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경선 B조 토론서 ‘韓 대 羅李洪’ 구도

韓, 尹비상계엄·탄핵 입장 물으며 압박

국정농단 수사·당원게시판 논란 언급도

20일 서울 강서구 ASSA아트홀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1대 대통령 후보자 1차 경선 조별 토론회에서 B조 후보들이 시작 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철우·나경원·홍준표·한동훈 후보. 2025.4.20 [국회사진기자단] [연합]
20일 서울 강서구 ASSA아트홀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1대 대통령 후보자 1차 경선 조별 토론회에서 B조 후보들이 시작 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철우·나경원·홍준표·한동훈 후보. 2025.4.20 [국회사진기자단] [연합]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국민의힘 대선 경선 토론에 나선 나경원·이철우·한동훈·홍준표 후보가 12·3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문제 등을 놓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한 후보는 20일 서울 강서구 ASSA아트홀에서 열린 1차 경선 조별 토론회(B조)에서 ‘사회 통합’을 주제로 토론을 하던 중 “이번 선거는 계엄으로 인해 하게 된 선거이기 때문에, 불편하지만 계엄에 관한 질문을 우리 정치인들에게 국민들이 하실 수밖에 없다”며 계엄과 탄핵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거듭 밝혔다.

한 후보는 “저는 우리 당이 배출한 대통령이 한 것이라 하더라도 비상계엄은 불법이라고 봤고, 그래서 앞장서서 막았다”며 “비상계엄에 반대하지만 탄핵할 정도는 아닌 경미한 과오라고 생각하시는 국민들도 계시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어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다”면서도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 저는 그 영역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 후보는 B조 주자 중 유일하게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인물로, 그가 다른 주자들에게 관련 입장을 물으면서 비교적 조용히 진행됐던 토론회의 분위기가 급변했다. 홍 후보는 계엄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도 “실질적으로 피해가 없었다. 2시간의 해프닝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한테 자진하야 할 기회를 주자고 이야기를 한 것”이라며 “정치적 책임을 지고 자진하야 하라는 말”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한 후보의 물음에 “탄핵소추를 안 했으면 헌법재판을 받을 필요가 없지 않나”라며 “왜 경솔하게 탄핵에 들어갔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당시 친한(친한동훈)계 의원들이 중심이 된 이탈표로 가결된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 후보는 “한동훈 후보가 지금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나”라며 “지금 우리 당 후보로 나왔다는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한 후보는 나 후보에게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 거론된 ‘윤석열 신당’에 대한 입장을 묻기도 했다. 나 의원은 “왜 대통령 경선하는데 윤석열 대통령을 자꾸 끌어들이냐”며 “저는 한 후보가 내란몰이 탄핵을 선동한 것 때문에 정말 이 지경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그 당시 대통령이 내란을 자백했다 하면서 사실 내란몰이 탄핵을 선동하는데 가장 앞장섰다”며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했다.

20일 서울 강서구 ASSA아트홀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1대 대통령 후보자 1차 경선 조별 토론회에서 B조 후보인 나경원(왼쪽)-한동훈 후보가 인사하고 있다. 2025.4.20 [국회사진기자단] [연합]
20일 서울 강서구 ASSA아트홀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1대 대통령 후보자 1차 경선 조별 토론회에서 B조 후보인 나경원(왼쪽)-한동훈 후보가 인사하고 있다. 2025.4.20 [국회사진기자단] [연합]

李 “보수 궤멸 장본인 한동훈”…羅 “대선 후보 관둬라” 맹공

한 번 불붙은 신경전은 계속됐다. 이 후보는 자신의 차례가 되자 “박근혜 때도 적폐 청산을 해 가지고 보수가 거의 궤멸되다시피 했다”며 “그 장본인이 여기 있는 한 후보 아닙니까”라고 했다. 한 후보가 과거 검찰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함께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을 직접 수사해 유죄 판결을 이끌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이 후보는 “가짜 뉴스 때문에 당하는데 칼춤을 춘 사람이 있고, 화양연화라고 하고, 그렇게 즐기던 사람이 우리 당 후보로 와 있다고 하는 것이 저는 굉장히 부끄럽게 생각한다”고도 했다.

배톤을 이어받은 나 후보는 한 후보를 향해 “그동안 좋은 자리도 많이 하셨는데, 보수 통합을 위해서 이번에 대통령 후보는 좀 그만두시고 헌신하시면 어떻겠나”라고 물었다.

한 후보는 “저는 나경원 후보님의 정치를 응원하겠다”며 우회적으로 거절했지만 나 후보는 “하시겠습니까, 안 하시겠습니까”라며 재차 답변을 촉구했다. 한 후보는 “지금 상황에서 제가 꼭 필요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고, 나 후보는 “헌신하거나 희생하시지 않겠다고 했는데, 저는 사실 이번에 한번 헌신하시면 굉장히 큰 정치적 자산이 되시지 않을까, 그래서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나 후보는 홍 후보와 토론하던 중 “우리 당의 게시판도 인지전 때문인지 뭔지 모르겠는데, 댓글 게시판 논란 아실 것”이라며 지난해 한 후보가 당 대표 시절이었을 당시 불거진 일명 ‘당원게시판 논란’을 언급하기도 했다.

20일 서울 강서구 ASSA아트홀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1대 대통령 후보자 1차 경선 조별 토론회에서 B조 이철우 후보가 발언하고 있다. 2025.4.20 [국회사진기자단] [연합]
20일 서울 강서구 ASSA아트홀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1대 대통령 후보자 1차 경선 조별 토론회에서 B조 이철우 후보가 발언하고 있다. 2025.4.20 [국회사진기자단] [연합]

‘키높이 구두’ 질문에 불붙은 韓·洪

당초 충돌이 예상됐던 홍 후보와 한 후보는 “선배님 좋아합니다(한 후보), “옛날에는 그랬지만 지금은 좋아한다(홍 후보)” 등 덕담을 주고 받으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홍 후보는 한 후보에게 “내가 정치 대선배다. 어떤 말씀 묻더라도 고깝게 듣지 마시고 앞으로 정치 계속 해야 하니까 편하게 답변 달라”며 “키도 큰데 뭐하러 키높이 구두를 신느냐”고 물었다. 홍 후보는 이 질문이 자신의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 올라온 질문이라고 했는데, 한 후보는 “청년이 아니신 거 같다”며 애둘러 불쾌감을 표현했다. 그럼에도 홍 후보는 “그 다음에 생머리냐, 보정 속옷을 입었느냐, 이 질문도 유치해서 안 하겠다”고 했고, 한 후보는 “유치하시다”라고 받아쳤다.

홍 후보는 한 후보에게 “경선을 하는 목적이 이재명을 잡을 사람을 뽑는 선거”라며 “한 후보는 법무부장관으로 계실 때 이재명을 못 잡아넣어서 사법적으로 패배했다. 당 비대위원장으로 있으면서 총선에 참패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한 후보는 “제가 체포동의안을 통과시켰다. 여소야대 상황에서도”라며 “제가 총선은 졌지만 그 이후 당대표를 63%로 당선되면서 그 평가를 받았다”고 했다.

홍 후보는 “이번에는 이재명을 어떻게 잡을 생각이냐”, “배신자 프레임을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라고 압박했다. 한 후보는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를 같이 극복할 수 있는 사람이 이번 선거를 이길 수 있다”며 “그건 저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20일 서울 강서구 ASSA아트홀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1대 대통령 후보자 1차 경선 조별 토론회에서 B조 홍준표 후보가 발언하고 있다. 2025.4.20 [국회사진기자단] [연합]
20일 서울 강서구 ASSA아트홀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1대 대통령 후보자 1차 경선 조별 토론회에서 B조 홍준표 후보가 발언하고 있다. 2025.4.20 [국회사진기자단] [연합]

soho0902@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