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계의 슈퍼스타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가 4일 10년간의 사법리스크에서 막 벗어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만난다는 소식에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급히 일본에서 날아오면서 3자 회동이 전격 성사됐다. 손 회장과 올트먼은 바로 전날 도쿄에서 만나 합작사 설립 등을 논의했다. 그런데도 한국에서 재차 만난 것은 최근 중국의 ‘딥시크 쇼크’ 이후 AI 산업이 요동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가세가 절실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삼성으로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역점 사업인 초거대 AI 프로젝트 ‘스타게이트’(향후 4년간 5000억 달러 투자)의 주역들과 협업할 기회를 잡게 됐다. 올트먼은 “한국은 반도체 에너지 등 AI와 관련된 강력한 산업을 보유하고 있다”며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신아 카카오 대표,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 등을 만나 활발한 기술 협력을 예고했다. 한국엔 AI 기술 최대 강국인 미국과 투자 큰손인 일본과의 협력을 지렛대로 한단계 도약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번 3자 회동은 ‘한미일 AI 동맹 구축’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AI 분야에서 확실한 역할 분담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어서다. 2022년 말 챗GPT를 선보인 오픈AI는 전 세계에서 가장 앞선 AI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손 회장은 약 200조원 규모의 비전펀드를 운영하며 첨단 기술에 투자하는 글로벌 테크 업계의 큰손이다. 특히 소유하고 있는 영국 기업 ARM은 반도체 설계 분야 최고 기업이다. 데이터센터에 들어갈 AI 반도체를 설계하는 별도 조직도 갖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반도체 사업에서 고전하고 있지만, 여전히 세계 최대 메모리 생산 업체이며 AI 칩을 만들 수 있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도 갖고 있다. AI 모델을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과 가전, TV를 생산한다. AI 분야에서 뚜렷한 성과가 없는 삼성으로선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참여를 절호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현재 AI 생태계는 엔비디아와 TSMC가 주도하고 있는데, 세 기업이 힘을 합치면 또 다른 판도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AI 3국 동맹에서 한국이 더 큰 지분을 행사하려면 기업 자체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연구개발 인력 주 52시간 적용 예외를 인정해주는 반도체특별법, 초대형 데이터센터의 물적 토대인 전력망확충법 등 AI산업 관련 입법을 한시바삐 통과시켜야 한다. 내주 열리는 여야정국정협의체에서 이 안건을 우선 처리하길 기대한다. 중국의 AI스타트업 딥시크가 80억원의 저비용으로 고성능 모델을 선보인 것은 전 국가적 역량으로 인력과 인프라를 지원한 결실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