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각급 법관 대표들로 구성된 전국법관대표회의가 8일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와 법 왜곡죄 신설 법안에 대해 “위헌성 논란과 재판의 독립성을 침해할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지난 5일 전국법원장회의에서 “두 법은 재판의 중립성을 훼손하고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우려를 밝힌 데 이어 일선 판사들까지 가세하고 나온 것이다.

법관들이야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걸려있어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법 왜곡죄 등 사법개혁 법안에 대해 참석 의원 다수가 “위헌 소지가 있는 내용을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이들 의원이 법안에서 가장 문제가 있다고 본 것은 행정부의 법무부 장관이 내란전담재판부에 들어갈 법관 추천위원 9명 중 3명을 추천하게 한 부분이다. 이와 관련해선 앞서 대통령실과 조국혁신당 등 범여권, 그리고 대한변협도 같은 우려를 나타냈다. 변협은 “국회가 특정 시점과 사안에 따라 재판부 구성이나 법관·검사의 직무 수행에 영향을 미치는 입법을 반복한다면, 국민이 입법 취지의 순수성에 공감하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참여연대, 경실련 등 시민단체의 입장도 다르지 않다. 내란에 대한 단호하고도 신속한 심판에 공감하면서도 헌법상 삼권분립과 사법부 독립 원칙이라는 근간이 흔들려서는 안된다는 게 국민 여론이고 상식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여당은 심판의 신속성을 위해 내란재판부, 법 왜곡죄 등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되레 심판이 기약없이 늘어지는 역효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이들 법안에 대해 위헌소송이 제기되면 재판이 중지되고 내란 주범들이 구속기한 만료로 풀려날 수 있다.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내란·외환죄의 경우,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해도 재판이 멈추지 않도록 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냈지만 이는 ‘위헌’을 다시 ‘위헌’으로 막으려한다는 거센 반발을 불러올 것이 자명하다.

사법제도는 민주주의의 근간인 법치를 바로 세우는 일이다. 특정 세력의 필요에 따라 도구로 전락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법원행정처가 9일부터 사흘간 여는 ‘국민을 위한 사법제도 개편 : 방향과 과제’ 공청회는 의미가 크다. 신속한 내란 재판, 대법관 증원 등 최근 여당 주도로 국회에서 논의 중인 사법개혁과 관련해 사회 각계의 의견을 모으는 자리다. 법원 내부뿐만 아니라 보수·진보 등 다양한 성향의 발표자와 토론자들이 대거 참여한다. 국민주권의 헌법적 가치를 살리면서 사법 개혁 주요 현안에 위헌성을 불식시킬 합리적 대안을 도출할 수 있는 기회다. 정부·여당의 사법개혁도 여기서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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