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의제 설정·7월 실질적 기한 도입 의의”
방위비 언급 없었지만 “추후 반드시 나올듯”
취임 100일 계기 압박수위 더 높일 가능성
[헤럴드경제=양영경·김용훈 기자] “우리가 미국에 제안한 것들을 공개하지 않았기에 여전히 불확실성도 크다고 볼 수 있다.”, “전반적인 협상 주도권이 미국 측에 있는 상황이다.”
국내 통상 전문가들은 지난 24일(현지시간) 한미 재무·통상 수장 간 ‘2+2’ 협의에 대해 협상의 물꼬를 트면서 7월 초까지 대응시간을 벌었지만 ‘트럼프 불확실성’에서는 여전히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를 내놨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및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에 참석차 미국 워싱턴D.C를 방문중인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함께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재무부에서 열린 ’한-미 2+2 통상협의(Trade Consultation)‘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 산업부 장관, 최 부총리,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연합]](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4/27/rcv.YNA.20250424.PYH2025042422840001300_P1.jpg)
한미는 이날 진행된 협의에서 ▷관세·비관세 조치 ▷경제안보 ▷투자 협력 ▷통화·환율 정책 등 4개 분야로 의제를 좁히고 미국 ‘상호관세 유예조치’가 종료되는 7월 초까지 ‘패키지 합의’를 추진하기로 했다. 모든 이슈를 아우르는 일괄타결을 시도하겠다는 것으로, 한국의 차기 대통령 선거(6월3일) 이후 협상을 마무리 짓는 수순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이번 협의는 네 가지 핵심 의제를 명확히 설정하고 ‘7월 패키지’라는 실질적 기한을 도입함으로써 체계적인 협상 로드맵을 구축한 점이 돋보인다”면서도 “다만, 전반적인 협상 주도권이 미국 측에 있는 상황이고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한 행보가 여전히 주요 변수로 남아있어 향후 면밀한 대응과 리스크 관리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우리 정부 말대로만 간다면 참 좋겠지만 미국에 제안한 것들을 공개하지 않았기에 불확실성도 크다”면서 “특히 미국 측 무역협상을 이끄는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이 ‘한국 정부가 최선의 제안(A game)을 가져왔다’고 언급한 것을 보면 미국이 만족한 제안을 한 것 같은데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고 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로즈 가든에서 관세에 관한 연설을 하면서 ‘대외 무역 장벽’ 문서를 들어올리고 있다. [로이터]](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4/27/news-p.v1.20250423.ffcbeb5d1c8345c79b7cc97b280366d0_P1.jpg)
미국의 상호·품목 관세 조치와 관련해 우리 측의 우려를 전달했을 뿐 방향성까지 논의하지 못한 점이 불확실성으로 남았다는 평가도 있다.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박태호 법무법인 광장 국제통상연구원장은 “공개하지 않은 내용이 있을 수 있지만 1단계 협의를 하고 양측 입장을 밝힌 것에 불과하다”며 “우리는 상호관세와 품목관세를 철폐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미국 측에서 요구한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상황이라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협의에서 방위비 증액 문제가 관세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되지 않은 건 다행이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압박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우리 정부는 통상·안보 투트랙으로 간다는 입장이었지만 얘기를 안 한 게 반드시 좋은 것 같지는 않다”면서 “추후 방위비 얘기는 반드시 나올 것이고 그때 더 많은 압박을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5일 공개된 인터뷰에서 주한미군을 언급하며 “우리는 군대를 위해 수십억달러를 내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방위비는 관세 협상과 별도로 다룰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별도로 진행하기로 한 환율협상에서도 ‘약달러’를 위해 직·간접적인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는 관측도 이어진다. 환율은 수출입 가격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점에서 통상 전반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달 29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정책 성과를 내보이기 위해 향후 이어지는 실무 협의 등에서 압박 수위를 더 높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측은 한미 통상협의 직후에도 서둘러 합의하려는 모습을 보이며 우리 측과 온도 차를 보이기도 했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은 “최대한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방향으로 협상이 되고 있다는 모습을 만들어 가려고 할 것”이라고 봤다. 김태황 교수는 “여론에 선전할 만한 성과를 내지 않으면 관세 정책에 대한 불신과 반대 여론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트럼프 대통령이) 우려할 수 있다”면서 “우리는 중장기적인 의사결정이 필요한 것을 양보패키지에 넣으려고 하겠지만, 미국은 투자 참여나 방위비 등 바로 홍보할 수 있는 걸 원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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