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적 환란 속에서 정부 최고위급 경제 관료와 여당 지도부 사이에서 불협화음이 나왔다.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상법 개정안을 두고서다. 이복현 금융감독위원장이 거부권 행사에 대해 “직을 걸고라도 반대한다”고 했고 결국 사의를 표명하자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거망동 하지 말라”며 만류했다고 한다. 그러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짐 싸서 떠나야 한다”고 이 원장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국민에 볼썽 사납기 그지없는 일이다. 상법 개정안이 여야 간, 경제 주체 간 첨예한 이해 충돌 사안이고 기업경영과 주식시장에 큰 변화를 몰고 올 법안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그렇다. 백번 양보해서 정책 결정권자들간에 얼마든지 생각이 다를 수 있고 논쟁을 벌일 수 있다고 해도, 이같이 극단적이고 거친 언행이 오가는 방식이어서는 안된다. 국민에 여과없이 노출되는 일도 더더욱 있어선 안된다. 더구나 밖에선 연일 미국 정부의 관세 폭탄이 투하되고, 대내적으로는 고환율, 고물가에 집값은 뛰고 주가와 소득은 하락하며 가계부채와 재정적자는 늘고 있는 민생과 경제의 위기 상황이 아닌가.

발단은 이 원장이었다. 야당이 상법 개정안을 일방 처리한 지난달 13일 여당이 국무회의에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하자 이 원장은 “주주가치 제고와 관련한 논의를 원점으로 돌리는 형태의 의사결정은 저로서는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며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이 때 “직을 걸겠다”는 말이 나왔다. 결국 지난 1일 한 대행은 국무회의를 열어 거부권을 행사했고, 이튿날 이 원장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서 “(김병환) 금융위원장께 (사의를) 말씀드렸더니 경제부총리와 한국은행 총재께서 지금 시장 상황이 너무 어려운 데 경거망동하면 안 된다고 자꾸 말리셨다”고 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이 원장을 겨냥해 “당연히 사직서를 제출하고 짐 싸서 청사를 떠나는 게 공인의 올바른 태도”라고 기자들에 밝혔다.

정부의 재정·금융·통화정책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의 수장들은 정기적으로 열리는 거시경제·금융 현안 간담회의 구성원이다. F4(Finance 4)라고 불릴 정도로 막강하고 중요한 지위의 인사들이다. 한 마디 한 마디가 시장을 흔들 수 있다. 그런데 이들 사이의 갈등이 고스란히 생중계되다시피했다. 여기에 야당을 끝내 설득하지 못하고 정치적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집권당 원내대표까지 나서 험한 언사를 보탰다. 지금이 이럴 때인가. 뜻을 모아 전력을 다해도 모자랄 판에 이 무슨 적전분열, 오합지졸같은 행태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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