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단계 협상 앞두고 트럼프 ‘가자구상’ 파문

트럼프식 해법 준비 중인 이스라엘

“트럼프, 게임 자체를 바꿔버렸다”

6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휴전이 이루어진 가운데 팔레스타인인들이 가자시티 거리의 파괴된 건물들을 지나가고 있다. [EPA]
6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휴전이 이루어진 가운데 팔레스타인인들이 가자시티 거리의 파괴된 건물들을 지나가고 있다. [EPA]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가자지구 구상 논란이 휴전 상황을 악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영구적 전투 중단을 위한 협상을 앞두고 있음에도 트럼프 발언이 블랙홀이 되면서 남은 협상이 공중에 떠버렸기 때문이다.

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지구 구상을 밝히면서 가자지구 휴전 2단계 이행이 불투명해질 전망이다. 2023년 10월부터 시작된 가자 전쟁은 최근 조 바이든 행정부의 ‘3단계 휴전안’에 따라 휴전이 진행되고 있었다. 지난달 20일부터 6주간 휴전하고 인질을 교환한다는 1단계 협상이 진행 중이며 2단계 협상을 앞두고 있다.

2단계 협상은 모든 생존 인질을 석방하고 이스라엘군이 가자에서 철수해 영구적으로 휴전한다는데 합의하는 것이 목표다.

당초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미국을 방문해 구체적인 2단계 협상안을 논의할 전망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와의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가자지구를 장악해 소유할 것”이라며 “가자지구를 개발하면 중동의 ‘리비에라(지중해 휴양지)’가 될 것”이라고 말해 논란을 불렀다.

국제사회 비난에도 불구하고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가자지구가 “싸움(fighting)의 결말이 나면 이스라엘에 의해 미국에 넘겨질 것”이라고 기존 입장을 고수하기도 했다. 휴전 중재국인 카타르, 이집트를 비롯해 이스라엘, 하마스를 향한 메세지가 아닌 완전 다른 구상을 내놓은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먼저 이스라엘이 2단계 협상을 미룰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당장 네타냐후는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가자 점령 구상을 ‘놀라운 아이디어’라며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네타냐후의 최측근이자 극우파인 이스라엘 카츠 국방장관은 “해외 이주에 관심이 있는 가자 주민의 이주를” 촉진하는 계획을 마련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하마스도 시간을 벌기 위해 휴전 협상 1단계를 연장할 가능성이 있다. 2단계 협상 내용이 구체화하지 않은 가운데 하마스가 가자 지구 통제권 포기와 무장 해제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NYT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모두 시간을 벌기 위해 휴전 협상 1단계를 연장할 가능성이 있다”며 “15개월의 전쟁을 치른 하마스는 재정비할 시간이 필요하다. 극우 연립 정부가 붕괴하는 것을 막아야 하는 네타냐후는 인질 석방을 늘리기 현재의 휴전을 연장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중동 지역 전문가들도 향후 협상이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했다. 코비 마이클 텔아비브 대학교 국가안보연구소 연구원은 “그는 게임의 규칙뿐만 아니라 게임 자체도 바꿨다”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전문가 자카리아 알-카크는 “트럼프 선언은 하마스가 더 많은 지지자를 끌어들이는 최선의 마케팅 도구”라며 앞으로 하마스가 적대적으로 나올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어 그는 “트럼프의 ‘신식민주의’ 발상이 중동 전체를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binn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