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공서 전무로 금호그룹 32년… ‘고졸 성공신화’ 남긴 윤생진 선진D&C 대표
“제 꿈은 이 회사에서 부장이 되는 것입니다.”
“부장? 웃기고 있네. 대학 안 나온 너희들(기능직 사원)은 부장은커녕 주임도 될 수 없어!”
1978년 금호타이어 곡성공장 신입사원 면담실. 27세 나이에 생산기능직으로 입사한 청년 윤생진은 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부장이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돌아온 것은 조롱 섞인 핀잔뿐이었다. 공장에는 ‘이상한 신참’이 들어왔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날 집에
있는 거울 밑에 종이를 붙이고 커다란 글씨로 ‘윤생진 부장’이라고 또렷하게 적었다. ‘고졸 신화’로 불리는 윤생진(61) 선진D&C 대표의
자기 최면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고졸(高卒). 이 말처럼 우리 사회에서 계층을 극명하게 분리하는 표현이 또 있을까. 오래 전부터
세상은 대학을 나온 사람과 못 나온 사람으로 구분하고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바로 진출한 이들에게는
평생 고졸이란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심하게는 이제 막 방년(芳年)의 나이에 낙오자란 오명이 새겨진다. 사회가 새파란
청년의 이마에 새긴 ‘카인의 상처’다. 교육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고등학교 졸업생은 63만2600여명.
이중 5만3000명이 곧바로 취업 시장에 진출했다. 최근에는 고졸 인력을 다시 보자는 취지에서 대기업들도
고졸 채용을 대거 늘리는 추세다. 하지만 5만명이 넘는 고졸 취업자들에게 ‘성공’이란 단어는 너무 낯설다.
대졸 취업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에도 오를 수 있는 사다리가 너무 짧다. 이는 1978년 당시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윤 대표 역시 첫 직장에 들어갔을 때부터 올라갈 수 있는 높이는 정해져 있었다.
하지만 윤 대표는 부장은 꿈도 꾸지 말라는 그 한마디에 이를 갈았다. 그는 오로지 악바리 근성과 실력으로
전대미문의 7번 특진을 따냈다. 기능직으로 시작해 전무 자리까지 오른 그의 스토리가 재조명받는
것은 고졸 채용 바람이 부는 요즘 다시 고졸신화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윤 대표를 만나 드라마 같은 한 고졸 청년의 인생 역전을 들여다보고, 선배로서 이 시대 가장 아픈
청춘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도 확인할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