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정수 축소, 정당 국고보조금 감액, 중앙당 폐지.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등 기성정당을 향해 묵직한 돌직구를 날렸다. 그동안 정치권 특권내려놓기 방안으로 ‘연금폐지’, ‘겸직금지’를 제시하고 큰소리 쳐 온 국회의원들에게 ’아예 밥그릇을 내려놓으라‘고 선포한 것이다.
안 후보는 23일 인하대 강연에서 정치개혁을 위한 특권포기 방법으로 이같은 방안을 제시하며 “최소한 이정도 개혁은 정당과 국회가 이뤄내야 국민이 희망을 가질 수 있다”고 했다.
안 후보는 현재 300명인 국회의원 정수를 법이 규정한 200명 가량으로 대폭 줄이고, 소외계층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비례대표 의원 수를 늘여야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비례대표 의원 수는 54명으로, 국회의원 수를 줄이고 비례대표 수를 늘이면 지역구 의원 수는 현재 246명에서 절반이하로 줄어들게 된다. 정당이 공천권을 무기로 지역구에 행사할 수 있는 입김이 그만큼 축소되는 것이다.
안 후보는 또 19대 총선 기준으로 정당에 된 국고보조금 344억도 축소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앙당도 폐지하거나 축소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의 제안에 시민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다. 각종 뉴스 댓글과 온라인 토론장에는 안 후보의 발언을 지지하는 글들이 쇄도했다. “속시원하다”, “국회의원도 구조조정 해야한다”, “듣던중 가장 반가운 공약”이라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정치권과 학계 반응은 비판이 주를 이뤘다. “뭘 잘 모르고하는 소리”라는 것이다. 특히 국회의원 정수 감축에 대해서는 논란이 들끓었다.
홍종학 민주통합당 의원은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국회의원 숫자가 많다고하는데, 실제로 현장에 있어보면 사람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그래서 보좌관이나 비서관을 늘렸던 것이다. 현장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제약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유일호 새누리당 의원은 “스웨덴은 국민이 1000만명이 안되는데 국회의원은 300명에 달한다. 국회의원들이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수 있게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했다.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도 트위터를 통해 “마치 학교폭력을 줄이려면 학생 수를 줄이면 된다는 주장과 같다”고 비꼬았다.
김용호 인하대 교수는 “지난 국회의원 선거 앞두고 국회의원 299명으로 만들려다가 갈등 끝에 300명이 됐던 것”이라며 “현실적으로는 1명 줄이기도 굉장히 어렵다. 정치를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얘기”라고 했다. 김종배 시사평론가도 “정치권 효율성 저하는 국회의원 정수의 문제가 아니라 국회의원 시스템의 문제다. 국회의원이 200명이 된다고해서 생산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중앙당 폐지 방안에 대해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김기식 민주당 의원은 “중앙당 폐지방안은 원내 중심의 미국식 모델인데 그러면 오히려 국회의원의 권한이 강화된다. 시민사회에 뿌리를 둔 정책정당인 유럽정당들이 왜 강한 중앙당 구조를 갖고 있는지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국고보조금 폐지와 관련, 홍종학 의원은 “과거 정치부패, 금권주의가 심했고, 이걸 고치기위해 국고보조금 지급한 것인데 역사적 배경을 얼마나 고려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김종배 시사평론가도 “돈많은 정당에 실탄이 더 장전되니까 훨씬 더 강한 정치적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다. 정치적 구질서를 강화하는 측면이 크다”고 했다.
실제 안 후보가 지난 1일부터 모금한 후원금의 총액은 약 2억원에 불과하다. 정당 기반을 둔 문 후보가 152억원의 국고보조금과 펀드 출시 첫날 55억원을 모은 것과 대조적이다. 무소속 또는 소수정당에 대한 정치후원금 현실이 척박하다는 것을 알고도 외면했다는 것이다.
안 후보의 정치개혁안이 그저 인기에 급급한 포퓰리즘, 단일화 경쟁상대인 문재인 후보를 겨냥한 선거전략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전체적으로 국민적 여론에 부응하지만, 문 후보와의 단일화 과정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선거전략의 일환”이라고 해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새누리당 의원은 “심각한 고민을 했다기보다는, 사람들이 이렇게 말하면 좋아하겠다싶어 말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희 기자ㆍ이정아 인턴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