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수민 기자] #폴 칠란드씨는 한 여성의 아파트에 그림을 걸어주는 일을 하고 보수를 받았다. 그러나 특정 기업에 소속돼 있지는 않다. 필요한 일이 있는 사람과 이를 할 수 있는 사람을 연결해 주는 어플리케이션 ‘태스크래빗’을 통해 임시로 일했다. 자유롭게 일할 수 있어 좋기는 하지만 공식적인 고용주가 없어 일을 하다가 다쳤을 때 보험 혜택이나 복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긱 이코노미(Gig economy)가 새로운 경제 형태로 부상하면서 칠란드씨와 같은 인력들의 노동을 보호할 정책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24일 보도했다.
긱 이코노미는 필요할 때마다 임시직을 섭외해 일을 맡기는 경제 형태를 말한다. 미국에서는 약 100만명의 긱 이코노미에 속해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가운데는 경력이 단절된 전문직, 소일거리를 찾는 사람들, 생계형 일거리를 찾는 베이비부머 세대 등 다양한 집단이 포함돼 있다.
칠란드씨와 같은 경우는 태스크래빗과의 독립적 계약자로 분류된다. 고용인과는 개념이 다르다. 그러나 이는 기존의 일반적 고용 형태를 고려한 법적 기준을 그대로 적용한 것으로, 긱 이코노미 노동자가 늘어나고 있는 현실에는 맞지 않는 분류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러한 분류법을 그대로 유지하면 긱 이코노미에 속한 노동자들은 혜택과 보호를 받지 못하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다. 이 때문에 새로운 노동자 분류 체계와 관련 제도 정비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제도가 마련되지 않은 현재는 긱 이코노미 내 노동자에 보호망을 제공하려는 축과 이에 반대하는 세력의 마찰이 이어지고 있다. 운전자들을 근로자로 인정해야 하는가 여부를 두고 소송전을 이어가고 있는 ‘우버’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기업의 입장에서도 이러한 노동 인력에 대한 지위 재분류와 제도 정비에 무조건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졸속으로 정책이 마련되지는 않기를 바란다는 입장이다.
‘핸디’의 브라이언 밀러 정책 부문 대표는 “예전 노동자 분류 기준은 너무 오래돼 지금은 맞지 않는다. 노동 환경의 변화에 따라 근로자들에게 훈련과 혜택 제공이 가능한 지위 분류에 대해 재고할 필요성이 생겼다”면서도 “우리는 제대로 된 정책을 원한다. 성급한 정책은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긱 이코노미 부상에 따른 제도 정비도 차기 대통령의 과제로 남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 모두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공약을 밝히지는 않은 상태다. 다만 힐러리는 당선되면 “노동자들을 계약자로 분류해 근로자들을 착취하는 고용주들을 규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