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율 관세와 제재를 주고받으며 사실상 교역 단절 수준에 이른 미국과 중국이 곧 고위급 대화를 재개할 전망이다. 7일 양국 정부가 각각 발표한 내용을 종합하면 대표단은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가 각각 이끌게 되며, 스위스에서 이번 주 후반쯤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중국 외교부는 허리펑 부총리가 9~12일 스위스를 방문해 양국 간 경제무역 협상에서 중국 측 대표로 미국 측 대표인 베선트 장관과 회담할 예정이라고 이날 밝혔다. 미국 재무부와 무역대표부(USTR)도 같은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2기 출범 후 양국 고위급이 사실상 처음 테이블에 마주 앉게 되는 것이지만, 시작 전부터 신경전이 치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중국과 현재 전혀 무역을 하고 있지 않고 그들의 경제는 크게 고통받고 있다”며 “중국은 협상을 원하고 만나길 원한다. 우리는 적절한 시점에 만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중국 상무부는 “최근 미국 고위 인사들이 관세조정 가능성을 시사하며 다양한 채널을 통해 중국 측에 접촉 의사를 전달해왔다”며 “미국이 제공한 정보를 신중하게 평가한 끝에 미국과의 협력에 동의하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양자 공히 상대가 더 아쉬운 상황이라는 점을 부각시킨 것이지만, 이대로라면 쌍방 모두 패자가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국제적인 여론이다.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기업과 투자자, 노동자들은 고통을 견디는데 익숙하지만, 미국은 금융시장이 혼란스럽거나 중국산 생활용품이 부족한 상황을 버텨낼 수 있을지 새로운 시험대에 맞닥뜨렸다고 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도 중국의 경우 자국민이 미국인보다 경제적 고통을 더 잘 견딜 수 있다고 믿는데다, 미국은 동맹국의 전폭적 지지도 받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통을 견디는 경쟁에서 결국 미국이 패배할 수 밖에 없다는 게 공통된 분석이다. 반면, 중국 측으로서도 관세 전쟁 출구를 찾기 위해 합성마약인 펜타닐 대응과 관련한 대화를 미국에 제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도 있었다.

미중 협상은 트럼프발 관세 전쟁의 ‘분수령’으로 꼽힌다. 대미협상이 진행 중인 한국으로서도 마찬가지다. 한미 간 협상이 성공적으로 끝나도 미중 간 100% 넘는 관세를 부과하는 통상갈등이 계속되면 한국 성장률이 약 0.5%포인트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도 이미 제기됐다. 우리로선 미중 간 협상 전개를 예의 주시하고, 상황별 대응 전략에 기초해 한미 협상 속도와 내용도 조절해야 한다. 통상협상이 ‘눈치 작전’과 ‘치킨 게임’이 된 마당에, 전략적 인내와 타이밍 싸움이 한층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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