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일 경제부총리, 취임 후 첫 한은 방문
금융시장 급변에 정책공조 강화 취지 만남
이형일 “성장 온기 경제 전반 확산 고민”
원화 국제화와 디지털 금융 등도 논의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만나 금융·외환·부동산 시장의 위험요인을 함께 점검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두 사람은 물가·성장·금융안정이라는 공동 목표를 위해 조화로운 경제·통화정책 운용 방안도 모색하기로 했다.
이 부총리는 이날 오전 한은을 찾아 신 총재와 면담했다. 지난 22일 취임한 지 6일 만의 첫 한은 방문이다. 앞서 구윤철 전 부총리가 취임 17일 만에 한은을 찾았던 것과 비교하면 11일 빠르다.
미국 국채금리가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는 5%를 웃도는 등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두 수장이 정책 공조의 필요성에 공감해 만남을 서둘렀다는 설명이다. 이 부총리는 ‘한국은행’의 앞 글자를 서예로 형상화한 푸른색 넥타이를 매고 방문해 한은과의 ‘원팀’ 공조 의지도 드러냈다.
두 사람은 반도체 호황 등에 힘입어 수출과 투자 등 경제지표가 호조를 보이며 성장세가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주요국 금리 상승과 지정학적 위험 등 대외 불확실성이 높고, 국내에서도 민생 부담이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금융·외환·부동산 시장 간 상호 연계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데 공감했다. 거시경제 지표만 살피는 데 그치지 않고 경제 전반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점검해 위험요인을 한발 앞서 파악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협력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 부총리는 이날 면담에서 “물가·성장·금융안정을 위해 양 기관이 더욱 긴밀히 소통하면서 조화로운 경제·통화정책 운용 방안을 모색하자”고 제안했다. 또 금융·외환·자산시장을 통합적으로 점검하고 조기에 대응하기 위한 협력체계 강화도 요청했다.
신현송 총재도 대외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도 환율이 안정되고 경제 성장세가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비용 요인과 이례적인 소득 증가가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이고 금융 불균형 위험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계했다.
이와 관련, 신 총재는 “한은의 최근 통화정책 대응은 수요 측 물가 압력을 억제하는 동시에 우리 경제에 대한 신뢰를 높여 환율 안정과 비용 압력 완화로 국내 경제 기초체력을 다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의 거시건전성 정책과 함께 금융 불균형을 완화하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봤다.
원화 국제화와 디지털 금융 등 미래 과제도 논의 대상에 올랐다. 이 부총리는 “잠재성장률을 높이고 성장의 온기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도록 양 기관이 함께 방안을 고민하고 협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신 총재는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다지기 위해 물가와 금융안정을 통한 거시경제 전반의 안정이 전제돼야 한다”면서 “양 기관이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해 나가자”고 화답했다. 또 시장상황점검회의 등 기존 협력체계와 다양한 채널을 통해 소통을 이어가기로 했다.
한편 한은은 이날 오전 권민수 부총재 주재로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추석 연휴 기간 국제금융시장 움직임이 국내 금융·외환시장에 미칠 영향을 점검했다. 권 부총재는 “추석 연휴 기간 주요국 주가와 달러화의 움직임은 비교적 크지 않았지만, 글로벌 국채금리는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 변화 등으로 상당폭 상승했다”고 밝혔다.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평가다. 연휴를 전후한 23~25일 미국 국채금리는 2년물이 10bp(1bp=0.01%포인트), 10년물이 20bp 상승했다. 독일과 영국의 10년물 국채금리도 각각 14bp, 13bp 올랐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3%, 나스닥지수는 0.6% 하락했다. 달러화지수(DXY)는 0.4% 상승했다.
한국물의 움직임은 제한적이었다. 원화는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기준 미 달러화 대비 0.1% 약세를 보였다. 외환당국은 투기 세력이 손을 뻗치기 쉬운 NDF 거래가 환율 변동성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또 한국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지난 25일 23.6bp로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에 권 부총재는 “국내 경제 펀더멘털은 양호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면서도 “미국과 이란 간 협상, 주요국 재정건전성 우려, 인공지능(AI) 산업에 대한 기대 변화 등 대외 위험 요인의 전개 양상에 따라 국내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며 “각별한 경계감을 갖고 시장 상황을 면밀히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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