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트니 스피어스, 1999년 1집 ‘…베이비 원 모어 타임’(…Baby One More Time) 발매

10대 팬들 사로잡으며 ‘세계 최고 워너비 팝스타’로…시대의 ‘아이코닉’으로 자리매김

파파라치에 쫓기며 극단의 스트레스 호소…가족문제 등 우여곡절 끝 사실상 자발적 은퇴

음악을 사랑하는 당신이라면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콘텐츠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삶은 겉으로는 엄청난 성공의 연속처럼 보였지만 실제로 그녀의 삶은 단 한 번도 자기 손에 있었던 적이 없었다. 스타 시스템에 의해 조율된 사생활과 판타지, 선택조차 무력화된 후견인 제도, 그리고 이 억압 구조가 무너진 순간조차 그녀 자신이 아닌 팬들의 주도였다는 점이다. 팬들은 그녀를 위해 싸웠고, 결과적으로 그녀를 구했지만, 그 마지막 해방의 장면조차도 ‘그녀의 선택’이 아니었다는 것은 그녀 삶의 역설이자 비극이다. [Getty Images/Michelangelo Di Battista]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삶은 겉으로는 엄청난 성공의 연속처럼 보였지만 실제로 그녀의 삶은 단 한 번도 자기 손에 있었던 적이 없었다. 스타 시스템에 의해 조율된 사생활과 판타지, 선택조차 무력화된 후견인 제도, 그리고 이 억압 구조가 무너진 순간조차 그녀 자신이 아닌 팬들의 주도였다는 점이다. 팬들은 그녀를 위해 싸웠고, 결과적으로 그녀를 구했지만, 그 마지막 해방의 장면조차도 ‘그녀의 선택’이 아니었다는 것은 그녀 삶의 역설이자 비극이다. [Getty Images/Michelangelo Di Battista]

[헤럴드경제=김주리 기자] ‘스타와 팬덤’의 관계에 있어서, 스타는 이미지와 감정, 내러티브, 퍼포먼스를 제공하고 팬은 돈과 시간, 관심, 충성심을 지불한다. 겉보기에는 상호호혜의 관계로 보이지만, 이는 본질적으로 ‘비대칭적 거래’의 성격을 띄고 있다. 팬은 실체 없는 존재에게 감정을 투사하고, 스타는 팬의 지지를 바탕으로 자본을 축척하는, 즉, 팬은 실재의 일부를 주지만, 스타는 환상을 돌려주는 구조를 이룬다.

좀 더 깊이 들어가자면 팬은 스타를 향한 애정과 연민, 동일시를 ‘무한정’ 제공한다. 그 감정은 앨범 구매, 공연관람, 광고 상품 구매로 ‘수익화’되며 자산화되고, 스타와 소속사는 그 위에 경제적 가치를 쌓는다. 이러한 과정에서 팬덤 내부의 자발적 서포트, 번역, 팬아트, 스트리밍 조직 등은 사실상 ‘무급 노동’에 해당하며 팬은 시스템의 기저에서 일종의 ‘노동자’로 존재하지만 공식 구조에서의 보상이나 권한은 없는 셈이다.

정리하면 이렇다. 팬은 자신의 감정과 노동을 자발적으로 투자하고, 시스템은 그것을 콘텐츠화, 수익화, 상품화하여 다시 팬에게 판매한다. 결국 팬의 욕망이 스타를 만들고, 동시에 그 욕망이 자신을 소비하게 만드는 역설적 패러독스인 셈이다.

하지만 이를 또 다른 관점에서 보자면 이렇다. 우리가 ‘슈퍼스타’ 혹은 ‘아이돌’이라고 칭할 때, 이는 단지 음악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하나의 산업 생태계 안에서 제조·소비·유지·폐기되는 존재를 의미한다. 특히 미국은 그 시스템이 가장 정교하게 정착된 나라로, 기본적으로 “스타는 상품이다”, 즉 인간을 콘텐츠화하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대중문화 시스템에서 스타는 독립적 예술가가 아니다. 스타는 계약 기반 상품이며, 활동, 앨범, 이미지조차도 소유권이 타인에게 있으며 심할 경우 법적 통제까지 가능하다.

여기서 발생하는 윤리적 딜레마는 이렇다. 시스템 안에서 스타의 개인 감정과 고통은 이익을 위한 요소로 기능하며, 미디어, 팬덤, 레이블 모두 일정 정도 착취에 가담하게 된다. 팬덤과 스타의 ‘상호착취 구조’는 표면적으로는 사랑과 응원을 표방하지만 구조적으로 보면 쌍방의 ‘욕망과 소비’가 교차하는 압력 시스템에 가깝다. 이들은 서로를 사랑하면서 감시하며, 팬은 ‘선택받은 소비자’이며 스타는 ‘그들이 없으면 나는 사라진다’는 생존 구조에 묶인다.

이 관계는 자율성과는 거리가 있다. 오히려 ‘상호 인질적인 관계’에 가깝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1999년 데뷔한 브리트니 스피어스(Britney Spears)는 이 같은 팬덤과 스타의 가장 극단적인 예시다. 그녀는 전 세계의 집중을 받았고, 환상을 제공했으며, 막대한 자본에 엮이며 자유를 잃었다. 그리고 이후 후술할 이 같은 팬덤-스타 관계를 역전시킨 독특한 케이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여성 팬들을 브리트니 스피어스를 통해 성장, 해방, 인정받는 여성성을 보았고, 남성 대중은 이상화된 섹스 심벌을 보았으며, 이로 인해 그녀는 전 세대의 감정과 욕망을 수용하는 문화적 거울로 존재하게 됐다. [뮤직비디오 캡처]
여성 팬들을 브리트니 스피어스를 통해 성장, 해방, 인정받는 여성성을 보았고, 남성 대중은 이상화된 섹스 심벌을 보았으며, 이로 인해 그녀는 전 세대의 감정과 욕망을 수용하는 문화적 거울로 존재하게 됐다. [뮤직비디오 캡처]

천진한 소녀의 순결과 욕망, 대중의 완벽한 ‘판타지’가 되다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데뷔곡 ‘...베이비 원 모어 타임’(Baby One More Time) 뮤직비디오에서 그녀는 고등학생 교복과 다소 불량해보이는 표정과 제스쳐, 미국 문화의 순수한 코드에 섹슈얼리티를 덧입힌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녀는 이를 통해 이는 남성 대중에게는 섹스 판타지를, 소녀 팬들에게는 롤모델 판타지를 제공함으로써 ‘순수와 유혹’을 동시에 상징하는 상품으로 그녀를 포지셔닝 시켰다.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특히 언론 인터뷰에서 “나는 처녀(Virgin)다”고 강조하면서도 정작 무대에서는 복부를 드러낸 의상, 여성성의 상징인 신체 부위를 강조한 안무, 젖은 머리카락 등의 이미지로 노골적 섹슈얼리티를 연기했다. 이로써 ‘나는 순수한데, 넌 날 욕망하게 돼’라는 구도를 소비자에게 부여하는 심리적 역설을 만들어낸 셈이다.

이로 인해 여성 팬들을 그녀를 통해 성장, 해방, 인정받는 여성성을 보았고, 남성 대중은 이상화된 섹스 심벌을 보았으며, 전 세대의 감정과 욕망을 수용하는 문화적 거울로 존재하게 됐다.

“My loneliness is killing me

I must confess I still believe

When I‘m not with you I lose my mind

Give me a sign..Hit me baby one more time”

(외로움이 나를 좀먹고 있어요.

나는 아직 믿어요. 그대가 없으면 나는 충동을 제어할 수 없어.

나에게 사인을 줘요. 그리고 나를 한 번 더 자극시켜줘요”

- Britney Spears ‘...Baby One More Time’

1집에서 은근한 ‘섹슈얼리즘’을 내포했다면 2집에서 3집, 4집으로 이어지는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방향은 매우 전략적으로 포지셔닝된다. 2집 ‘나 또 저질러 버렸어’(Oops!...I Did It Again)에서는 유혹을 보다 전면에 내세우며(붉은 전신 라텍스 수트, 짧은 치마를 입고 스테이지에 누워 노래하기 등) 더 이상 ‘순수하지 않음’을 내포하는 장치들을 설치한다. 욕망에 갇혀 있지 않고, 욕망을 조종하는 자로의 전환이다.

3집 ‘브리트니’(Britney)에서는 스스로를 노골적으로 성상품화 시키기에 이른다. 대표곡인 ‘나는 너의 노예야’(I‘m a Slave 4 U)에서는 “나는 더 이상 어리지 않다”는 메세지를 시각적으로, 사운드적으로, 콘셉트적으로 전달하는데, 뮤직비디오는 사실상 포르노그라피에 가깝게 연출됐으며 2001년 VMAs 에서 주요부위만 가린 채 끈적거리는 춤을 추며 실제 뱀을 어깨에 두르고 무대를 누빈 퍼포먼스는 전 세계에 충격을 준 ‘최고의 퍼포먼스’ 중 하나로 꼽힌다.

3집 ‘브리트니’(Britney)에서는 스스로를 노골적으로 성상품화 시키기에 이른다. 대표곡인 ‘나는 너의 노예야’(I‘m a Slave 4 U)에서는 “나는 더 이상 어리지 않다”는 메세지를 시각적으로, 사운드적으로, 콘셉트적으로 전달하는데, 뮤직비디오는 사실상 포르노그라피에 가깝게 연출됐으며 2001년 VMAs 에서 주요부위만 가린 채 끈적거리는 춤을 추며 실제 뱀을 어깨에 두르고 무대를 누빈 퍼포먼스는 전 세계에 충격을 준 ‘최고의 퍼포먼스’ 중 하나로 꼽힌다. [유튜브 영상 캡처]
3집 ‘브리트니’(Britney)에서는 스스로를 노골적으로 성상품화 시키기에 이른다. 대표곡인 ‘나는 너의 노예야’(I‘m a Slave 4 U)에서는 “나는 더 이상 어리지 않다”는 메세지를 시각적으로, 사운드적으로, 콘셉트적으로 전달하는데, 뮤직비디오는 사실상 포르노그라피에 가깝게 연출됐으며 2001년 VMAs 에서 주요부위만 가린 채 끈적거리는 춤을 추며 실제 뱀을 어깨에 두르고 무대를 누빈 퍼포먼스는 전 세계에 충격을 준 ‘최고의 퍼포먼스’ 중 하나로 꼽힌다. [유튜브 영상 캡처]

일거수 일투족이 ‘상품 자본’으로…‘감정 포르노’로 전락한 슈퍼스타의 일상

2002년에서 2006년은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붕괴의 서막’으로 전환되는 핵심 구간이다. 그녀의 사생활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며 그녀가 대중적 판타지에서 대중의 ‘감시 대상’으로 전환된 시기로, 여기에는 그녀의 전 남친 저스틴 팀버레이크(Justin Timberlake), 케빈 페더라인(Kevin Federline)과의 결혼, 파파리치 문화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저스틴 팀버레이크는 그녀의 전성기 당시 팝계의 황금 커플로 불렸을 만큼 많은 팬들의 관심과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이들의 결별 소식이 전해지면서, 저스틴 팀버레이크는 다수의 인터뷰에서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성관계를 했다는 등을 사실상 내포하는 제스쳐 등을 내비쳤고 이는 그전까지 ‘처녀성(=순수성)’의 상징으로 남아있던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힌다. 여기에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속칭 ‘한량’으로 알려진, 이미 다른 여성과의 자녀가 있는 케빈 페더라인과 급작스럽게 약혼과 결혼을 단행하면서 대중은 브리트니에게 크게 실망하게 된다. 이는 곧 “브리트니가 무너지고 있다”, “브리트니가 불안정해보인다”라는 서사로 전환이 되기 시작한다.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저스틴 팀버레이크는 그녀의 전성기 당시 팝계의 황금 커플로 불렸을 만큼 많은 팬들의 관심과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이들의 결별 소식이 전해지면서, 저스틴 팀버레이크는 다수의 인터뷰에서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성관계를 했다는 등을 사실상 내포하는 제스쳐 등을 내비쳤고 이는 그전까지 ‘처녀성(=순수성)’의 상징으로 남아있던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게 된다.  [게티이미지뱅크/Denise Trusc]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저스틴 팀버레이크는 그녀의 전성기 당시 팝계의 황금 커플로 불렸을 만큼 많은 팬들의 관심과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이들의 결별 소식이 전해지면서, 저스틴 팀버레이크는 다수의 인터뷰에서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성관계를 했다는 등을 사실상 내포하는 제스쳐 등을 내비쳤고 이는 그전까지 ‘처녀성(=순수성)’의 상징으로 남아있던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게 된다. [게티이미지뱅크/Denise Trusc]

이후 브리트니 스피어스를 향한 전례없는 파파라치의 폭격이 시작된다. 그녀가 헝클어진 채 외출하는 모습, 별 생각없이 껌을 씹는 모습, 아이를 안고 운전한 모습 등이 연일 대서특필되며 ‘나락한 슈퍼스타’의 아이콘으로 프레이밍된다. 일상이 감시받는 존재가 된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파파라치로 인해 느끼는 피로감이 극심하다고 호소하며 “나도 사람이다, 완벽할 순 없다”고 인터뷰를 통해 호소했지만 이 또한 대중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던 2007년 2월 16일,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외곽의 미용실에 돌연 등장해 직접 면도기를 들고 자신의 머리를 밀어버리기 시작한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당시 미용사는 이를 결단코 말렸으나, 그녀는 아랑곳않고 스스로 삭발을 강행했다. 이후 파파라치 앞에 등장해서는 면도한 머리를 보이며 웃거나, 우울한 표정을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삭발 후에는 끝까지 따라붙는 파파라치를 향해 우산으로 위협하거나, 파파라치의 차량을 내리치는 장면까지 포착된다. 이 장면은 파파라치 역사상 가장 수익이 큰 순간 중 하나였던 것으로 기록됐다. 클릭 장사, 조롱, 밈, 포토샵까지, 대중의 잔혹함과 비인간성이 드러난 문화적 거울 현상이 노골적으로 드러난 순간이었다.

“She‘s so lucky, she’s a star

But she cry, cry, cries in her lonely heart, thinking

If there‘s nothing missing in my life

Then why do these tears come at night?”

(그녀는 정말 운이 좋아, 최고의 스타가 됐거든.

그런데 그녀는 매일 눈물을 흘리며 생각해

내가 삶에서 놓치는 것이 없다면

왜 매일 밤 이렇게 눈물이 나는 거지?)

- Britney Spears ‘럭키’(Lucky)

2007년 2월 16일,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외곽의 미용실에 돌연 등장해 직접 면도기를 들고 자신의 머리를 밀어버리기 시작한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당시 미용사는 이를 말렸으나, 그녀는 아랑곳않고 스스로 삭발을 강행했다. [SNS 캡처]
2007년 2월 16일,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외곽의 미용실에 돌연 등장해 직접 면도기를 들고 자신의 머리를 밀어버리기 시작한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당시 미용사는 이를 말렸으나, 그녀는 아랑곳않고 스스로 삭발을 강행했다. [SNS 캡처]

한편, ‘브리트니 삭발 사건’은 그녀의 10여년 인생에 엄청난 변화를 불러오게 되는데, 2008년 법원은 그녀가 ‘심리적 불안정 상태’라 판단해 그녀의 부친인 제이미 스피어스(Jamie Spears)에게 ‘후견인 제도’라는 보호자 통제권을 부여한다. 브리트니는 이후 13년간 자신이 자신의 삶을 결정할 수 없는 상태로 살아가게 된다.

#FreeBritney 운동 속 ‘구원자’가 된 대중…누구의 삶이며, 누구의 선택인가

시간은 흘러 2019년, 팟캐스트 ‘Britney’s Gram’에서 익명의 내부자가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강제로 정신병원에 입원되었다는 주장을 하면서 #FreeBritney(브리트니에게 자유를) 해시태그가 확산하기 시작한다.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후견인 제도’ 이후 앨범 발매, 월드 투어, 라스베이거스 상설 공연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인 자유와 결정권이 제한되어 있었다. 특히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후견인(제이미 스피어스)의 동의 없이는 운전, 결혼, 자녀 계획 등 기본적인 선택조차 할 수 없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팬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그녀의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법원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등 후견인 제도의 종료를 요구했다.

2021년 1월, 뉴욕타임스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Framing Britney Spears’가 공개되면서 운동은 더욱 격렬해졌다. 해당 다큐멘터리는 그녀의 후견인 제도와 그로 인한 인권 침해 문제를 조명한 내용으로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강제로 향정신성 약물을 복용해야 했고, 강제 난임 수술을 당했다는 내용까지 담고 있어 사회적 파장은 더 커졌다.

마침내 2021년 6월,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법정에서 처음으로 공개 증언을 하며 후견인 제도의 종료를 요청했다. 그녀는 본 제도가 ‘학대적’이며, 자신의 삶을 통제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후 법원은 9월 제이미 스피어스를 후견인 자리에서 해임하고, 11월 12일, 후견인 제도를 공식적으로 종료했다. 13년만에 자신의 삶에 대한 법적 통제권을 되찾게 되면서,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팬들에게 깊은 감사를 표했다.

#FreeBritney 운동 속 착취자에서 주권자로 전환된 팬덤. 이는 문화산업 전체의 위계 구조와 권력 작동 방식에 질문을 던지는 선례가 됐으며, 향후 스타-팬덤 관계가 단순 소비-공급이 아닌 존재적 연대와 구조적 개입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기록된다. [게티이미지]
#FreeBritney 운동 속 착취자에서 주권자로 전환된 팬덤. 이는 문화산업 전체의 위계 구조와 권력 작동 방식에 질문을 던지는 선례가 됐으며, 향후 스타-팬덤 관계가 단순 소비-공급이 아닌 존재적 연대와 구조적 개입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기록된다. [게티이미지]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팬덤의 관계는 오랫동안 불균형한 권력 구조 속에서 유지돼왔다. 팬들은 스타의 사생활을 소비하고, 상업적 성공을 돕는 수익 기반이 되는 동시에, 스타가 고통받는 현실에는 무력하거나 방관적인 위치에 머물러왔다. 특히 그녀는 10대 시절부터 성적 대상화, 언론의 무분별한 폭력, 팬들의 사생활 침해적 집착 속에서 한 인간으로서의 권리와 정서적 주체성을 상실해갔다.

하지만 #FreeBritney운동은 이 오래된 불균형의 구조를 뒤집는 전환점이 됐다. 팬들은 처음으로 ‘소비자’가 아닌 행위 주체로 등장했고,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자유를 회복시키기 위한 현실적 개입자로 나선 것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 운동이 그녀의 스타성에 대한 열광이 아니라, 비가시적 권력 구조(후견인 제도)에 대한 문제 제기와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착취자에서 주권자로 전환된 팬덤. 이는 문화산업 전체의 위계 구조와 권력 작동 방식에 질문을 던지는 선례가 됐으며, 향후 스타-팬덤 관계가 단순 소비-공급이 아닌 존재적 연대와 구조적 개입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기록된다.

다만 이러한 구조조차도 잔혹한 아이러니를 품고 있다.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삶은 겉으로는 엄청난 성공의 연속처럼 보였지만 실제로 그녀의 삶은 단 한 번도 자기 손에 있었던 적이 없었다. 스타 시스템에 의해 조율된 사생활과 판타지, 선택조차 무력화된 후견인 제도, 그리고 이 억압 구조가 무너진 순간조차 그녀 자신이 아닌 팬들의 주도였다는 점이다. 팬들은 그녀를 위해 싸웠고, 결과적으로 그녀를 구했지만, 그 마지막 해방의 장면조차도 ‘그녀의 선택’이 아니었다는 것은 그녀 삶의 역설이자 비극이다.

그렇다면 파생되는 질문 하나. 그리고 이 질문은 그녀 개인을 넘어, 산업에 의해 구성된 모든 스타들의 존재론적 질문과 맞닿는다.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자신의 삶의 주체가 된 순간이 단 한 번이라도 있었을까?”


rainbo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