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전기요금 누진제를 둘러싼 논란이 폭염만큼이나 뜨겁다. 전기 사용량은 폭염이 이어지면서 사상최대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8일 오후 2시15분 순간 최고전력수요는 8421만㎾로, 지난달 26일 기록한 종전 여름철 최고 수치 8111만㎾는 물론 역대 최대전력수요인 지난 1월21일 8297만㎾을 훌쩍 넘어섰다.
9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번 주와 다음 주에는 휴가를 갔던 사람들이 돌아오는 데다 우천 소식도 없어서 전력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전기요금 누진제로 인해 다음달에 ‘전기요금 폭탄 고지서’를 받을 가정이 대거 나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현재 가정용 전기요금은 6단계로 1단계는 킬로와트시(kWh) 당 전력량요금이 60.7원이지만, 6단계에 들어서면 709.5원으로 11.7배가 뛴다. 정부는 2007년 전력을 많이 쓰는 가정에 높은 요금을 부과해 전기사용 절약을 유도하고 전력을 적게 쓰는 저소득 가구의 전력 요금은 낮춰 소득 재분배 효과를 내기 위해 누진제를 처음 적용했다.
▶누진제 도입 10년, 개편 필요성 제기=학계와 전문가들은 전기 요금제 개편이 필요하다는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누진제의 취지였던 소득 재분배 효과는 점점 떨어지는 반면, 오히려 저소득층에만 절약을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조성진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과 박광수 선임 연구위원은 ‘주택용 전력수요의 계절별 가격탄력성 추정을 통한 누진 요금제 효과 검증 연구’ 논문에서 “가구당 전력소비가 증가하면 이런 추세를 반영한 누진구간이나 누진 배율의 조정이 필요함에도 10년간 전혀 변화가 없었다”며 “적정원가를 반영한 요금구조보다 소비절약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현행 제도가 저소득층에게 유리한 제도라고 말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저소득층에는 복지할인요금이 적용되긴 하지만, 장애인 가구처럼 전력사용이 많을 수밖에 없는 가구는 결국 누진제로 인해 원가 이상의 요금을 내야만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윤태연 에너지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주택용 전력수요 계절별 패턴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현행 체계에서 가장 많은 혜택을 받는 대상은 고소득 1인 가구”라면서 “구조적으로 전력소비가 많을 수밖에 없는 가구는 저소득층이라고 해도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앞으로 기저발전 증가 등으로 전력 도매시장가격이 하락하고 전기 원가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돼 저소득 가구에 대한 비용 지원 효과는 더욱 축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산업용 소비 비중, 가정용 4배 넘어=국제에너지기구(IEA)는 ‘핵심 전력 경향’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 전체 전력소비에서 산업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53.3%(2014년 기준)에 달했지만, 가정 부문의 비중은 12.9%에 불구하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는 OECD의 일반적인 전력소비 행태와는 다른 모습이다. 전체 OECD 전력소비 경향을 보면 산업용 소비 비중이 32.0%, 가정용이 31.3%로 엇비슷했다.
보고서는 “산업용 전력소비 비중이 가정용의 네 배 이상에 달하는 것은 일반적인 흐름과는 다른, 한국만의 특이한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가정의 전력소비가 상대적으로 적은 주요한 이유 중 하나는 가정용 전기요금에만 6단계 누진제를 부과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3단계가 넘어가면 전기요금이 두 배, 네 배로 뛴다. 이 때문에 일반 가정에서는 찜통더위에도 선뜻 에어컨 틀기를 망설이는 상황이 계속 이어진고 있다. 바로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강하게 나오는 이유다.
산업부는 “누진제 개편은 서민들에게 부담이 커지는 상황으로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개편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누진제 개편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미 정치권에서는 전기요금 체계를 바꾸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국민의당은 누진제 구간 6단계에서 4단계로 줄여 가계 부담을 완화하고 대신 전기를 많이 쓰는 기업에 요금을 더 물리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oskymoon@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