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OC=정진영 기자] 11월 11일 오전,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전거 국토종주를 시작한 대가는 혹독했다. 엉덩이는 안장에 앉아 있기 힘들 정도로 아팠고, 손바닥은 핸들을 잡자마자 저려왔다. 자동차도 장거리 주행을 할 때 정비를 받아야 하는데, 하물며 사람의 몸은 어떻겠는가. 도저히 자전거에 올라탈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기자는 숙소와 가까운 해장국집에서 아침 식사를 마친 뒤 가까운 약국에 들러 진통제를 구입해 복용하고 팔당대교로 향했다.
팔당대교를 벗어나면 남양주시로 진입한다. 남양주시와 양평군 사이를 잇는 구간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서울 구간과는 달리 이 구간은 자연 경관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어서 매력이다. 늦가을임에도 불구하고 이 구간에선 황량한 느낌이 들지 않았다. 봄이나 여름이었다면 더욱 보기 좋았을 풍경이다.
이 구간은 폐선로와 터널을 활용한 구간이 많은 것도 특징인데, 특히 터널을 지날 때 기분이 오묘하다. 한 때 열차가 빠른 속도로 지나갔을 구간을 자전거로 유유자적 지나가다니 말이다. 또한 이 구간에는 곳곳에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설이 잘 조성돼 있다. 다소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 구간에선 많은 라이더들을 목격할 수 있었다.
‘능내역’ 인증센터 부근에선 폐선과 더불어 사라진 간이역과 선로가 카페와 음식점으로 부활해 이용되고 있었다. 낭만적인 풍경이다. 그러나 ‘능내역’ 인증센터에선 스탬프가 말라 있어 인증도장이 잘 찍히지 않아 애를 먹었다. 인증센터의 부실한 관리는 이 곳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전반적으로 대부분의 인증센터 관리가 소홀하게 이뤄지고 있는 느낌이다.
중앙선 국철이 나란히 지나가는 북한강철교를 지나면 양평군으로 진입한다. 양평군에 진입하자마자 가장 걱정했던 일이 벌어졌다. 자전거 튜브에 펑크가 난 것이다. 혼자 튜브를 갈아볼까 고민했는데, 지도를 살펴보니 멀지 않은 곳에 자전거 전문점이 있었다. 길을 뒤돌아 선 기자는 그곳까지 자전거를 끌고 갔다. 여기에서 너무 시간이 지체되고 말았다.
자전거 국토종주에 가장 적합한 자전거는 MTB라는 사실을 기자는 단 하루 만에 뼈저리게 느꼈다. 미니벨로는 속도를 낼 수 없는 자전거였다. 기어비도 바퀴도 작기 때문이다. 국토종주 구간에는 노면 상태가 좋지 않은 곳도 상당히 많다. 그런데 미니벨로의 튜브는 MTB보다 가늘어서 펑크에도 매우 취약한 편이다. 또한 미니벨로는 오르막길에서 페달을 밟기 정말 어려운 자전거였다. 기자는 이후 오르막을 만날 때마다 ‘끌바(자전거에서 내려와 끌고 가는 것을 가리키는 은어)’를 해야만 했다.
힘겹게 ‘양평군립미술관’ 인증센터에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해는 이미 저물고 있는 상황이었다. 해 지는 풍경이 국토종주에선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다. 서울 구간에선 야경이 볼만해 야간 라이딩이 즐겁지만, 교외로 나오면 그런 낭만 따윈 없다. 교외의 야간 라이딩은 삭막하기 그지없다. 교외로 나오면 가로등도 없는 어두운 구간을 전조등 하나에 의지해 홀로 달려야 하는 상황을 자주 맞게 된다. 낮에 아름답게 보였던 자연 풍경은 밤이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주변에 아무런 민가의 불빛이 보이지 않는데 고라니 울음소리가 들리면 정말 섬칫하다. 고라니의 울음소리는 사람의 비명 소리와 흡사하기 때문이다. 국토종주 단 하루 만에 되도록이면 야간 라이딩을 피해야 한다는 사실을 몸으로 배웠다.
양평군을 벗어나면 여주시이다. 여주시에 진입하면 ‘이포보’ 인증센터와 만나게 된다. ‘이포보’에서 수첩에 인증도장을 찍은 뒤, 기자는 어디까지 페달을 밟아야 하나 고민했다. ‘이포보’ 인증센터에서 가장 가까운 숙소는 20㎞를 더 떨어진 ‘여주보’와 ‘강천보’ 인증센터 사이에 있었다. 하남시과 마찬가지로 여주시에도 숙소는 시청 부근에 집중돼 있었다. 그 이후의 숙소는 충주까지 가야만 닿을 수 있었다. 한참 동안 야간 라이딩을 해야만 닿을 수 있는 거리였다. 깔끔하게 ‘여주보’ 인증센터까지만 페달을 밟고 시청 근처에 숙소를 잡기로 결정했다.
여주시청 부근에는 식당도 숙소도 많다. 시청 근처 모텔을 숙소로 잡았는데, 관리자가 자전거를 숙소 안에 두는 것을 꺼치는 눈치였다. 기자가 관리자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니 라이더들이 방안에서 수건으로 자전거를 마구 닦는 터라, 수건에 기름때가 져서 엉망진창이 되는 경우가 많다는 답이 돌아왔다. 관리자에 따르면 기름때가 진 수건은 세탁해서 쓸 수도 없다고 한다. 라이더들의 숙소 매너도 생각해 볼 문제이다.
국토종주에서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 중 하나는 보급이다. 서울 구간에선 정말 흔했던 편의점은 교외에선 귀하신 몸이다. 편의점은커녕 구멍가게 하나 만나기도 힘들다. 따라서 만약을 대비해 미리미리 물과 간단한 먹을거리들을 챙겨야 한다. 길에서 가게가 보이면 무조건 보급을 해야 한다. 그 가게가 오늘 코스의 마지막 가게가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엉덩이와 손바닥의 통증이 너무 심해 침대에 누워 있는 일도 힘겨웠다. 과연 자전거로 무사히 국토종주를 마칠 수 있을까. 국토종주 이틀째의 밤에는 잠이 쉽게 오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