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 종전 협상 착수 합의에

1300조 재건사업 본격화 기대감 ↑

국내 기업 현지 진출 본격 추진할 듯

금융사 자금지원 기반 확대 움직임도

폴란드 거점으로 접근성 확대할 계획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이 본격화되면 국내 기업의 현지 진출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금융지원 확대 움직임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건물이 심하게 파손된 우크라이나 오리히프 지역의 모습 [로이터]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이 본격화되면 국내 기업의 현지 진출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금융지원 확대 움직임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건물이 심하게 파손된 우크라이나 오리히프 지역의 모습 [로이터]

[헤럴드경제=김은희·유혜림 기자] 미국과 러시아, 우크라이나 정상이 종전 협상에 착수하기로 하면서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본격화에 대한 국내 기업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금융권에서도 관련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확대를 위한 기반 다지기 준비에 들어갔다. 특히 우크라이나와 국경이 맞닿아 있는 폴란드 진출에 속도를 내서 현지 금융 접근성을 향상시키겠다는 전략을 세우는 모양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에는 총 9000억달러(약 1300조원)에 이르는 재원이 드는 것으로 추정된다. 재건사업이 본격화하면 건설, 기계장비, 발전, 인프라 분야를 중심으로 국내 기업의 현지 진출 가능성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주요 기업은 도시 개발과 철도·공항 건설 등 다양한 프로젝트 참여를 타진하고 있다.

막연하게 여겨졌던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종전 협상 추진을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을 개시하기로 합의했고 이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통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튿날인 13일에도 푸틴 대통령의 협상 의지와 관련해 “이 사안에 대해 그를 신뢰한다. 그가 평화를 원한다고 믿는다”고 언급하며 신뢰를 표하는 등 신속한 종전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외교안보 분야 세계 최대 국제행사인 뮌헨안보회의(MSC)가 14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개막한 가운데 구체적인 종전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JD 밴스 부통령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등 미국 대표단은 이번 회의에서 연설, 패널토론 등을 통해 종전 청사진을 제시할 전망이다.

밴스 부통령은 뮌헨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도 만날 것으로 전해진다. 회의가 끝난 뒤 20일에는 키스 켈로그 우크라이나·러시아 특사가 우크라이나를 방문할 예정이다.

우크라이나 오리히프 지역 내 한 건물이 심하게 파손돼 있는 모습 [로이터]
우크라이나 오리히프 지역 내 한 건물이 심하게 파손돼 있는 모습 [로이터]

당장 폐허가 된 우크라이나 진출에는 정책금융기관이 마중물 역할을 하겠지만 민간 금융권과의 협력을 통한 자금 지원도 현지 사업 추진의 중요한 토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화를 추진 중인 금융회사로서도 사업을 확장할 절호의 기회가 될 전망이다.

주요 시중은행은 한국 기업의 우크라이나 재건시장 진출 지원을 중장기 전략으로 세우고 있다. 인접국인 폴란드 진출을 서두르는 것도 현지 방산·원전·인프라 프로젝트 지원에서 나아가 우크라이나 관련 사업 협력을 염두에 둔 움직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사회는 폴란드를 비롯한 인접국가가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의 기지로 활용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폴란드 진출에는 우리은행이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우리은행은 현재 바르샤바 지점 인허가와 관련해 폴란드 금융당국과 막바지 조율을 하고 있어 조만간 개점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우리은행은 국내 은행으로는 처음 폴란드에 지점을 두게 된다. 우리은행은 바르샤바 지점을 정식 개설하는 대로 현지 안착을 위한 각종 제반 업무를 속도감 있게 진행할 계획이다.

바르샤바 지점 개설과 현지 사업 확장에는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의지가 큰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폴란드를 거점으로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지원에도 나설 계획인데 임 회장은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이 회사 성장의 기회가 될 것이라는 언급을 여러 차례 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현지 정착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에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고 설명했다.

2023년 5월 폴란드 브로츠와프에서 열린 ‘IBK기업은행 폴란드 사무소 개소식’ 당시 모습. 김성태(왼쪽 여섯 번째) IBK기업은행장이 주요 인사들과 기념 테이프를 자르고 있다. [기업은행 제공]
2023년 5월 폴란드 브로츠와프에서 열린 ‘IBK기업은행 폴란드 사무소 개소식’ 당시 모습. 김성태(왼쪽 여섯 번째) IBK기업은행장이 주요 인사들과 기념 테이프를 자르고 있다. [기업은행 제공]

IBK기업은행도 현지 사무소의 법인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 현지 금융감독청으로부터 법인 설립 인가를 취득했으며 내년 설립을 목표로 현재 영업 인가 취득 절차를 진행 중이다. 폴란드에서 법인 설립을 추진 중인 국내 은행은 기업은행이 유일하다.

기업은행 측은 조속한 영업 인가 취득을 위해 노력하는 한편 우크라이나 재건사업과 관련해선 주요 거래 기업을 밀착 지원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지난해 3월 폴란드 페카오은행 내 코리아 데스크를 설립해 현재 운영 중이다. 페카오은행은 자산 기준 현지 2위 은행으로 기업금융, 무역금융에 특히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향후 국내 기업의 우크라이나 진출이 본격화될 경우 폴란드 데스크를 중심으로 금융지원을 해 나갈 예정이다. 중장기적으로 현지에서 입지 강화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현지 법인 또는 지점 설립도 검토할 방침이다.

하나은행은 폴란드 브로츠와프에서 독일법인의 폴란드 지점 개점을 준비 중이다. 연내 개설이 목표다. 동유럽 채널 확장을 통한 한국계 기업의 금융 수요에 대응하는 등 영업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관련 금융 지원도 기대하는 요소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폴란드가 전후 복원사업의 주요 기지로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유럽·중동지역 소재 글로벌 네트워크와 함께 복원사업 참여를 위한 한국 기업의 금융지원 수요를 지속적으로 모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의 경우 폴란드에서 사무소만 운영 중이다. 다만 유럽신한은행, 헝가리 대표사무소, 런던지점을 통해 유럽 지역에서 커버리지를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향후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관련 대규모 프로젝트 가능성 등을 고려해 현지 금융기관, 국제금융기관과의 제휴·협약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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