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인디 뮤지션들의 브랜드 공연이 활발하다. 인디 뮤지션에게 ‘브랜드’는 뮤지션의 이름과 노래를 알리고, 한 번 유입된 고객을 ‘잠재적 소비층’으로 확보하는 역할을 한다.

슈가볼은 올해로 4년째 브랜드 공연인 음주 클럽투어 ‘취한 밤들’을 진행 중이다. 서울을 시작으로 전주, 부산, 대전, 대구, 강릉에서 진행되는 공연으로, 현재 4년 연속 티켓 매진이라는 대기록을 세우고 있다. “페스티벌에서만 음주가 가능했던 것이 아쉬워 기획”한 공연에선 “아예 무제한으로 술을 제공”하며 한여름밤의 무더위를 이겨내는 ‘브랜드 공연’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슈가볼의 노래 중 ‘여름밤탓’이라는 곡이 5년째 스테디셀러로 인기몰이 중인 가운데 브랜드 공연은 “노래와 연관지어 ‘슈가볼은 여름밤이다’라는 인식”(고창인)을 주게 됐다.

안녕하신가영의 브랜드 공연인 ‘언젠가 설명이 필요한 여름밤’도 올해로 2회째를 맞았다. 이 공연의 이름 역시 ‘언젠가 설명이 필요한 밤’이라는 안녕하신가영의 노래 제목에서 파생돼 팬들 사이에선 ‘여름=안녕하신가영’이라는 가치로 자리잡게 됐다.

소란이 2013년부터 매해 봄마다 진행하는 ‘퍼펙트 데이’도 소극장 장기공연으로 자리잡았다. 소란의 ‘퍼펙트 데이’는 특히 팬들 사이에선 공연 이후 집에 데려다주는 ‘퍼펙트 딜리버리’ 서비스로 유명하다. 공연 이후까지 ‘완벽한 하루’를 선물한다는 의미다. 이밖에도 칵스의 ‘픽셀’, 데이 브레이크의 ‘썸머 매드니스’ 등 다양한 공연이 있다.

소란, 칵스, 데이 브레이크 등이 소속된 레이블 해피로봇의 관계자는 “아티스트마다 단독공연을 많이 하지만 브랜드 공연의 경우 조금 더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창구인 데다 아티스트를 알려주는 개념이 다르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저마다의 팬층을 확보한 팀들은 이 같은 브랜드 공연을 통해 자신의 이름과 노래를 알리는 발판을 삼고, 한 번의 공연을 계기로 “다음엔 어떤 공연을 할지 기대감을 준다”는 것이 브랜드 공연의 강점이라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슈가볼 고창인 역시 “첫 단추가 잘 끼워졌을 때 다음 공연에 대한 더 많은 기대감과 설렘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브랜드 공연’의 효과는 “리스너들이 특정 시기에 추억이 담긴 특정 노래를 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이 시기가 되면 누구의 어떤 공연을 보러간다”는 기대심리를 높인다.

하지만 인디씬의 브랜드 공연 역시 높은 수익을 창출하는 것은 아니다. 슈가볼의 경우 브랜드 공연을 비롯해 450석 규모의 삼성동 백암아트홀 등에서 공연을 함께 진행하는 뮤지션이다. 고창인은 “사실 매진을 기록해도 수익률이 다른 공연에 비해 높은 편은 아니다”라며 “하지만 효율보다는 좋은 브랜드가 돼 사람들의 마음에 남고 싶고, 특별한 재미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다.

지난 4월 ‘벚꽃웨딩’을 발매한 가수 이지형의 경우에도 다양한 브랜드 공연을 진행하는 아티스트로 유명하다. 이지형은 매해 늦가을에 시작해, 한 달간 진행하는 음악극 형식의 브랜드 공연 ‘더 홈’과 4시간 짜리 ‘티파티’를 진행하고 있다. ‘티파티’에서는 바리스타가 직접 커피를 내리는 이벤트를 동반한다. 관객들과 함께 커피도 마시고 음악도 들려주는 공연이다.

소속사 해피로봇 관계자는 “이지형의 경우 다른 아티스트가 하지 않는 것을 하고 싶다는 실험적인 도전정신으로 다양한 브랜드 공연을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9년부터 진행한 ‘더 홈’에선 이지형을 비롯해 유인나, 유희열 등 다양한 게스트들이 연극 속 주인공이 돼 능청스럽게 연기를 선보여 해마다 화제가 됐다. 실제 연극처럼 한 달 내내 이어지는 공연은 전석 매진을 기록, ‘더 홈’이 공연된 대학로 일대의 연극 관계자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4회째 진행된 ‘더 홈’은 보는 재미를 더하며 명실상부 브랜드 공연으로 자리잡아 관객들에게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인디 뮤지션에게 ‘브랜드 공연’이 주는 가장 큰 가치는 ‘신뢰’다. 슈가볼 고창인은 “자본에서 독립한 인디뮤지션의 경우 노래건 공연이건 콘텐츠가 노출돼 인식되고 소비까지 오게 만드는 과정이 중요하다”며 “노출과 인식을 넘어 좋은 이미지의 브랜드로 관객들의 마음에 새겨지면 해마다 홍보를 치열하게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믿고 보는 ‘러브마크’가 생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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