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 1위 일등공신…유정근 제일기획 전무

오비맥주에 젊음감성 이미지 주입 “소비자 속마음 캐치 가장 어려워”

지난해 말 보수적인 맥주시장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 오비맥주(이하 오비)의 시장점유율이 하이트진로(이하 하이트)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15년 만의 선두 탈환. 풍부한 골든라거, 짜릿한 카스, 가벼운 카스 라이트 등 제품 라인업이 경쟁사를 앞선 까닭도 있지만, 무거웠던 오비를 젊고 신선하게 바꾼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주효했다.

“캠페인을 시작한 지 2년째인가 30%대 초반이던 점유율이 40%쯤으로 올라서면서 소비자들이 카스를 다시 찾기 시작했구나.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유정근<사진> 제일기획 전무는 2008년부터 5년간 오비의 광고를 지휘한 주역이다. ‘톡!하게 산다’ ‘짜릿하게 즐겨라’ 등을 통해 카스를 ‘젊음의 브랜드’로 끌고 온 게 바로 그다. 그와 맥주시장의 인연은 남다르다. 15년 전 ‘천연 암반수로 만든 맥주’라는 광고로 하이트가 1위로 올라설 때 광고대행을 맡았던 게 제일기획이고 유 전무였다.

“맥주시장은 그후에도 계속 물, 맛 같은 부분만 소구해왔다. 그 부분을 감성적인 쪽으로 돌리려고 젊은 층에 맞춰서 교감을 만드는 게 중요했다.”

전략은 주효했다. 카스의 메인 타깃인 20대 젊은이의 음주문화를 여러 가지 상황별로 녹여낸 ‘청춘문화 답사기’ 캠페인은 소비자 광고 호감도 70%대를 기록하는 등 화제를 몰고 왔다.

유통시장에도 변화를 줬다. 오비는 서울ㆍ경기 지역에서는 60% 넘게 점유하고 있었지만 대전 이남에서는 10%에도 못 미쳤다. 경쟁사가 유통망과 도매상을 쥐고 있었다. 현지 젊은이들이 카스를 찾도록 각고의 노력을 했다. 젊은이가 모이는 해변 등에서 카스가 대세가 될 수 있는 갖가지 이벤트를 지속했다. 한 자릿수이던 카스의 지역점유율이 지금은 20% 중반을 넘었다.

유 전무는 광고계에서는 이름난 인물이다. 그의 손을 거친 수없는 광고들이 제품을 1등으로 이끌었다. 지금의 삼성전자를 있게 한 애니콜 광고도 7년 넘게 했다. ‘애니모션’이 바로 그의 작품이다. 그는 어떤 데이터들보다도 주변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부인이나 장성한 딸, 친구들에게 광고에 대해 깊이 물어보곤 한다.

“조사해서 얻어지는 데이터는 5% 정도에 그친다. 깊은 반응을 보는 게 중요하다. 사회적으로 모범이 되는 메시지를 던지고 조사해보면 다들 좋아요라고 답은 하지만 속으로는 재미없어 하는 경우도 많다. 사람의 진짜 속마음이라는 것은 다양하다. 이걸 어떻게 캐치해 내느냐의 승부다.”

앞으로의 목표를 물었더니 가장 좋아하는 광고 한 편을 이야기했다. ‘사랑은 먼 옛날의 불꽃놀이가 아니다’는 제목의 20년이 다 돼가는 글로벌 주류회사의 위스키 광고였다. 그는 “정말 심금을 울리고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광고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광고계의 마스터는 15초 광고의 힘을 여전히 믿고 있었다.

홍승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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