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시간 의자에 앉아 책과 씨름하는 수험생들

-책상 높이·등받이 각도·올바른 자세…척추 건강이 곧 경쟁력

지난주 리우 올림픽이 2주간의 대장정에 돌입했다. 현지와 12시간의 시차가 있어 본방 사수가 쉽지 않지만 무더위를 한방에 날려버리는 한국 선수들의 선전에 대한민국이 들썩이고 있다.

그러나 올림픽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은 이들이 있다. 100일 앞으로 다가온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러야 하는 수험생들이 바로 그들이다. 월드컵과 같이 세계적으로 이목이 쏠리는 대회가 있으면 남자 수험생들의 성적이 떨어질 수 있다고 아들을 둔 학부모들은 벌써부터 걱정이 태산이다.

말을 물가로 끌고 갈 수는 있지만, 물을 마시게 할 수는 없는 법. 국가대표 선수들이 무더위 속에서도 비지땀을 흘리며 젖먹던 힘까지 내며 자신의 역량을 다하듯이 수험생들도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발휘하기 위해 마지막 피치를 올릴 시기다. 이때 체력이 받쳐주지 못하면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도 의미가 없다. 그만큼 건강관리가 중요해 지는 이유이다. 특히 ‘세븐ㆍ일레븐(7ㆍ11, 아침 7시부터 밤 11시까지 공부하는 모습을 일컬음)’하는 수험생들은 척추 건강에 신경을 써야 한다.

수능, 100일간의 ‘책상 레이스’

▶장시간 앉아 있으려면 편안한 의자는 기본=컵 모양에 따라 담긴 물의 형태가 변하듯 앉는 의자에 따라 자세도 변한다. 그만큼 올바른 의자는 척추건강에 중요하다. 우선 올바른 의자는 우선 앉으려는 사람이 앉아서 불편하다는 느낌이 없어야 한다. 앉았을 때 불편하다는 느낌이 든다면 그것은 좋은 의자가 아니다.

또 좋은 의자는 의자 바닥의 높이가 깊숙이 앉았을 때 발바닥이 땅에 모두 닿고 무릎은 90도 정도로 유지되는 높이가 좋다. 너무 높으면 발바닥이 땅에 닿지 않거나 엉덩이를 의자 깊이 넣지 못해 등받이에 등을 기대지 못하게 된다.

의자 바닥의 길이는 깊이 앉았을 때 허벅지를 편안하게 받쳐줄 수 있어야 하지만 무릎을 굽히는데 지장이 없을 정도의 길이가 좋다. 의자 바닥이 너무 길면 무릎을 90도로 굽힐 수 없고 의자 바닥이 너무 짧으면 허벅지를 안정되게 받쳐주지 못해 척추에 무리가 간다.

의자 바닥은 적당히 폭신해 엉덩이에 과도한 압력이 가지 않는 의자가 좋다. 너무 딱딱하면 엉덩이에 한 곳이 압력을 받게 돼 불편하고 너무 푹신하면 척추 하부가 불안정해진다. 의자 바닥은 땅과 평행하거나 10도가량 뒤로 기울어 있는 것이 좋다. 앞으로 기울어진 의자는 몸이 앞으로 흘려내리는 힘을 받아서 오래 앉으면 쉽게 피로해지고 과도하게 뒤로 기울어진 의자는 책을 보기 위해 허리를 굽은 자세로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공부할 때 사용하는 의자로 적합하지 않다.

등받이는 의자 바닥과 100~110도 가량을 이루는 것이 좋다. 허벅지와 허리의 각도가 100도가 넘을 때 척추로 가는 압력이 줄어든다. 하지만 너무 상체가 뒤로 젖혀지는 의자는 책을 보기 위해 허리를 굽혀야 하기 때문에 척추에 도리어 과도한 압력을 가하게 된다.

등받이의 높이는 등과 팔을 연결하는 삼각형의 넓적한 뼈인 견갑골 하부까지 받쳐 줄 수 있는 것이 좋다. 이보다 낮으면 척추 주변 근육이 쉽게 피로해질 수 있다.

책상의 높이는 앉았을 때 팔꿈치보다 5㎝가량 높은 것이 적당하다. 너무 높거나 낮으면 역시 척추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발은 안정되게 놓아서 하체의 무게를 발을 통해 땅으로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잘 미끄러지는 바닥에서 바퀴가 달린 의자에 앉으면 발을 안정되게 놓을 수 없어 적합하지 않다.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 자신에게 맞는 의자를 찾는 것이 어렵다면 쿠션을 이용해 몸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조정하는 것도 방법이다.

장봉순 서울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건강은 엄청난 고가의 건강식품이나 하루에 서너 시간씩 해야 하는 운동으로만 지켜지는 것은 아니다”며 “우리가 갖고 있는 잘못된 생활 습관을 고치는 것만으로도 몸에 무리가 가는 것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올바르게 앉아야 오래 앉을 수 있다=앉을 때는 허리를 곧게 펴고 최대한 의자 깊숙히 앉아서 등을 등받이에 기대는 것이 좋다. 허리를 굽히고 책을 보게 되면 무게 중심을 몸 앞으로 이동시켜 마치 허리가 무거운 물건을 들고 있는 효과를 갖게 된다. 우리 몸은등받이에 편안히 기댈 때 허리 주변 근육이 이완된다.

또 앉을 때 가슴을 펴고 어깨를 뒤로 당겨 등이 굽지 않도록 한다. 이런 자세는 허리를 펴는 자세와 같이 몸의 무게 중심을 척추에 가깝게 해 부담을 덜어준다.

목은 정면에서 30도 가량 아래로 숙인 자세일 때 목 주변의 근육이 가장 힘을 적게 받는다. 너무 고개를 숙이고 있으면 몸의 무게 중심을 앞으로 이동시켜 허리에 무리가 가고 목뒤 근육과 목뼈의 부담을 증가시킨다. 따라서 책을 읽을 때는 독서대를 사용하면 목에 무리를 덜 수 있다.

목을 몸 앞으로 내밀고 있는 자세는 몸의 무게 중심을 앞으로 이동시키고 목뒤 근육과 목뼈의 부담을 가중시켜 목 뒤가 뻐근해지고 쉽게 피로해진다.

책상을 앞에 두고 앉을 때는 책상에 가까이 다가앉아서 허리 등받이에 대고 곧게 펴며 가슴도 펴야 한다. 책상이 의자로부터 멀면 허리를 굽은 자세로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허리에 부담이 된다.

다리를 꼬고 앉거나 사선으로 빗겨 앉거나 바지 뒷주머니에 두꺼운 지갑을 넣어서 한쪽 엉덩이가 들려 있는 자세는 척추 뼈사이에 위치하는 디스크(추간판)의 압력을 상승시킨다. 좌우로 치우치지 않고 정면을 바라보고 골반은 기울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오래 앉아있게 되면 척추에 높은 압력을 긴 시간동안 가하는 것으로 한 시간에 5분 가량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좋다.

장 교수는 “의자에 오래 앉아 있는 것은 분명 척추에 큰 압력을 가하는 것이지만 앉는 자세에 따라 척추가 받는 힘은 크게 변한다”며 “올바르게 앉는다면 그 압력을 크게 줄일 수 있어 건강도 챙기고 공부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태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