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에서 생기는 궁금증이지만 누군가에게 묻기엔 다소 애매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 드립니다. 다소 엉뚱하게 들리거나 사소하게 느껴지는 질문도 가리지 않습니다>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Q. ‘가갸거겨고교’ 씨가 메일로 보낸 질문입니다. 며칠 전 눈이 많이 내렸는데요. 이런 날에도 자율주행차가 도로를 주행할 수 있을지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비가 많이 내리거나 눈이 내리는 날에도 자율주행차가 차로에서 달릴 수 있나요?
A: 현재 개발된 차량의 기술 수준으로 보면 어렵습니다. 단 눈의 양과 차량에 적용된 기술에 따라 그 답은 달라질 수 있는데요. 그래서 이 질문에 대해선 “언젠간, 아마도요”라고 할 수밖에 없겠네요. 구글 안경 창시자로 알려진 세계적 석학 브래드 템플턴 교수의 말을 빌어 답을 드리겠습니다.
펜실베니아 거리에 주차돼 있는 구글의 자율주행차 렉서스 RX 450H. 눈이 오는 날에도 도로를 주행할 수 있을까?
우선 눈이 내리면 다음과 같은 문제가 생깁니다:
1. 눈이 도로를 덮으면 자율주행차에 장착된 센서는 차선을 분간하기 어렵다. 탑재된 카메라가 길가에 있는 표지판을 인식하기도 어렵다. 차가 어디에 있는지 어떤 방향으로 운전해야 하는지 정확히 모른다는 의미다. 사람이 운전을 할 때도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인간은 ‘차선이 여기에 있겠구나’하고 추측할 수 있다.
2. 차량에 탑재된 레이더가 움직이는 사물 등을 식별할 수 있다. 하지만 대기 중에 흩날리는 눈은 시야를 제한할 수밖에 없다.
3. 꽝꽝 얼어붙은 도로를 주행하기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드라이빙 기술이 필요하다.
4. 공기 중 소금 성분이 상대적으로 온도가 낮은 센서에 닿으면 뿌옇게 김이 서리는 등 또 다른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5. 만일 눈이 차량을 뒤덮어도 자율주행차는 스스로 그 눈을 치울 수 없다.
전문가들은 한 입으로 1.이 가장 치명적인 문제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눈길이나 빗길을 운전하는 경우 사람들은 차선이 희미하게 보여도 자동차를 조종할 수 있지만 아직까지 악천후 속에서 자율주행을 선보인 사례는 없습니다. 선우명호 한양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도 “날씨가 좋지 않으면 비행기가 이착륙하기 어렵듯이 자율주행차도 도로 주행이 어렵다고 보면 된다”고 지적하며 이 점을 언급했는데요.
테슬라 자율주행모드 오토파일럿 실행시 계기반에 나타나는 화면, 차량 주변 상황 등을 체크할 수 있다. [사진=씨넷]
그런데 이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전혀 없지는 않습니다. 템플턴 교수가 ‘지면 투과 레이더’ 아이디어를 제안한 바 있거든요. 지면 투과 레이더는 광대역의 임펄스 파형 등을 이용해 지표면을 탐사하는 레이더를 말하는데요. 단 차선이 어디에 있는지 ‘로봇’은 분간할 수 있지만 정작 ‘사람’이 차선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것이 새로운 문제로 떠오를 수 있습니다. 자율주행차가 차선을 지키며 주행하더라도 운전자가 탑승한 다른 차량이 눈이 내리는 상황에 따라 융통적으로 운전하면 자율주행차가 이에 대한 대응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눈이 내리는 날 자율주행차가 도로를 주행하기 위해 필요한 또다른 기술은 ‘고해상도 레이더’입니다. 안개가 끼거나 비나 눈이 내릴 때도 표지판을 인식할 수 있는 레이더입니다. 하지만 여기에도 걸림돌이 있는데요. 자율주행차를 개발하는 회사들이 비나 눈이 많이 내리는 날에 주행이 가능한 차량을 만드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아 보인다는 겁니다. 여러 전자제어장치가 차량에 탑재되면서 차량 해킹 우려가 높아지고 있고 또 돌발사고에 대한 법적 책임을 누구에게 물어야 하느냐 등의 문제가 지금 더 큰 논란거리니까요.
그래서 현재 개발되고 있는 자율주행차 기술도 100% 자동 운전이 아닌, 운전자가 운전석에 앉아 언제든지 핸들과 브레이크를 조작할 수 있도록 한 ‘부분적 자율주행 자동차’(레벨3)에 맞춰져 있습니다. 템플턴 교수도 “비나 눈이 내리는 날에도 주행할 수 있는 자율주행차를 개발하는데 대해 구글을 포함해 그 어떤 회사도 급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