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OC=정진영 기자] 연휴 첫째 날이었던 지난 26일 기자는 ‘정진영의 이주의 추천 앨범-추석 특집’ 기사를 통해 추석용 앨범을 추천해드렸습니다. 아마도 지금쯤 다들 귀경길에 오르느라 바쁘시겠군요. 이번에도 조수석에 앉으신 분은 일일 디제이(DJ)를 다시 맡아 보시죠. 기자는 올 초부터 매주 발매되는 앨범들 중 추천할 만 한 싱글들을 ‘정진영의 이주의 추천 싱글’이란 문패기사로 선정해왔습니다. 이번에는 기자가 그동안 추천했던 싱글들 중 졸음을 깨울만한 곡들을 12곡 골라 목록을 짜봤습니다. 지난 기사처럼 앨범 단위가 아닌 싱글 단위로 짠 목록이니, 이번에는 정말 디제이를 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 바버렛츠 ‘비 마이 베이비(Be My Baby)’= 지금 대한민국에서 아무런 반주 없이 목소리 하나만으로 무대를 온전히 채울 수 있는 아티스트가 몇이나 될까요? 걸그룹 바버렛츠는 그런 일이 가능한 몇 안 되는 아티스트이죠. 50~60년대 스탠더드 팝은 물론 흘러간 옛 노래에 최신 팝을 부르는 모습까지도 어색하지 않은 바버렛츠의 무대는 종종 신기에 가까워 보입니다. 이 곡은 60년대 미국 뉴욕에서 활동했던 여성 3인조 걸그룹 로네츠(TheRonettes)가 발표했던 곡입니다. 바버렛츠는 정식 데뷔 전인 지난해 2월 이 곡의 커버 영상을 공개해 해외 동영상 콘테스트 사이트 ‘뷰브닷컴(vube.com)’에서 조회 수 800만 건을 기록하며 유명세를 탔죠.

▶ 클랑, 그렉(Klang, Greg) ‘니나노(Ninano)’= 정말 흥겹고 멋진 곡이란 표현 외엔 따로 이곡을 수식할 말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간결하지만 결코 그루브를 놓치지 않는 펑크(Funk) 연주와 한국 고유의 장단인 ‘니나노’를 경쾌하게 소화하는 흑인 보컬 그렉 프리스터의 목소리는 영어 가사가 한국어처럼 들리고 한국어 가사가 영어처럼 들리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만듭니다. 이 곡의 매력은 한국적이어야 한다는 강박을 보이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한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는 점입니다. 이미 엠넷 ‘슈퍼스타K6’, JTBC‘히든싱어2-휘성’ 편에 출연해 예사롭지 않은 솔(Soul) 보컬을 들려줬던 그렉이 없었다면 이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기 어려웠겠죠. 여기에 세계적인 팝스타 마크 론슨(Mark Ronson)의 히트곡 ‘업타운 펑크(Uptown Funk)’를 마스터링했던 세계적인 엔지니어 톰 코인(Tom Coyne)이 마스터링을 맡아 사운드의 완성도를 더했습니다.

▶ 선우정아 ‘봄처녀’= “형형색색 널 뒤흔드는 칼라/각색각양 다가오는 몸짓/가지 가지 처치 곤란한 밤/뒤죽박죽 도시의 봄이라”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싱어송라이터 선우정아만큼 독특하면서도 독보적인 존재가 또 있을까요? 팝, 재즈, 일렉트로닉 등 장르를 넘나들며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음악적 역량은 물론 탁월한 보컬까지. 이제 선우정아는 메이저와 인디, 장르로 묶어둘 수 없는 존재로 자리매김했죠. ‘뮤지션들의 뮤지션’ 선우정아가 자신의 이름으로 2년 만에 내놓은 이번 싱글 역시 그런 선우정아의 성격을 잘 드러내 보여주는 곡입니다. 멋을 아는 도시 여자들을 노래하는데 홍난파의 가곡 ‘봄처녀’를 자연스럽게 끌어들이다니요. 여기에 빠르지 않으면서도 어깨를 들썩이게 만드는 리듬까지 더해지니 제대로 멋진 댄스곡 하나가 탄생했습니다.

▶ 검정치마 ‘할리우드(Hollywood)’= “넌 영화 속에 살고/그런 너를 지켜보네/조명을 내려 줘요” 새 앨범을 기약 없이 기다리게 만들던 검정치마의 갑작스러운 싱글입니다. 정규 2집 ‘돈트 유 워리 베이비(Don’t You Worry Baby)’가 지난 2011년에 발표됐으니 무려 4년 만의 신곡이로군요. 전자음이 만들어낸 몽환적인 소리의 공간, 그 공간을 부드럽게 유영하는 보컬, 그리고 “하얀 마음 때 묻으면/안 되니까 사랑해 줘요/처음만 있구요/끝은 아득하네요”처럼 섬세한 가사가 합쳐지니 곡의 제목처럼 영화 같은 풍경이 펼쳐집니다. 각설하고 멋진 곡입니다. 이번 싱글로 검정치마는 정규 3집을 제단하긴 어렵습니다. 검정치마는 “이번 싱글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선보이는 전자 사운드를 담은 곡이 될 것”이라며 “3집은 이번 싱글과 전혀 다른 성질의 음악이 담길 예정이기 때문에 이 곡으로 3집의 방향을 예측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거든요. 기분 좋은 밀당입니다.

▶ 박진영 ‘어머님이 누구니’= “널 어쩌면 좋니 너를 어쩌면/널 어쩌면 널 어쩌면 좋니/네가 왜 이렇게 좋니/머리끝부터 발끝까지/눈을 떼질 못하잖니/어머님이 누구니/도대체 어떻게 너를 이렇게 키우셨니” 그야말로 박진영이 아니면 소화할 수 없는 곡입니다. 다른 누군가가 불렀다면 당장 수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킬만한 수위의 가사를 가진 곡이지만, 박진영이기 때문에 받아들여질 수 있는 곡입니다. 정말 데뷔 때부터 한결 같지 않습니까? 40대 중반 남자 가수의 댄스곡이 같은 소속사의 걸그룹 미쓰에이를 비롯해 새파란 후배들을 누르고 음원 차트 정상을 차지하는 현상은 단지 선정성만으로 설명할 순 없을 겁니다. 박진영의 전작에도 충분히 선정적인 곡들이 많았으니까요. 이 곡의 히트는 중독성 강한 가사와 솔과 일렉트로닉을 결합한 만듦새가 탄탄한 음악, 그리고 유쾌한 퍼포머스 등이 조화를 이룬 결과이겠죠. 이 곡은 그만큼 아슬아슬하고 또 매력적입니다.

▶ 소란 ‘타임라인(Timeline)’= “너의 타임라인/그 속에 난/단 한 줄도/찾을 수 없어/사실 너 없이도 이미 완벽한 그녀의/타임라인/너의 주말/너의 메뉴/너의 고민/다 알 수 있어/그래서 더 힘든 거야 매일/널 읽지만 그게 다야” 가벼운 듯하면서도 쉽게 질리지 않는 사운드. 밴드 소란의 매력은 즐겁게 소란스러운 음악이죠. 소란은 다소 무거운 이야기도 쉽게 공감할 수 있도록 편안한 사운드로 풀어내는 능력이 발군인 밴드입니다. 이 곡은 tvN 금토드라마 ‘구여친클럽’의 OST입니다. 각종 예능 프로그램과 드라마를 통해 소란의 곡이 쓰인 일은 있지만, 소란이 직접 OST에 참여한 것은 처음이죠. OST라는 이유로 소란 특유의 매력이 줄어들진 않았습니다. 페이스북에 익숙하신가요? 누군가를 짝사랑하고 계신가요? 그렇다면 이 곡의 가사 하나하나가 가슴에 박힐 겁니다. 심각한 주제를 어렵게 들려주는 일보다 유쾌하게 들려주는 일이 훨씬 어려울 때가 많은데, 소란은 그 미묘한 지점을 잘 파악하고 있는 밴드입니다.

▶ 웁스나이스(Oops Nice) ‘히어 위 고(Here We Go)’= “같은 일상에 꿈을 잃은 너/웃음도 잃어 너 답지 않잖아/내 손을 잡고 다시 일어서/거울처럼 우린 많이 닮았어/너와 함께라면 자신이 있어/지금부터 시작이야” 스포츠 응원가에 가장 필요한 요소는 무엇일까요? 따라 부르기 쉬운 시원한 멜로디와 연주 그리고 가사가 아닐까요? 밴드 웁스나이스가 ‘2015 FIFA 캐나다 여자 월드컵’ 국가대표 응원가로 발표한 ‘히어 위 고’는 이 같은 요소를 두루 갖춘 곡입니다. 또한 축구라는 스포츠에 한정 짓지 않는 보편적인 내용을 담은 가사는 스포츠팬이 아니어도 즐기기에 충분합니다. 좋은 실력을 가진 밴드가 좋은 응원가를 만들겠죠. 웁스나이스는 지난 2012년 아시아 최대 규모 밴드 경연대회인 ‘야마하 아시안 비트’에 참가해 ‘코리아 파이널’ 대상, 대한민국 대표로 참여한 ‘그랜드 파이널’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2013년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한 ‘K-루키즈’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음악적 역량을 인정받은 밴드입니다. 밴드가 올 초 발매한 첫 미니앨범 ‘위 아(We Are)’도 들어볼만하니 관심 가시면 한 번 찾아 들어 보세요.

▶ 박규리ㆍ프럼 디 에어포트 ‘어린왕자’= “거친 바람도 뜨거운 태양빛도/네가 있기에 잊어낼 수 있어/갈 곳을 잃은 내 하루를 비춰줘/길들여질 넌 나의 길이 되어” 프럼 디 에어포트는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는 일렉트로닉 듀오입니다. 프럼 디 에어포트가 지난 2013년 발매한 싱글 ‘타임라인스(Timelines)’는 미국 ‘인디 셔플(Indie Shuffle)’ 실시간 음원 차트에서 동시간대에 발매된 다프트 펑크의 신보와 경쟁하며 1위를 차지해 주목을 받았습니다. 또한 프럼 디 에어포트는 지난 3월 북미 최대 음악 축제인 ‘사우스 바이 사우스 웨스트’ 무대에도 오르기도 했죠. 여기에 걸그룹 카라의 박규리의 결합. 다소 생각하기 어려웠던 조합이지만, 기대 이상으로 박규리의 목소리가 음악에 잘 달라붙어 의외의 조화를 완성합니다. 박규리는 이 곡의 작사까지 맡아 무늬만 협업이 아닌 진짜 협업을 완성했죠. 카라로 활동할 때엔 다소 밋밋한 목소리를 들려줬던 박규리는 이번 싱글에선 자신의 장점인 고음역을 강조한 미성으로 자기 색깔을 내고 있습니다. 박규리의 입장에선 얻는 것이 많았던 협업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 칵스(The Koxx) ‘트로잔 호스(Trojan Horse)’= 도대체 군대에서 멤버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요? 진지한 질문이 아니니까 표정을 피세요. 그저 결과물이 놀라울 따름이라서 터져 나온 기자의 감탄사로 이해해주세요. 변화무쌍한 구성과 질주하는 화려한 사운드, 여기에 풍부한 감성의 보컬까지. 노라 존스, 그린 데이, 빌리 조엘, 팻 매스니, 산타나 등 세계적인 뮤지션들과 작업했던 엔지니어 스털링 사운드(Sterling Sound)의 테드 젠슨(Ted Jensen)가 마스터링을 맡아 사운드에 세련미를 더했죠. 5분 38초로 다소 곡의 길이가 긴 편이지만, 그 길이를 느낄 수 없을 만큼 흥미로운 곡입니다. 이번 싱글은 칵스가 올 가을에 발표할 새로운 앨범의 윤곽을 알리는 곡입니다. 이 정도의 곡이 앨범으로 꽉 채워진다면 정말 놀라운 앨범이 탄생할 것 같군요. 칵스는 오는 24일 ‘안산M밸리록페스티벌’ 무대에 오릅니다. 그곳에서 이 곡의 라이브를 즐겨보시길. 정말 멋진 초대장이로군요.

▶ 코어매거진(CoreMagaZinE) ‘핫 걸(Hot Girl)’= “파란하늘 아래 수평선/그곳에서 날 태우러 온/널 닮은 바람의 손을 잡고/날 닮은 파도와 춤을 출래” 뉴웨이브 특유의 몽환적인 사운드와 유려한 멜로디라인의 절묘한 결합. 코어매거진은 현재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가장 세련된 형태로 신스팝(록에 일렉트로닉 음악의 요소를 가미한 팝)을 해석하는 밴드입니다. 지난 2012년 EBS ‘스페이스 공감’의 신인 발굴 프로젝트 ‘올해의 헬로루키’ 대상은 결코 밴드가 거저 얻은 결과가 아니었죠. 코어매거진의 음악적 감각은 이번 싱글에서도 여전합니다. 특히 팝적인 요소를 더욱 강조한 멜로디와 편곡이 돋보이죠. 도입부를 장식하는 복고풍의 신스 사운드와 청량한 연주, 여기에 더해진 투명한 여성보컬. 한여름 휴양지의 낭만을 절로 떠올리게 만드는 탁월한 조합입니다. 장르와 밴드 음악의 진입 장벽은 최소한 이 싱글 앞에선 무의미한 얘기가 되겠군요. 단번에 귀를 사로잡는 멋진 싱글입니다.

▶ 로맨틱 펀치 ‘파이트 클럽(Fight Club)’= “삐걱대는 문을 여니/화려한 조명 속에/환상의 춤사위들이/펼쳐지는 이곳/진귀한 보석들과 승리의 전리품/멋진 오늘 밤에 건배/이곳은 Fight Club” 음악으로 고민을 털어버리고 머리를 흔들고 싶다면 로맨틱 펀치는 꽤 적절한 선택입니다. 치고 달리는 연주와 유려한 멜로디, 그리고 청자를 흥분시키는 날카로운 보컬까지. 로맨틱 펀치보다 라이브를 잘하는 밴드는 많을지 몰라도 이보다 더 나은 무대 장악력을 보여주는 밴드는 그리 많지 않죠. 로맨틱펀치가 지난 2013년에 발표한 정규 2집 ‘글램 슬램(Glam Slam)’ 이후 2년 만에 내놓은 신곡인 ‘파이트 클럽’은 이 같은 밴드의 장점을 잘 드러내 보여주는 곡입니다. 영국 출신 전설적인 밴드 퀸(Queen)을 연상케 하는 극적인 도입부와 다채롭게 변화를 거듭하는 구성. 요즘 말로 표현하자면 ‘사이다 한 사발 들이킨 듯한’ 경쾌함과 큰 스케일이 돋보이는 곡입니다. 앞으로 나올 정규 3집이 어떤 모습으로 만들어질지 기대되는군요.

▶ 신현희와김루트 ‘왜 때려요 엄마’= “어제는 도서실에 간다고/락클럽 가서 흔들었지/락앤롤 음악에 마음을 뺏겨/밤 늦게서야 집에 오니/화가 난 엄마 사자로 변해/무섭게 내게 다가오는데/몽둥이 들고서” 말썽 많았던 학창시절의 추억을 선명하게 되살리고 공감할 수 있게 만드는 익살과 유쾌함이 돋보이는 곡입니다. 반항의 기운이 강하게 느껴졌던 로커 도원경의 원곡의 정서를 그대로 가져가면서도 익살을 더한 신현희와김루트는, 리메이크가 단순히 옛 곡을 다시 부르는 게 아니라 창작 이상으로 창조적인 작업임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과연 ‘기똥찬 오리엔탈 명랑 어쿠스틱 듀오’ 신현희와김루트 다운 리메이크입니다. 뿐만 아니라 도원경의 다른 히트곡에 비해 다소 묻혀있던 곡을 과감하게 발굴해 자기 것으로 만드는 감각도 돋보입니다. 그 결과 신곡 이상으로 매력적인 리메이크가 탄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