서 사업하고 있잖아. 예전에 코미디는 관객이 남녀노소 가리지 않았는데, 요즘엔 중고생을 대상을 한 개그만 판친다”(2003년 4월 동아일보 인터뷰)

그가 말하는 웃음 뒤에는 코미디언의 애환과 눈물이 배어 있었다.

“웃음을 제끼면 슬픔이 나와야 돼요. 찰리 채플린 있죠, 사생활은 아주 비참한데 바깥에선 웃기잖아요. 코미디는 그런 생활이 있는 사람이 일상생활에선 웃기면서 하는 거, 그런 거 같아요.”(2013년 10월 연합뉴스 TV 인터뷰) 평생의 콤비였던 故 배삼룡이 먼저 세상을 떠났을 때에는 큰 충격을 받은 듯 한동안 슬픔에 잠겼다.

“이젠 내 차례인가 싶고 너무 슬프다. 두 사람 밖에 안 남았는데 한 사람이 갔으니 이젠 내 차례 아닌가”(2010년 2월 연합뉴스 인터뷰) 구봉서의 말대로 배삼룡이 떠나고 6년이 지난 오늘 그 역시 평생지기 배삼룡의 곁으로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