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양국 정부가 통상·국방비 협상과는 별도로 한국군에 전시작전통제권을 이양하는 문제를 협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의 관세협상에서 우위에 서기 위해 주한미군 주둔 비용으로 1년에 100억달러를 언급하는 등 안보 카드를 휘두르는 와중에 새로운 변수가 등장한 것이다. 관세·방위비 원스톱 쇼핑을 원하는 트럼프의 호응을 살 최적 협상안 도출도 버거운 마당에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 전작권 환수는 자칫 실리는 없고 명분만 얻는 밑지는 거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할 때다.

이재명 대통령은 10일 새 정부 출범 후 첫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했다. 이 회의에서 전작권 전환 문제에 대해 국방부 등의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임기내 전작권 전환을 대선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앞서 한미정상회담 일정 조율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을 만났는데, 다른 통로로 전작권 전환 문제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문제에 집중하기 위해 한반도 방위 부담을 덜고 싶어하는 미국과 한국군의 전작권 환수를 ‘군사 주권’의 문제로 보는 한국의 입장 사이에 접점이 생긴 것이다. 덴 콜드웰 전 미 국방장관 수석고문 등이 작성해 9일 공개한 보고서엔 주한미군의 지상 전투병력 대부분과 2개 전투비행대대를 철수하고, 2만8500명인 병력 규모를 1만명으로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담겼다. 지금 트럼프 행정부의 기류로 볼 때 전작권 이전은 주한미군 재조정·감축과 직결되는 만큼, 실행될 경우 심각한 후유증을 겪을 것이다.

전작권 환수와 관련, 대체로 노무현 정부 등 진보는 조기 환수를, 이명박 정부 등 보수 진영은 시기상조론을 펴왔다. 그러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한미는 연합방위를 위한 충분한 군사적 능력 확보, 동맹의 포괄적인 북한 핵미사일 대응능력 확보, 전환 조건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역내 안보 환경 등 3대 전환 원칙에 합의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이 고도화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자체 억지력을 갖고 있지 못한 우리의 현실을 돌아봐야 한다. 감시·정찰 등 평시 대북 경계에 필요한 자산 등만 추산해도 전작권 전환비용이 최소 21조원이 넘는다고 한다.

전작권 환수는 가야할 길이지만 서두르다간 득보다 실이 크다. 더군다나 지금은 반도체, 자동차, 철강 등 우리의 핵심 산업이 관세폭격을 맞고 벼랑 끝에 몰린 상황이다. 당장은 주한미군 분담금과 국방비 인상 등을 지렛대로 관세협상에서 더 많은 것을 받아내는 ‘패키지 딜’에 주력해야 한다. 혹을 떼려다 더 큰 혹을 붙이는 우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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