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 인도에 부과했던 상호 관세를 25%에서 18%로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이유로 붙였던 제재성 관세 25%까지 철회한 것이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중단하고 미국산 원유를 대폭 늘리겠다고 약속하자, 트럼프가 즉각 관세 인하로 화답한 셈이다. 불과 며칠 전 한국을 향해 대미투자특별법 처리 지연을 문제 삼아 한국산 자동차 등에 대한 관세를 15%에서 25%로 올리기로 한 것과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인도는 미국의 정식 동맹도 아니고, 포괄적 자유무역협정(FTA)도 맺지 않은 나라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제재성 관세까지 포함해 50%에 달하던 관세를 18%로 뚝 낮췄다. 모디 총리가 러시아산 원유 수입 중단과 미국산 원유 구매 확대라는 즉각적이고 가시적인 행동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인도가 쿼드(QUAD) 회원국으로서 대중 견제 전략에서 차지하는 비중, 우크라이나 전쟁 국면에서 에너지 공급망 재편에 협력할 수 있는 실질적 역할도 트럼프의 계산에 포함됐을 것이다.
하지만 난데없이 관세 인상 방침을 통보받은 우리 정부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JD 밴스 부통령과 만나 ‘핫라인’을 개설하고 팩트시트 이행 의지를 확인한 직후 벌어진 일이라 더 이해가 안간다. 이후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워싱턴을 찾아 미 행정부와 협의를 진행했지만, 결국 빈손으로 돌아와야 했다.
트럼프의 속내는 짐작이 간다. 정치적으로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 눈에 띌 만한 관세 효과를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실제로 그는 지난달 3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기고문을 통해 “관세 정책이 미국의 경제적 기적을 만들어냈다”고 자화자찬했다. 특히 해외 투자 유치 사례로 한국을 가장 먼저 거론하며, 한국 기업들이 미국 조선업 부흥을 위해 1500억달러를 투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트럼프로서는 한국의 가시적 투자를 통해 자신의 성과를 입증받고 싶은 상황이다. 의회 비준이나 한국의 제도적 절차에는 큰 관심이 없을 가능성이 크다. 그의 관세 판단 기준은 당장 미국에 얼마나 투자하고 움직이느냐다. 인도 사례처럼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도입 확대 등 실질적이고 즉시 움직일 수 있는 부분을 우선 실행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트럼프의 즉흥적 관세 압박에 매번 흔들려선 안된다. 투자와 협력의 실질을 차분히 이행하면서 예측 가능성과 규칙에 기반한 통상 관계를 지켜야 한다. 국회도 미국 의회와의 외교적 접점을 넓힐 필요가 있다. 트럼프식 거래를 이해하되, 국익과 장기적 협력의 틀이 흔들리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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