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2심)이 9일 무죄로 결론났다. 향후 10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의 1심 판결이 뒤집혔다. 항소심 재판부의 권고로 검찰 공소장 일부가 변경됐지만, 사실상 같은 사실을 놓고 1·2심이 정반대의 판단을 했다. 이 대표는 이 사건의 상고심까지 포함해 현재 8개 사건으로 5개 재판을 받고 있다. 법적 분쟁의 원인을 제공한 이 대표가 이번 판결만으로 정치적 책임을 모두 피할 순 없지만, 검찰과 법원 또한 사법 안정성을 깨뜨리고 불확실성을 키워 권위와 신뢰를 실추시킨 책임을 져야 한다.
이 대표의 2심 판결은 임박한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와 맞물려 정치적 파장이 크다. 현재 가장 유력한 대선 주자인 이 대표의 피선거권 박탈 리스크가 한층 줄었기 때문이다. 대법원의 최종심이 남았지만 일단은 이 대표가 유리한 상황인데다, 만일의 조기 대선시에도 그 전에 판결이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유력 정치인 형사 재판이 정치 판도 자체를 아예 뒤흔들어 놓게 된 것인데, 이에 앞서서는 헌재의 탄핵심판 선고일정과 내용이 이 대표의 2심으로부터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많이 제기됐다. 선고일 공지가 늦어지면서 추측과 루머는 더 난무했다.
윤석열 정부 내내 ‘정치의 사법화’가 심화됐고, 계엄과 탄핵 정국에 들어서는 ‘사법의 정치화’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쟁점 법안을 강행했고, 다수의 탄핵소추와 특검법을 밀어붙였다. 대통령실은 그 수만큼 재의요구권(거부권)으로 맞섰다. 정부와 국회, 집권여당과 거대야당이 주요 정책과 정치 사안을 대화와 협상으로 결정하지 못하고, 검찰·경찰·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의 수사와 법원·헌법재판소의 판결에 의존하게 되는 것이 ‘정치의 사법화’다. 12·3 비상계엄 이후로는 여야, 진보-보수 양 진영의 요구와 압박에 따라 수사·사법기관의 행위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비판과 의심이 정치권과 국민들 사이에서 만연했다. 수사와 재판이 특정 세력이나 진영의 정치적 이해와 논리에 좌우되면 그것은 ‘사법의 정치화’다.
정치의 사법화나 사법의 정치화는 망국에 이르는 병이다. 정치와 사법의 불신을 키우고, 국민들을 분열시키기 때문이다. 지금이야말로 그 어느 때보다도 이를 경계해야 한다. 여야는 민의와 민생만 보고 협치해야 한다. 사법기관은 오로지 상식과 사실, 법리에만 근거해야 한다. 그것이 책임정치와 법치주의를 실현하는 길이다. 당장은 헌재가 공명정대한 판결로 조속히 불확실성을 종식시키고, 여야는 어떤 결과에도 승복을 다짐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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