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엔터테인먼트 시티’의 중심부
황금색 봉황 모습…‘고려’ 등 K-푸드 인기
아케이드엔 지수, 최민식은 ‘카지노’ 촬영
데일리투어로 마닐라 관광지와 상생 행보


[헤럴드경제(마닐라)=함영훈 기자] 마닐라만(灣)의 ‘엔터테인먼트 시티’는 필리핀 관광경제의 떠오르는 캐시카우이다. 세계무역센터, 놀이공원, 마닐라동물원과 마닐라대성당 등 필리핀-스페인 역사 문화지구뿐만 아니라 10여개의 대형 호텔과 복합리조트가 들어서 지구촌 손님들을 맞이한다.
엔터테인먼트 시티의 주인공은 단연 ‘오카다 마닐라’이다. 가운데 비치돔을 두고 황금빛 날개를 펼친 봉황의 모습, 좌우대칭형 휴양 리조트이다. 마닐라만에 금색과 붉은색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노을이 지면 아메리칸 팝 ‘프라우드 메어리’ 선율에 맞춘 무희들의 춤 공연이 펼쳐진다.
잠시의 암전이 있고 난 저녁 8시 정각. 방탄소년단(BTS)의 노래 ‘다이너마이트’의 전주가 흘러나오자, 오카다 마닐라에 몰린 손님들은 ‘와~!’ 하면서 일제히 환성을 질렀다. BTS곡에 따라 수십 개의 물줄기가 춤을 추는 지상 최대의 분수쇼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물줄기는 형형색색 옷을 입고 춤을 춘다. 동글동글한 꽃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역동적인 면에서나 섬세한 안무 면에서나 라스베이거스 분수쇼를 능가하는 듯 보인다.
초반부 춤추던 물줄기는 BTS 리더 RM의 랩 부분에서 50m 이상 솟구치며 요동쳤다. 뮤비에서 지민과 뷔의 발차기 율동이 이어지는 후반부에선 가장 높이 솟아오르고, 가장 역동적인 퍼포먼스를 보였다.
필리핀 발전의 상징 엔터테인먼트 시티, 그 중심인 오카다 마닐라가 한류를 입고 비상하고 있다.
메어리 니자 포르쉴러 미디어 디렉터는 “최첨단의 수중 로봇과 2000여개의 수중 조명, 수많은 고출력 스피커, 20층의 오카다호텔 빌딩 높이를 넘길 수 있는 고성능 제트 워터발사엔진, 기획자의 기발한 안무가 두바이의 버즈칼리파, 라스베가스 벨라지오 쇼에 버금가는 쇼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의 아케이드로 가면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바로 블랙핑크 멤버 지수의 대형 브로마이드다. 식당 거리에선 고구려 기병의 승마 활쏘기 그림이 있는 ‘고려’, 장승벽화가 그려진 ‘안심재’ 등 한식당들이 즐비하다.
‘고려’는 김치와 나물 등 다양한 반찬, 육-해-공 코리안 바비큐, 김치찌개, 된장찌개 등 고급식~대중식을 망라하는 한식을 차린다. ‘안심재’에선 육회비빔밥, 고급 백반 한 상 차림 등을 내어온다.
메들리 뷔페는 혁신적인 오픈 키친 디자인으로 샐러드, 씨푸드, 누들, 웨스턴, 아시안 스테이션에서 숙련된 셰프들이 고객 앞에서 청정 식재료로 걸작을 빚어낸다. 세상의 모든 치즈를 전시, 판매하는 ‘치즈 룸’은 박물관이자 시식장소이다.

키아포(Kiapo)에선 필리핀 대표 요리를, 레드 스파이스에선 퓨전 중식 요리를, 엔부에선 라멘, 스시, 가라아게, 야키토리 등 전통 일본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정통 이탈리아 레스토랑 라 피아자는 2250병의 와인을 보관하는 쇼케이스 사이 좁은 복도가 런웨이처럼 멋진 풍경을 연출한다. 오는 23일에는 한국에서도 인기 있는 청주(사케)축제도 열린다.
오카다 마닐라는 2017년 44만㎡(13만3100평) 부지에 2200개 객실로 오픈했다. ‘엔터테인먼트 시티’의 랜드마크이다. 필리핀 호텔 건설 역사상 최고액인 3조원이 투입됐다.
K-드라마 ‘카지노’의 촬영지인 4만1544㎡ 규모 오카다 마닐라 카지노는 이 나라 국부 창출의 원천이다. 500개의 테이블과 3000대의 슬롯머신으로 가는 통로는 일반 통로와 자연스럽게 이어져 있다.
![오카다 마닐라에서 K-드라마 ‘카지노’를 촬영했다.[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5/19/news-p.v1.20250519.150366160bca4afe88c48b30450ec987_P1.jpg)
식사하러 다녀오다가 잠시 들러 행운을 잡는 사람도, 맥주 한잔하면서 한참 놀다가 조금 잃어도 자연스럽게 다른 엔터테인먼트를 하러 가는 손님도 눈에 띈다. 카지노-비카지노 구역을 편하게 넘나드는 구조는 필리핀 국부 창출로 이어진다. 경직된 구조의 한국 복합리조트도 과감한 규제 혁파가 필요해 보인다.
오카다 마닐라에서 산티아고 요새, 리잘공원 등 왕복 4시간의 구시가지 데일리투어도 주선한다.
리잘공원은 필리핀의 독립 의지를 품은 곳이지만 주민과 여행자의 쉼터가 되었다. 공원의 이름이 된 호세리잘은 필리핀의 혁명가이자 독립운동가, 언론인, 의사, 교육가 겸 작가이다. 라몬 막사이사이와 함께 필리핀의 국부로 추앙받는다.

인근 인트라무로스는 스페인 식민지 시절 유럽식으로 지은 마을이다. 이어 마닐라 대성당의 웅장한 모습, 카사 마닐라박물관에서 유럽의 분위기를 느낀다. 산티아고 요새에선 필리핀 사람과 유럽 이주민들의 갈등과 조화의 스토리를 접한다. 호세 리잘이 처형된 곳이어서 인문학 학생도 많다.
한류를 입은 필리핀이 날고 있다. 그 속에서 필리핀, 일본, 미국, 유럽, 중국 등과의 퓨전문화도 꽃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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