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의 시선 보내는 금통위
[헤럴드경제=정순식 기자] 기준금리 1.25%의 역대 최저 금리는 역대 최고 수준의 가계 부채를 견인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 2월 서울과 수도권 그리고 지난 5월에는 전국으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확대 적용했지만 고삐풀린 가계부채는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모양새다.
여기에 저금리에 갈 곳을 잃은 유동성이 단기 투기 자금의 형태로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어 가계부채의 증가세는 향후에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은에 따르면 가계 부채는 2013년 2분기부터 11분기 연속 사상 최대 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분기 기준 가계 부채도 한은이 가계신용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2년 4분기 이후 최대 규모의 부채 규모를 자랑한다.
가계 부채의 급증은 불과 최근 5년 사이의 일이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지속적으로 내려감에 따라 가계부채가 꾸준히 증가해 온 탓이다.
2011년에는 가계부채 총액이 1000조원에 못미쳤었다. 당시 916조원이던 가계 빚은 2013년 1019조원으로 1000조원을 처음으로 넘어선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1200조원을 넘어섰다.
한국의 가계 부채 규모는 전 세계적으로 볼 때도 상당히 높은 수준을 기록 중이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3년째 1위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제결제은행(BIS)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88.4%로 1년 전보다 4%포인트 증가했다. 비교 대상 18개 신흥국 중 1위를 기록했다. 조사 대상 42개국 가운데서는 3위였다.
이같은 가계 부채의 증가는 단연 주택을 기반으로 한 대출이 절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사상 초유의 저금리, 천정부지의 전세 가격에서 파생된 주거난, 오랜 불경기 등의 3박자가 겹치며 대한민국 가정들의 빚 규모를 늘려가고 있다.
특히 저금리와 주거난은 상호 작용을 일으키며 가계 부채의 증가에 상당한 압력을 가하고 있다.
이는 주거난에 직면한 이들이 대거 주택 구매 행렬에 나서며 급증하는 주택담보대출 통계에서도 증명되고 있다.
실제 전통적 비수기로 꼽히는 7월에 주택담보대출이 4조원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ㆍ신한ㆍ우리ㆍKEB하나ㆍ농협ㆍ기업 등 6대 은행의 7월말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367조516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인 6월(363조3147억원) 보다 4조2018억원 증가했다.
이는 관련 통계를 알 수 있는 2010년 이후 7월 증가분으로 최대치다. 정부가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지난 5월부터 전국적으로 확대 적용했지만 대책이 약발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자 한은 금통위원 내부에서도 가계부채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이 금리를 본격적으로 인상할 경우 부동산을 중심으로 이뤄진 가계대출의 부실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한은이 지난 2일 공개한 금통위 의사록에서 금통위원들은 지난달 14일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동결한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이런 견해를 밝혔다.
A위원은 “최근 서울 일부 지역 등의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며 “앞으로 다른 지역으로의 가격 불안 확산 가능성에 유의해 부동산 시장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급증세를 보인 집단대출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재건축 아파트 시장의 활황세와 관련된 집단대출 증가가 앞으로 부실화될 가능성을 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B위원도 “가계대출이 높은 증가세를 지속하는 상황에서 가계대출과 연관성이 높은 주택가격이 국지적이지만 큰 폭으로 상승한 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관한 불확실성 등으로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가계부채 증가세와 주택시장 상황, 브렉시트 파급영향 등을 주의 깊게 살피고 금융안정에 한층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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