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원승일 기자] “이제는 관료들도 일하는 방식을 180도 바꿔야 한다. 세종시 이전 탓만 할 게 아니라 현장으로 나가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무슨 얘기를 하는지 들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관료들의 무사안일과 복지부동을 지적했다. 폭염에 ‘전기료 폭탄’ 우려가 커지는 와 중에도 누진제 개편은 없다던 정부가 대통령 한 마디에 전기료 인하방안을 내놨다. 최근 미세먼지 논란에도 근본원인을 찾기는커녕 ‘고등어구이’ 타령을 했던 정부다. 기준도 원칙도 없는 정부 정책 탓에 민심은 타들어 가는데도 관료들의 그때만 ‘땜질’하면 된다는 식의 태도는 변함이 없다. 세종청사란 ‘갈라파고스섬’에 갇혀있다는 변명보다 나가서 민생의 목소리를 들으려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세종정부청사 이전 계기로 관료들의 근무 환경에도 획기적 변화가 생겼는데 그 중 하나가 상하 간, 부처 간 커뮤니케이션 단절”이라며 “과거에는 관계기관 회의 때 타 부처 공무원, 전문가, 이해관계 당사자들이 모여 다양한 논의가 가능했지만 지금은 대면접촉, 대화가 줄다보니 왜곡된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제 관료들도 지방으로 내려갔다고 안주할 게 아니라 일하는 방식을 전면적으로 바꿔야 한다”며 “나가서 현장의 얘기를 듣고 국책 연구원 등 다양한 채널을 활용해 보다 폭넓은 의견들을 정책에 반영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직사회의 각성과 개혁을 위해서는 관료들의 인사고과 등 사후적 평가 시스템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강호상 서강대 경영대학 교수는 “예전에 뚝심과 소신을 갖고 정책을 펼쳤던 관료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국회 핑계, 대통령 눈치보기 등 구실찾기에만 급급하다”며 “어느 순간부터 도전과 모험이 가능한 젊은 엘리트들은 공직사회에서 보기 힘들고, 안전을 택하고 현실에 안주하는 나이 많은 관료들만 남게 됐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이어 “책상에 앉아 인력, 예산 부족 탓만 하는 관료들, 현장 의견을 반영해 민생에 도움이 된 정책을 낸 관료들을 구분해 인사고과에 반영하는 등 이들을 움직이게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직사회가 본인의 임무와 역할이 갖는 엄중함을 인식하고, 정책에 책임지는 자세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5년 단임제다보니 정권에 따라 사람도, 정책도 바뀌고 관료들은 그 정권 내 경력, 승진에만 혈안이 돼 눈치만 본다”며 “관료들 모두 국가정책을 처음 만들었던 자리가 사무관 시절이었던만큼 초심을 갖고 본인이 추진하는 정책이 국민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인식하고,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통령 입만 바라보는 분위기로는 소신 있는 정책 제안이 어렵다”며 “제왕적 대통령제 폐단이 큰 만큼 대통령 권력을 분산하는 개헌도 논의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