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덕후:뮤지션으로 읽다
뮤지션들의 삶과 시대적 맥락을 따라가며, 예술가의 내면을 들여다봅니다. [음덕후:뮤지션으로 읽다]는 음악의 이면을 탐구하는 칼럼형 기사입니다.

음덕후:뮤지션으로 읽다
뮤지션들의 삶과 시대적 맥락을 따라가며, 예술가의 내면을 들여다봅니다. [음덕후:뮤지션으로 읽다]는 음악의 이면을 탐구하는 칼럼형 기사입니다.

“샤넬백 들고 다니는 나, 좀 대단하네”…핑크 플로이드가 건드린 ‘지적 허영’, 우리도 모르게 소비하는 ‘사회적 기호들’ [음덕후:뮤지션으로 읽다]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의 ‘스릴러’(Thriller) - 6700만장, 이글스(Eagles) 베스트 앨범(Their Greatest Hits 1971-1975) 5100만장, 휘트니 휴스턴(Whiney Houston) 4500만장… 전 세계에 익히 알려진 이름들, 쉽게 흥얼거릴 수 있는 멜로디, 직설적인 감성을 표현한 뮤지션과 그들의 음악. 수려하고 매끈하게 잘 만들어진 완성도 높은, 동시에 대중이 짧은 시간 안에 홀리듯 빨려들어갈 수 있는 매혹적인 이들 음악은 당연히 잘 팔렸다. 작품 자체 또한 여느 평론가가 들어도 손색이 없었다. 대중과 평단을 모두 사로잡는, 훌륭한 음반들이다. 그런데 목록들 사이에 이질적인 음반 하나가 슬그머니 끼어 있다. ‘음악 좀 듣는다’하는 사람들에게도 난이도 높은, 이름만 들어도 머리가 어지러워지는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의 정규 8집 앨범, ‘더 다크 사이드 오브 더 문’(The Dark Side of the Moon).
2026.06.13 18:00
“女모델 성폭행에 팬들과 패싸움까지?”…잘 생긴 외모와 카리스마로 인기 끌던 ‘이 남자’, 폭력과 낭만은 어떻게 신화가 되었나 [음덕후:뮤지션으로 읽다]
1980년대 중후반, 미국 록 신(scene)의 한복판에는 로스앤젤레스가 있었다. 선셋 스트립을 중심으로 한 클럽 문화, 요란한 헤어스타일과 가죽 의상, MTV에 최적화된 비주얼, 파티와 섹스와 술, 거대한 기타 리프와 쉽게 소비 가능한 반항. 이른바 LA메탈 혹은 글램 메탈이라 불리는 이 문화는 록의 위험성과 선정성을 대중이 소비할 수 있는 이미지로 포장한 장르였다. 그 세계는 매혹적이었다. 무대 위 뮤지션들의 반항은 현란했고, 욕망은 스타일리즘적인 면까지 띠고 있었으며, 방탕함은 MTV 화면 안에서 자유의 이미지로 전환됐다. 록은 더 이상 지하의 소음이 아니었다. 거대한 산업이었고, 청춘의 환상이었으며, 팔릴 수 있는 일탈이었다. 건즈 앤 로지스(Guns N’ Roses)는 그 세계를 토대로 등장했다. 찰랑거리는 긴 머리와 반항기, 오만한 태도, 기타 솔로는 LA메탈의 형식을 그대로 수행하고 있었지만, 동시에 이들의 음악에는 다른 밴드들의 매끈함 이면에 숨겨졌던 ‘지워진 거리의
2026.06.06 18:00
“176만장 순식간에 팔아치웠다”…1년에 ‘수백억’ 번 꽃미남, ‘대중성’이란 가장 어려운 난관을 정면돌파한 ‘이 뮤지션’ [음덕후:뮤지션으로 읽다]
단 한 번의 샤우팅. 10만 관객은 1초 안에 다음 구절을 머릿 속에 자동으로 떠올리고 홀린 듯 합창한다. “Darling, you give love a bad name”(나의 연인이여, 그대는 내 사랑을 더럽히네) 게임 끝. 무대와 객석은 이미 하나다. 이것이 본 조비(Bon Jovi)의 힘이다. [헤럴드경제=김주리 기자] 꽃미남 보컬. 한 해에만 176만 티켓을 판매하고 수백억을 벌어들인 ‘잘 팔리는’ 뮤지션. 대중적인 가수. 대중성은 때로 낮게 평가된다. 너무 쉽게 들리고, 너무 많은 사람이 좋아하고, 너무 빠르게 반응이 오는 음악이라는 멍에로 ‘듣고 사유하는 음악’, ‘다층적인 의미를 갖고 있는 음악’보다 가벼운 것으로 취급된다. 많은 비평은 복잡한 것, 새로운 것, 실험적인 것, 어두운 것, 위험한 것을 음악성의 주요 기준으로 삼는 데 익숙하다. 그 기준에서 본 조비처럼 공연장 전체를 집단의 후렴으로 묶어내는 음악은 쉬이 과소평가되기도 한다. 그러나 대중성은 ‘낮음’, ‘얕
2026.05.30 18:00
욕조에서 익사한 채 발견된 46세 女가수…‘중경삼림’ 속 울려퍼졌던 노래의 원곡, ‘그녀의 상실들’ [음덕후:뮤지션으로 읽다]
[헤럴드경제=김주리 기자] 2018년 1월 15일, 어느 아일랜드 여인이 영국 런던에 소재한 호텔 욕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인은 알코올 중독 상태에서 발생한 익사. 뮤지션이었던 그녀는 음반 녹음 작업을 위해 런던에 머물고 있었다. 그녀의 삶에는 오래된 상처가 마음 이곳저곳에 새겨져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유년 시절 겪은 성적 학대, 불안과 상실, 스타덤이 가져온 고립 속에서 흔들렸고, 한 시대의 청춘이 기억하는 그녀의 노래에서 이 고통들은 몽롱하고 처연한 잔향으로 남았다. 맑고 아름다웠지만 어딘가 그늘졌던 목소리, 크랜베리스(The Cranberries)의 보컬 돌로레스 오리어던(Dolores O’Riordan)의 삶은 그렇게 끝났다. 1994년 발표된 크랜베리스의 대표곡 중 하나인 ‘나의 가족에게’(Ode to My Family)는 가족을 향한 애수 섞인 따뜻한 노래로 들리지만 곡 안에는 보다 복합적인 정서가 담겨 있다. 아일랜드 리머릭의 작은 공동체, 어린 시절의 집, 가
2026.05.23 18:00
“학교에서 제일 못생긴 ‘남자’래”…사랑받고 싶었던 여인, 27세 요절한 역사상 가장 뜨거웠던 보컬의 이야기 [음덕후:뮤지션으로 읽다]
[헤럴드경제=김주리 기자] 찢어지는 듯 갈라지는 목소리. 비명에 가까운 발성. 제니스 조플린(Janis Joplin)의 목소리는 대중음악사에서 ‘누구도 모방할 수 없었던 목소리’로 남아 있다. 음역이나 성량 따위의 영역이 아니었다. 그가 노래를 시작하면 주변의 공기가 균열을 일으키 듯 잠식됐고 그녀 내부의 고통과 애정과 결핍이 뒤틀린 듯 터져나왔다. 음은 거칠게 갈라졌고 호흡은 불안정했으며 목소리는 선율을 벗어난 채 몸 전체에서 터져 나오는 듯 발화됐다. 그럼에도 완벽했다. 기술을 감히 논하기조차 어려운 그의 보컬은 통상적으로 알려진 정석(定石)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음악이 도달해야 할 지향의 핵심을 한 치도 비껴가지 않았다. 타오르기 위해 세상에 태어나 스스로를 주체하지 못한 채 이글거리며 폭발하는 불꽃처럼, 흡사 매 순간 자신을 분신(焚身)하며 무너지는 듯한 그의 노래는, 음악이 먼저 있고 그 음악이 노래로 표현되는 것이 아닌, 그의 목소리가 선행하고 음악은 그저 그로 인해 파생된
2026.05.16 18:00
“여자야? 남자야?”…파격적인 존재감, 폭력없이 저항한 ‘펑크의 대모’ [음덕후:뮤지션으로 읽다]
[헤럴드경제=김주리 기자] 권력은 안정이라는 명목 아래 규율을 만들고, 사회는 규율에 순응하는 태도를 성숙이나 합리성의 이름으로 승인한다. 그러나 무수한 역사 속에서, 사회의 확장은 순응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여성 참정권 운동, 노동 운동, 민권 운동, 반전 운동 등은 때로 불온함이나 무질서로 명명됐지만 결과적으로 기존 질서가 배제해온 주체들을 공적 영역 안으로 진입시키는 역할을 했다. 예컨대 1848년 미국 뉴욕주 세네카폴스에서 열린 여성권리대회는 정치 참여를 남성 시민의 영역으로 한정하던 규율을 침범했지만 이후 1920년 미국 수정헌법 제19조 비준으로 여성 참정권을 제도화하는 흐름의 출발점이 됐다. 1886년 5월에 발생한 美 시카고 헤이마켓에서 벌어진 노동자들의 8시간 노동제 요구 시위는 생산 질서에 대한 순응을 거부한 사건으로, 이후 노동자를 단순한 인력이 아닌 권리의 주체로 인식하게 만드는 상징이 됐다. 1955년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에서 시작된
2026.05.02 18:00
“이쯤 되면 박효신도 문제가 있어”…메말라가는 땅 위에 피어나는 박효신이라는 ‘야생화’ [음덕후:뮤지션으로 읽다]
[헤럴드경제=김주리 기자] “발성이…”, “비강의 활용이…”, “고음 옥타브가…” 등등등. 일반적인 보컬은 분석과 비평의 대상이 되고 음정과 음역, 호흡과 발성, 프레이징과 공명 따위의 표현으로 구조를 해체하고 설명하는 일이 가능하다. ‘잘 부른다’는 감탄은 곧 그 수려함의 근거를 짚어내는 일로 이어지고 비평가의 날카로운 메스는 뮤지션의 음악을 이해하는 데 일종의 가이드가 된다. 그런데 박효신의 보컬 앞에서는 이 과정이 좀처럼 작동하지 않는다. 보컬적 테크닉의 완벽성은 이미 ‘기본 사양’으로 깔려 있고 그 위에서 발현되는 감각과 감성의 구현은 비평보다 앞서 감탄과 경외를 먼저 불러일으킨다. 비평가는 언제나 대상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야 하는데, 구성을 해부하고, 그 안에서 의미를 길어 올려야 하는데, 견고한 대리석과도 같은 박효신의 보컬은 그 틈새에 들어갈 칼날을 손톱만큼도 허락하지 않는다. 해석은 붙잡히지 않고, 분석은 무력해진다. 남는 말이 하나다. ‘너무 잘한다’. 하지만 완벽
2026.04.04 18:00
“300억→2600억원 됐다”…초호화 캐스팅 대박난 ‘그 영화’를 닮은 ‘그 노래’…오지 않는 봄을 기다리며 [음덕후:뮤지션으로 읽다]
[헤럴드경제=김주리 기자] 2014년 개봉한 웨스 앤더슨(Wes Anderson) 감독의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The Grand Budapest Hotel)은 랄프 파인즈(Ralph Fiennes), 주드 로(Jude Law), 틸다 스윈튼(Tilda Swinton) 등 당대 내로라하는 배우들을 대거 캐스팅한 작품으로, 미스터리와 코미디, 드라마를 결합해 사라져가는 시대와 그 잔존 감각을 정교한 형식 안에 담아낸 수작으로 평가받는다. 영화는 가상의 유럽 국가를 배경으로 한 호텔과 그곳을 둘러싼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리며 1930년대를 중심으로 한 시공간을 축으로, 한 시대의 종말과 그 이후를 관통하는 변화를 다층적으로 포착한다. 호텔 지배인이었던 구스타브와 로비 보이 제로의 관계를 중심으로 서사가 전개되지만, 이는 개인의 일대기에 머물지 않고, 질서와 품위로 상징되던 세계가 해체되어가는 흐름을 함께 비춘다. 특유의 대칭 구도와 강렬한 색채, 쇼트 단위로 정교하게 분절된 편집
2026.03.28 14:00
“강에서 수영하다 ‘익사’한 비운의 가수”…원곡보다 유명한, 전설이 돼버린 ‘그 노래’ [음덕후:뮤지션으로 읽다]
[헤럴드경제=김주리 기자] 하나의 작품에는 고유한 ‘형태’가 존재할까? 우리는 흔히 예술을 완결된 결과물로 이해한다. 한 번 만들어진 작품은 그 자체로 고정되어 있고, 이후의 모든 감상은 그 원형을 기준으로 이루어진다고 여긴다. 그러나 실제 예술은 그렇게 작동하지 않는다. 하나의 노래는 만들어지는 순간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해석되는 순간마다 다른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기 마련이다. 동일한 악보가 다른 감정으로 울리고, 같은 멜로디가 때로 전혀 다른 이야기로 들리는 순간들, 즉 작품은 하나의 영속적인 형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해석을 거칠 때마다 끊임없이 갱신돼 재탄생하는 개념에 가깝다. 이처럼 작품의 정체성이 해석에 따라 달라진다고 했을 때, 그 변형이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또 다른 창작 ’이 바로 ‘리메이크’다. 리메이크는 원작을 있는 그대로 보존하는 대신 그것을 다른 감각과 목소리로 다시 불러내는 창조 행위로, 이로 인해 하나의 곡은 단일한 원형을 갖지 않게 되고 서로 다
2026.03.19 14:40
“진짜 봄이네”…14년째 벚꽃연금 수십억 받는 ‘그 가수’, 순정만화가 음악으로 흘러나올 때 [음덕후:뮤지션으로 읽다]
[헤럴드경제=김주리 기자] 사랑, 사랑, 사랑. 성경은 그것을 인간의 가장 위대한 감정이라 선포했고, 인기를 끄는 영화나 드라마 또한 그것을 생애에서 가장 거창한 어떤 것, 혹은 인생을 뒤흔드는 대단한 사건으로 정의하곤 한다. 대중음악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수많은 노래 속 사랑은 인간 존재의 중심에 있는 운명, 혹은 일상 전체를 지배하는 거대한 감정의 소용돌이로 표현된다. 하지만 현실의 사랑은 사실 그보다 훨씬 소박하다. 길을 걷다 문득 스치는 바람일 수도 있고, 깊은 밤 홀로 잠들기 전 떠오르는 찰나의 아린 감각일 수도, 때론 누군가와 나란히 걷는 동안 느껴지는 아주 미묘한 울림일 수도 있다. 언어로 설명하기 어려운, 그러나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봤을 어떤 순간. 장범준의 노래는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한다. 장범준의 음악에는 대개 사랑의 서사가 없다.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는 이유가 구체적으로 설명되지 않고, 그 사랑이 겪는 갈등에 의해 폭발하는 구구절절한 스토리도 거의 등장하지
2026.03.14 1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