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지니뮤직 제치고 韓시장 3위

‘무료’ 총공세…네이버 협력 가시화

멜론 턱밑 추격, 국내 콘텐츠 비상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의 상승세가 가파르다. 지난해 10월 ‘무료 요금제’를 출시하는 등 총공세 끝에 4년 만에 이용자 수를 무려 8배나 늘렸다. [스포티파이 유튜브]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의 상승세가 가파르다. 지난해 10월 ‘무료 요금제’를 출시하는 등 총공세 끝에 4년 만에 이용자 수를 무려 8배나 늘렸다. [스포티파이 유튜브]

2021년 스포티파이가 한국에 막 진출했을 당시 국내 뮤직 스트리밍은 멜론이 절대 강자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용자 수는 무려 15배 차이였다. 아무리 글로벌 1위 스포티파이라고 해도, 멜론이 주도하는 국내 시장의 판도는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불과 4년 만에 시장의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다. 이용자 40만명대에 그쳤던 스포티파이는 이를 약 330만명까지 끌어올리고 토종 플랫폼 지니뮤직(260만명)을 제쳤다. 스포티파이의 바로 앞은 이제 멜론(601만명)이다. 이용자 확대에 가속이 붙고 있는 스포티파이의 기세라면 턱밑 추격도 시간문제다. 네이버와 협력을 통해 막강한 국내 ‘우군’도 얻었다. 절대 깨지지 않을 것 같은 멜론의 ‘벽’까지 위협하고 있다.

▶스포티파이 ‘무료’ 내걸고 총공세…네이버 ‘우군’까지 확보=19일 애플리케이션 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스포티파이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329만명이었다. 유튜브 뮤직(979만명)·멜론(601만명)에 이어 3위였다.

스포티파이는 ▷2021년 46만명 ▷2022년 69만명 ▷2023년 100만명 ▷2024년 142만명 ▷2025년(4월 현재) 329만명으로 이용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며 국내 시장을 야금야금 장악해 왔다.

특히 지난해 10월 ‘무료 요금제’ 출시를 내놓고 공격적인 총공세를 펼치면서 이용자 증가세가 가팔라졌다. 스포티파이는 광고를 보면 음악을 무료로 들을 수 있는 ‘스포티파이 프리’를 국내에 선보였다. 당시 한 달 만에 이용자가 60% 가까이 증가하면서, 이용자 확대에 탄력이 붙었다.

네이버와 협력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해지면서 스포티파이의 점유율 확대가 더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앞서 네이버는 자사 쇼핑 멤버십 서비스에 스포티파이를 포함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는 국내 대표 포털 기업으로, 국민 대다수가 쓰는 생태계를 보유하고 있다. 1000만명이 넘는 유료 회원을 가진 네이버 멤버십에 포함될 경우, 2위 멜론을 앞지르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 해외 플랫폼이 네이버와 제휴를 통해 사용자 유입에 톡톡히 효과를 보고 있다. 넷플릭스도 앞서 지난해 11월 네이버와 제휴를 맺고, 네이버 쇼핑 멤버십을 통해 월 4900원에 넷플릭스 광고형 스탠다드 요금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신규 가입 유입 효과도 적지 않았다. 최윤정 넷플릭스 사업개발부문 디렉터는 지난달 28일 ‘네이버 넷플릭스 밋업’ 행사에서 “유입된 사용자 중 실질적인 경제 활동 주체로 볼 수 있는 30~40대의 비중이 높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네이버와 제휴 직전 넷플릭스의 MAU는 1300만에서 1000만대까지 줄어들었다가, 네이버와 협력한 지난해 11월을 기점으로 회복세를 보였다.

▶OTT 시장 전철 밟는 뮤직 스트리밍 시장…토종 앱은 ‘초비상’=유튜브 뮤직에 이어 스포티파이까지 최근 공격적으로 국내 시장을 장악해 가면서, 콘텐츠 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한때 웨이브가 1위였던 국내 온라인동영상플랫폼(OTT) 시장을 넷플릭스에게 완전히 내준 것처럼, 뮤직 스트리밍의 시장이 그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된다.

지난달 기준 넷플릭스의 MAU는 1406만명이다. 2위인 쿠팡플레이(682만명)와 두 배 이상이나 된다. 비교가 무의미할 정도로 넷플릭스의 독주다. ▷티빙(682만명) ▷웨이브(682만명) ▷디즈니플러스(233만명) ▷왓챠(46만명)와도 격차가 어마어마하다.

시장 1위였던 토종 앱 웨이브는 4위로 밀려 티빙과 합병을 앞둔 처지다. 쿠팡플레이·티빙이 선전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이미 넷플릭스가 장악한 시장 판도를 뒤집기는 역부족인 상태다. 막대한 자본력과 생태계를 무기로 넷플릭스 ‘쏠림’이 극심해질수록 경쟁은 더욱 어려워진다.

업계 관계자는 “뮤직 스트리밍 시장의 양상이 OTT를 완전히 닮아가고 있는 형국”이라며 “그나마 OTT는 국내 토종 서비스가 디즈니플러스에는 앞서있지만 뮤직 플랫폼은 유튜브 뮤직에 스포티파이까지 가세해 상위 1·2위를 모두 내줄 판”이라고 토로했다.

자칫 각종 규제 이슈로 국내 토종 플랫폼만 역차별에 놓이게 될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외교 등의 문제로 글로벌 플랫폼은 규제에서 비껴가고 국내 플랫폼만 역차별에 놓이는 규제 환경이 우려스려운 대목”이라며 “플랫폼산업의 특성상 한 번 주도권을 잃으면 이를 회복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 주도권을 지키는 것이 시급한 시기”라고 말했다.

박세정·차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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