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지난해 중국 매출 약 65조원 기록

미주 매출 추월 1위…HBM 등 사재기 효과 톡톡

수출길 막힌 올해 매출 타격 불가피

북미 빅테크 고객사 확대 시급

삼성전자 반도체
삼성전자 반도체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삼성전자가 지난해 주요 지역 중 중국에 가장 많은 수출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이후 3년만(별도기준)에 중국 매출이 미주 매출을 추월했다. 트럼프 정부의 규제 강화를 감안, 중국 업체들이 고대역폭메모리(HBM)을 사전에 대량 매입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올해 HBM을 포함한 고부가가치 메모리 시장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현재 삼성전자의 HBM 중국 수출길은 막힌 상황이다. 북미 빅테크 고객사 확대라는 과제 해결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中 매출 전년比 53.8% ↑…HBM 사재기 영향

지난 11일 공시된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중국에서 64조9275억원(별도기준)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42조2007억원) 대비 53.8% 급증한 수치다.

중국은 주요 지역별 매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중국 64조9275억원 ▷미주 61조3533억원 ▷아시아·아프리카 33조3769억원 ▷유럽 29조967억원 ▷국내 20조2978억원 순으로 총 209조52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21년 이후 3년 만에 중국 매출이 미주 매출을 넘어섰다.

이는 국내 삼성전자 본사의 중국 수출금액이 미주 수출금액을 추월했다는 의미다. 별도기준 지역별 매출에는 베트남 등 해외 공장에서 글로벌 시장에 수출되는 스마트폰 등 세트 매출은 포함되지 않는다.

작년 중국 매출이 전년 대비 크게 늘어난 건 메모리 판매 증가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을 전후로, 중국 업체들은 관세 폭탄 시행을 우려해 삼성전자의 HBM 등 메모리 제품을 미리 대거 사들이며 물량 확보에 나섰다.

실제로 지난해 삼성전자의 주요 5대 매출처로는 애플, 도이치텔레콤, 홍콩 테크트로닉스, 수프림 일렉트로닉스, 버라이즌이 이름을 올렸다. 2023년에는 없던 중국계 반도체 유통기업인 ‘홍콩 테크트로닉스’와 대만 반도체 유통기업 ‘수프림 일렉트로닉스’가 베스트바이와 퀄컴을 밀어내고 새롭게 포함됐다. 이 두 회사는 중국 본토에 판매되는 반도체를 책임지는 유통기업으로 알려졌다.

HBM 수출길 막힌 올해가 문제…고객사 확대 시급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삼성전자 제공]

문제는 올해부터는 중국 시장에 대한 HBM 수출길이 전부 막혔다는 점이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12월 대중 수출 통제 대상품목에 현재 생산 중인 모든 HBM 제품을 추가했다. AI 반도체 개발에 필수적인 HBM을 중국이 확보하지 못하도록 통제해, 반도체 굴기를 꺾겠다는 전략이다.

미국은 자국산 소프트웨어·장비·기술 등이 사용된 제품이라면 수출통제 대상이라는 논리를 이용했다. 거의 모든 반도체 제조에는 미국 특허 기술이 사용되기 때문에 HBM 제품도 수출통제를 피해갈 수 없었다.

때문에 올해 중국 매출은 크게 꺾일 전망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AMD 등에 HBM을 납품하고 있는데, 올해는 엔비디아를 포함한 ‘큰 손’ 북미 빅테크로 고객사를 확대하는 것이 시급하다.

삼성전자는 사업보고서에서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환하고 있으며, 고용량·고사양 제품 수요대응을 위한 선단공정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며 “이를 기반으로, 서버향 DDR5, PC·모바일향 LPDDR5x 및 서버향 QLC SSD 수요 대응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메모리 평균판매가격은 전년 대비 63% 상승했다.

범용 D램 시장도 쉽지 않다. CXMT(창신메모리) 등 중국 업체들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반값 가격으로 DDR4, LPDDR4 등 구형 D램 제품을 쏟아내고 있어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지난해 삼성전자 D램 점유율은 41.5%로 전년(42.2%) 보다 소폭 축소됐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메모리 반도체 생산실적은 2조2382억4000만개(1Gb 환산 기준)로 집계됐다. 전년(1조9266억5155만개) 대비 16.2% 가량 늘었다. 가동률은 100%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파운드리 [삼성전자 제공]

올해 파운드리 사업부의 실적 부진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11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TSMC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격차는 같은해 3분기 55.6%포인트에서 59%포인트로 확대됐다. TSMC는 67.1%로 전분기 대비 2.4%포인트 상승한 반면, 삼성전자는 같은 기간 9.1%에서 8.1%로 1%포인트 하락했다.

중국의 SMIC(중신궈지)의 시장 점유율은 전분기 대비 0.5%포인트 감소한 5.5%를 기록했는데, 삼성전자와의 격차는 같은 기간 3.1%포인트에서 2.6%포인트로 좁아졌다.

실적부진에도 사상 최대 R&D·시설투자

퇴임 반도체 경영진, 최대 50억원 퇴직금 수령

한편, 실적 부진에도 삼성전자는 사상 최대치의 연구개발(R&D) 투자를 단행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R&D 비용은 총 35조원으로 전년(28조3398억원) 대비 23.4% 증가했다. 매출액 대비 R&D 비용 비중은 11.6%로, 2022년(8.2%), 2023년(10.9%)에 이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시설투자액도53조6461억원으로 집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던 전년(53조1139억원)보다 소폭 늘었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에 46조2792억원이 투입됐다.

삼성전자 소액주주 수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 총 516만210명으로 집계됐다. 2023년 말 467만2039명과 비교해 48만8171명 증가했다. 6개월 전인 지난해 6월 말(424만7611명)과 비교하면 91만2599명 늘어났다.

경계현 삼성전자 전 DS부문장. 임세준 기자
경계현 삼성전자 전 DS부문장. 임세준 기자

지난해 ‘연봉킹’은 반도체 수장에서 물러난 경계현 고문으로 나타났다. 그는 퇴직금 52억7200만원을 포함해 급여 11억8800만원, 상여 14억5300만원 등 총 80억3600만원을 받았다. 이정배 상담역(전 메모리사업부장)이 퇴직금 41억1400만원을 포함해 총 69억5000만원을 받으며 뒤를 이었다. 최시영 상담역(전 파운드리사업부장)은 퇴직금 41억5400만원 등 총 69억원을 받았다.

퇴직자를 제외한 연봉 1위는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이다. 한 부회장은 급여 16억1700만원, 상여 34억9200만원 등 총 52억4000만원을 받았다.

직원 평균 급여는 1억3000만원으로 전년(1억2000만원)보다 8.3% 늘었다.


jakmee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