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으면서 깊게 들이마시는 커피·재즈·정원 문화

공지천 구름다리
공지천 구름다리
춘천 공지천의 랜드마크, 에티오피아 한국전 참전기념관 내부
춘천 공지천의 랜드마크, 에티오피아 한국전 참전기념관 내부

[헤럴드경제(춘천)=함영훈 기자] 에티오피아와 춘천 사이, 피로 맺은 우정 때문에 춘천에서 열린 그들의 전통축제가 9월말에 막을 내리자, 에티오피아참전기념관이 랜드마크로 서 있는 춘천 공지천이 10월9일 한글날을 앞두고, 커피·재즈·호수 축제장으로 변신하고 있다.

한국전쟁 후에도 희망을 잃지 않던 춘천, 수도권, 중부지방 젊은이들은 공지천을 거닐며 사랑을 키웠고, 이곳에 카페와 뮤지엄을 섞어놓은 ‘에티오피아의 집’이 있는 것에 호기심과 이국적인 감성을 느끼기도 했으며, 아라비카 커피와 함께 공지천의 낭만을 즐겼다.

그 공지천 문화는 2026년에도 이어져, 커피향에다 재즈선율과 호수정원의 서정을 더했다.

한글날인 오는 10월 9일 공지천 커피·재즈·호수정원 페스타가 공지천 산책로와 온의동 586 일대에서 개막한다. 축제는 사흘간 이어진다.

“그때 공지천에서 내게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더니..그 오빠, 잘 지낼까.”

춘천 공지천
춘천 공지천
춘천 호수정원의 남쪽 부분 남이섬의 연인
춘천 호수정원의 남쪽 부분 남이섬의 연인

▶공지천, 첫사랑의 추억

서울,경기,인천,강원,충청 지역에서 학교를 다니거나 직장생활을 했던 청년들이라면 누구든 이 공지천의 문화를 안다. 아름다운 사랑이 피어났고, 지금은 웃으며 얘기할 수 있는 슬픈 이별의 아린 추억도 이곳에서 새겨졌다. 남친을 강원도 접경지의 군대에 보낸 ‘곰신’들에겐 연인과 다시 만나는 장소이기도 했다.

이번 축제는 춘천의 추억을 가진 모든 국민이 다시 젊은날로 돌아가게 만든다. 낭만이 넘치는 춘천은 역시 젊은이의 도시라는 점도 확인할 것이다.

올해 처음 선보이는 공지천 호수축제는 각각의 축제장을 따로 찾는 방식이 아니라 공지천을 걸으면서 자연스럽게 공지천재즈페스타와 춘천커피페스타, 춘천호수정원페스타의 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오전과 낮에는 커피와 디저트를 맛보고 시민·기업정원을 둘러보며 여유를 즐기다 오후부터는 재즈공연을 감상한다.

해가 진 뒤에는 공지포차와 야간 재즈공연을 즐기고 미드나잇 재즈클럽까지 이어갈 수 있는 ‘시간의 연결’에 초점을 맞췄다.

공지천 재즈페스타 과거 축제 모습
공지천 재즈페스타 과거 축제 모습

통합 콘셉트는 ‘비밀의 정원(Secret Garden)’이다. 시민에게 익숙한 공지천을 축제 기간 새로운 시선으로 발견하고 산책로 곳곳에 마련된 공연과 커피, 정원을 따라 자신만의 축제 경험을 만든다는 의미를 담았다.

▶‘커피페스타’

춘천커피페스타는 공지천 산책로를 따라 춘천의 커피 문화를 맛보고 직접 체험하는 로드형 축제로 꾸며진다.

소양푸드, 웨어커피, 카페디쿼드, 베라카빈, 카페공지로268, 리유로스팅랩, 불스커피로스터스 등 커피업체와 대원당, 감자밭 등 지역 디저트·베이커리 업체 26곳이 참여해 커피와 원두, 드립백, 베이커리와 디저트 등 춘천의 다양한 브랜드를 선보인다. 시민들은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취향에 맞는 커피와 디저트를 만날 수 있다.

축제의 열기를 끌어올릴 라떼아트 경연도 온의스테이지 일원에서 펼쳐진다. 축제 첫날인 9일에는 국내외 프로 바리스타가 참여하는 ‘2026 춘천 라떼아트배틀’이, 10일에는 관련 전공자와 비기너를 위한 ‘2026 춘천 라떼아트챌린지’가 열린다.

직접 커피를 만들고 경험하는 ‘공지천 카페 액티비티 존’도 운영한다. 수망 로스팅과 시그니처 드립백 만들기, 머그잔·티코스터 만들기, 친환경 커피박 체험, 모카포트 추출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공지 포차
공지 포차

춘천커피협회가 선보이는 시그니처 블렌딩 ‘공지춘천’ 시음 팝업도 눈길을 끈다. 공지천의 맑은 물과 춘천의 숲, 의암호의 노을을 커피 향미로 표현해 춘천의 자연과 이야기를 한 잔에 담아낸다.

▶‘공지천재즈페스타’

커피 향을 따라 걷다보면 이번에는 재즈 선율이 이어진다. 공지천재즈페스타에서는 사흘간 국내외 재즈 아티스트 공연과 신진 뮤지션의 프린지 무대가 이어진다.

첫날인 9일에는 Noh&Ye Duo, 안현빈 Quartet, MJ collective의 공연에 이어 저녁에는 김예중밴드, 9&4(구앤사), 알토 포 투(Alto for Two)가 무대에 오른다. 10일에는 박성은 트리오, 온더러그, 전재근 트리오에 이어 호뱅송 쿠리 MŸA(Robinson Khoury MŸA), HEOLOGY, 정미조가 공지천의 가을밤을 채운다.

마지막 날인 11일에는 박수진·조에스더 듀오, 이관우 퀄텟, 걷다가 바다(Caminhada Mar)가 낮 공연을 선보인다. 오후 5시 온의스테이지에서는 재즈평론가 김진묵이 진행하는 렉처 프로그램 ‘김진묵의 재즈가 뭐라구?’가 열려, 임은혁의 시범 연주와 함께 재즈의 특징과 감상법을 쉽고 흥미롭게 풀어낸다. 이어 저녁에는 프랑스 재즈 보컬리스트 카미유 베르토(Camille Bertault), 버브(VERB), 박주원&집시밴드가 축제의 대미를 장식한다.

메인 공연이 끝난 뒤에도 축제의 밤은 이어진다. 9~10일에는 하데스와 감자아일랜드에서 유료 심야 프로그램인 ‘미드나잇 재즈클럽’을 운영한다. 가까운 거리에서 뮤지션의 연주를 즐기는 지역 공간 연계 공연으로, 공지천에서 시작된 재즈의 밤을 도심 곳곳으로 확장한다.

지역 먹거리 업체 13곳이 참여하는 ‘공지포차’와 우드마그넷·꽃엽서·북바인딩 등 취향을 직접 만들고 나누는 ‘취향마켓’도 상시 운영돼 축제의 즐길 거리를 더한다.

공지천과 이어진 의암호 자전거길
공지천과 이어진 의암호 자전거길

▶‘호수정원페스타’

커피와 재즈 사이에는 호수를 품은 정원이 펼쳐진다. 춘천호수정원페스타는 공지천의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시민과 지역, 정원 관련 기업·기관이 함께 만드는 정원문화 축제이다.

시민과 학생 등으로 구성된 10개 팀이 각자의 개성과 아이디어를 담아 시민정원 10곳을 조성한다. 시민이 단순한 관람객을 넘어 정원을 직접 만들고 함께 즐기는 정원문화를 선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대림원예종묘와 제이드가든, 남이섬, 초록에서 등 정원·조경 관련 기업도 참여해 전문성과 브랜드 특색을 담은 기업정원을 조성한다. 기업별 전문 분야와 브랜드 특성을 반영한 정원을 통해 새로운 정원문화와 정원산업을 한자리에서 보여준다.

춘천 남이섬
춘천 남이섬

호수정원라운지에서는 춘천의 호수와 정원을 주제로 한 전시와 체험을 선보이며, 씨드밤과 테라리움, 자연 촉각, 사쉐(향 주머니) 만들기, 정원 드로잉 등 시민 참여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정원산업의 충추적인 열할을 담하는 국립정원소재센터도 참여해 기관을 소개하고 우리꽃전시회 출품작을 선보이며, 간단한 체험 참여자에게 기념품을 선물할 예정이다.

춘천 추억만들기 시즌2가 열리는 것이다.

춘천시와 춘천문화재단은 공지천호수축제를 통해 공지천을 단순히 찾고 지나가는 공간이 아니라, 낮부터 밤까지 머무르며 즐기는 체류형 문화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다.

지역의 커피·먹거리 업체와 정원기업, 시민이 축제에 함께 참여해 지역 문화와 상권에도 활기를 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abc@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