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OC=김현경 기자] 해마다 수능이 되면 볼 수 있는 풍경이 있습니다. 바로 시험장 문 앞에서 시험이 끝날 때까지 기도를 하고 있는 엄마들입니다.
‘수능 한파’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유난히 추운 수능 날, 새벽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 찬바람을 맞으며 손발이 꽁꽁 어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교문 앞을 지키는 엄마들을 보면 ‘엄마는 위대하다’는 생각이 새삼 듭니다. 자식을 홀로 전쟁터에 들여보내놓고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먼 발치에서나마 자식의 곁을 지키며 무사히 시험을 마치기를 간절히 기원하는 것이겠지요.
수험생 자녀를 둔 엄마는 자녀 못지 않게 가슴을 졸이며 1년을 보냅니다. 건강식에 보약에 몸에 좋다는 건 다 챙겨 먹이고, 행여 공부에 방해될세라 발소리조차도 조심합니다.
[사진=헤럴드경제DB]
예민할대로 예민해진 자녀의 비위를 맞추기도 쉽지 않습니다. 격려의 말 한 마디 건네는 것도 부담이 될까 조심스럽습니다. 어느 때보다도 자식의 눈치를 보는 한 해입니다.
지성으로 백일기도를 올리는 엄마들도 많습니다. 종교가 있는 엄마는 물론 종교가 없던 엄마까지도 자녀가 수험생일 때는 기도를 하게 됩니다.
그렇게 자녀와 같이 수능을 준비하고 드디어 시험 당일이 되면 엄마는 자신이 시험을 봤을 때보다 더 떨려합니다. 밤잠도 설치고 일어나 정성스럽게 도시락을 싸고, 아이와 함께 시험장으로 향합니다.
시험이 시작되면 아이가 시험을 잘 치르기를 빌고 또 빕니다. 시험이 어떻게 출제됐는지 궁금해 뉴스도 봅니다. 시험이 어렵게 나왔대도 걱정, 쉽게 나왔대도 걱정을 하며 기다립니다.
시험이 끝나고 아이가 나오면 시험을 어떻게 봤는지 궁금하지만 섣불리 물어보지 못합니다. 그저 아이가 이야기를 할 때까지 기다립니다.
아이가 시험을 잘봤다고 하면 그나마 안심이 되지만 못봤다고 하면 또 걱정이 시작됩니다. 아이를 어떻게 위로해야 할 지도 어렵고, 대학을 하향 지원해야 할지, 재수를 해야 할지도 고민됩니다.
‘혹시 내가 뒷바라지를 못 해줘서 아이가 시험을 못본 게 아닌가’ 미안한 마음에 자책도 합니다. 안 그래도 속상한데 가족이나 친척들이 “엄마가 아이 성적 관리를 잘 못해서 그렇다”고 책망이라도 하는 경우에는 더 서럽습니다.
친구 엄마들 사이에서 자녀들의 시험 성적이 비교되는 것도 괴로운 일입니다. 자녀의 성적이 엄마의 계급인 것처럼 나뉘는 것은 엄마들을 더 속상하게 만듭니다.
결국 수능은 당사자인 자녀뿐 아니라 엄마에게도 시험을 보는 날이 된 겁니다.
수능이 중요한 시험인 것은 맞지만 단지 수능 성적만으로 그동안의 모든 노력이 평가되는 것은 억울한 일입니다.
수험생들도 엄마들도 그동안 열심히 노력했고 수능이라는 긴 마라톤을 완주한 것만으로도 박수를 받을 자격이 충분합니다.
시험을 잘 보라는 말보다도 이 말을 먼저 하고 싶습니다.
모두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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