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삼성상용차가 내놓은 1톤트럭 ‘맵시나’·‘누비라’…현재 ‘무쏘’만 명맥
북한엔 ‘휘파람’·‘뻐꾸기’등 우리말 車
[HOOC=서상범 기자]최근 북한 유일의 자동차 회사인 평화자동차가 최신 모델을 내놓았습니다. 남북한 합작회사로 출발한 평화자동차는 2013년 운영권이 북측에 넘어간 이후로도 한동안 신규모델을 내놓지 않았는데요. 저는 소개 기사를 썼습니다. 그러나 기사를 본 독자들이 보내주신 반응은 사뭇 저의 의도와는 달랐습니다.
기사를 보신 분들께서 주신 의견은 평화자동차의 휘파람(준중형세단), 뻐꾸기(SUV) 등 우리말로 된 북한차량의 이름이 인상깊었다는 것이 대다수를 이뤘습니다.
순 우리말 모델명을 가졌던 대우자동차(현 한국지엠)의 누비라
특히 한국차들은 외국식 이름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것에 비해 우리말을 지키고 보전하려는 북한 측의 노력이 인상깊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실제 평화자동차는 소개드린 순 우리말 외에 한자어이긴 하지만 외색이 짙지 않은 준마(駿馬), 삼천리(三千里) 등의 모델도 있습니다.
북한 평화자동차의 휘파람
하지만 우리나라 자동차들은 어떨까요? 많은 분들이 지적하신대로 현재 시판되는 90여대의 차량 중 한글 이름을 가진 차는 단 한대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현재 국산차의 약 30% 가량이 영어이름을 가지고 있고, 일부는 스페인어나 이탈리아어 등 라틴어 계열, 또는 외국 지명에서 빌려오는 경우가 절대다수를 차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동물 이름도 모델명으로 사랑을 받는데요.
현대차의 아슬란(ASLAN)은 터키어로 사자를 뜻하며 동시에 소설 나니아 연대기에 등장하는 위엄있는 사자의 이름이기도 해 출시 당시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출시 후 기대에 못미친 성적을 보이며 일부에서는 ‘아슬아슬’, ‘어슬렁’이라는 조롱섞인 이름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또 여기에 알파뉴메릭(알파벳과 숫자를 조합한 언어체계)가 모델명을 짓는 방식으로 떠오르면서 우리말로 된 자동차 이름을 기대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진 상황입니다.
사실 우리나라에도 순 우리말을 비롯한 한글로 된 자동차가 존재했던 시기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대우자동차(현 한국지엠)의 맵시나(1983)인데요. 대우자동차의 전신인 새한자동차에서 1982년 ‘맵시’라는 이름으로 처음 등장한 이 차는 이후 대우차로 바뀌며 ‘맵시나’라는 이름을 달게 됩니다. 순 한글 이름의 원조격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차는 그러나 판매에서는 신통치 않은 성적을 보이며 역사속으로 사라졌습니다.
대우차가 1997년 만든 ‘누비라’ 역시 순한글로 된 차량입니다. 당시 세계 경영을 부르짖던 대우그룹의 모토를 담아, 세계를 누비는 우리의 차라는 슬로건을 달고 나왔죠.
쌍용차의 무쏘 역시 ‘코뿔소’를 뜻하는 순한글인 ‘무소’의 경음화 표현입니다. 강인한 차체와 성능과 잘 어울리는 이름으로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모델이죠.
삼성상용차(현 르노삼성)가 초창기 내놓은 ‘야무진’ 역시 한글 이름 자동차로 꼽힙니다. 출시 초기엔 SV110(Samsung SV110)으로 판매되다 야무진이라는 이름을 갖게된 이 차는 삼성상용차 유일의 1톤 트럭이었습니다.
이 차는 그러나, ‘야무지지’ 못한 이유로 시장에서 사라지게 됩니다. 바로 1톤을 초과한 화물을 적재하면 바퀴가 빠지는 현상이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경쟁차량들이 적재 용량을 다소 넘는 짐을 탑재해도 문제 없이 운행이 가능했지만 이 차는 딱 적재 용량만큼만 탑재가 가능해 운전자들의 외면을 받았죠.
물론 국산 자동차 업체들 역시 할 말은 있습니다. 바로 수출 및 마케팅 비용의 차원에서 영어 등 외래어를 사용해 단일 모델명을 사용하는 것이 낫다는 입장입니다. 같은 이름도 국가에 따라 뜻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자동차 회사들은 세계 공용어인 영어를 사용해 혼란을 방지하고 비용을 절감한다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특정 지역을 겨냥해 수출명을 달리하는 국산차들이 엄연히 존재하는 만큼, 적어도 내수 시장에서는 우리말로 된 차들을 선보이는 것이 어떨까라는 의견도 적지않습니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1980년대, 90년대 당시 자동차가 보급화되면서 일종의 사치재로 소비가 됐고, 때문에 우리말로 된 이름은 다소 ‘촌스럽다’라는 기조가 생겨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는 것”같다고 우리말 이름의 부재를 아쉬워했습니다.
내년 한글날에는 새롭게 등장한 한글 이름의 자동차를 기대해 볼 수는 없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