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글로벌 전기차 기업 테슬라와 165억달러(22조7648억원) 규모의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계약을 맺었다. 이는 지난해 삼성전자 전체 매출(300조8709억원)의 7.6%에 해당하는 규모로,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단일 고객 기준 역대 최대 수주액이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이 수치가 ‘최소한’이라는 점이다.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엑스(X)에 “삼성전자의 텍사스 신공장은 테슬라의 차세대 AI6 칩 생산에 전념하게 될 것”이라며 “(계약 금액) 165억달러는 미니멈 숫자다. 실제는 몇 배 될 것”이라고 했다. 10년간의 사법리스크에서 놓여난 이재용 회장이 ‘뉴삼성’ 기치를 내건 시점에 터진 초대형 수주여서 의미가 남다르다. 삼성전자의 ‘아픈 손가락’인 파운드리 사업의 분위기를 일신할 수 있는 반전의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삼성전자 주가가 28일 11개월 만에 7만원선을 회복한 이유다.

이번 수주는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2나노(1나노는 10억분의 1m) 공정에서 빅테크 고객사를 확보했다는 의미도 크다. 테슬라는 자율 주행용 칩인 AI4 칩을 삼성전자에 맡겼고, AI5는 파운드리 세계 1위기업인 TSMC에 생산을 의뢰했다. AI6의 향방이 주목되던 시점에서 삼성전자를 낙점한 것이다. AI6은 1초에 5000~6000번의 연산이 가능한 초고성능 칩으로, 머스크는 AI6을 현재 개발 중인 휴머노이드 로봇인 옵티머스와 인공지능(AI)용 데이터센터에 사용할 계획이다.

테슬라가 다시 삼성전자를 택한 데는 수율 개선, TSMC에 대한 과도한 쏠림 분산이 작용했다. 현재 삼성전자 2나노 공정 수율은 55~60%까지 올라온 것으로 알려졌다. 연말까지 TSMC와 비슷한 수준인 7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한때 TSMC와 점유율 격차를 30%포인트까지 좁혔지만 지금은 59.9%포인트로 벌어졌고, 중국 SMIC(점유율 6%)와의 간격은 1.7%포인트로 간발의 차다. 테슬라와의 협업이 수율 부진·고객 이탈·점유율 하락이라는 파운드리 사업의 삼중고를 날릴 전환점이 돼야 햔다.

삼성전자가 AI6를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에서 생산하게 된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자동차, 철강에 이어 곧 한국산 반도체에 품목별 관세가 매겨질텐데 테슬라가 미국에서 생산된 부품을 구매하면 칩 관세를 피할 수 있다. 테슬라와 계약에서 충분한 성능과 수율을 입증한다면 애플이나 엔비디아 등 다른 빅테크와 계약을 이어나갈 수 있다. 북미시장 사업 확대의 교두보가 마련되는 것이다. 테슬라와의 상승 효과가 고대역폭 메모리(HBM)의 엔비디아 납품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기대한다.


mhj@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