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감독체계 뭐가 문제인가
문제라고 모두가 인식하는데 좀처럼 고쳐지지 않는다. 증시 불공정 거래 얘기다.
주가 조작이 날로 치밀하고 교묘해지면서 적발 자체도 어려운 데다, 적발되더라도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 도덕적, 윤리적인 잣대만 잠시 눈감아버린다면 주가조작으로 ‘한탕’을 하겠다는 세력들이 판을 벌리기 쉬운 곳이 바로 한국 주식시장이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 불공정거래 사건으로 조사, 처리한 건수는 134건이다. 2008년 183건, 2009년 199건, 2010년 201건, 2011년 209건 등으로 불공정거래가 의심되는 사례가 꾸준히 늘고 있다.
올 상반기 사건 중 중대한 위법사항이 발견돼 검찰에 넘긴 것은 전체의 90%가 넘는 112건에 달한다.
통상적인 불공정거래 적발 절차는 이렇다. 한국거래소 심리와 금감원 조사로 혐의가 포착되면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 심의와 증권선물위원회 의결을 거쳐 최종으로 검찰에 고발 또는 통보된다. 문제는 이런 과정을 모두 거쳐 작전세력이 법의 심판을 받는 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점이다. 아주 빨라야 30일, 길면 몇 달이 걸린다. 특히 최근처럼 작전세력이 초단기 매매로 부당 이득을 챙기고 있음을 감안하면 작전을 몇 번은 하고 빠져나갈 시간을 주는 셈이다.
금융당국은 이달 초 신속한 처리를 위해 증선위원장 조치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조치권을 행사하면 조사위 심의나 증선위 의결을 생략하고 바로 수사기관에 넘길 수 있다. 금융위 측은 “조치권은 불공정거래에 대해 위법행위가 반복되는 등 투자자보호를 위해 신속한 처리가 필요하다고 인정될 경우 행사할 것”이라며 “우선 올해까지 조사에 착수한 사건에 한해 한시적으로 행사한 뒤 필요할 경우 연장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조치권을 행사하면 사건 처리가 기존 대비 한두 달 정도 앞당겨질 수 있다. 그러나 2007년 이후 행사 건수가 6건에 그쳐 적극적으로 행사에 나설지는 두고 봐야 한다.
증시 환경이나 주가조작은 IT 발달과 함께 진화하는 데 반해 규제는 여전히 전통적인 방식에 머물러 있는 점도 한계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인터넷과 새로운 매체를 활용해 불공정거래 기법이 다양화, 지능화됐지만 기존 규제 체제는 대면거래나 오프라인 시장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채로 남아있다”며 “사이버 불공정거래 등에 대해 특화된 규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작전세력으로 인해 그간 개인투자자들의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금융감독원이 올해 6월부터 9월 초까지 새롭게 테마주로 부상한 16개 종목을 분석한 결과, 단 3개월 만에 개인투자자들의 손실 규모는 무려 66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손실액 670억원 가운데 대부분이 개인의 손실이었고, 짧은 기간에 최고 1억5000만원까지 손해를 입은 경우도 있었다.
갈수록 투자자들의 피해는 늘어나는데 처벌은 그야말로 솜방망이 수준이다.
자본시장법은 주가조작에 대해 10년 이하 징역 또는 5억원(또는 부당 이득의 3배)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처벌 규정을 두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대법원에 따르면 2010년 증권범죄 가운데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비율은 11.5%에 그친다. 10건 중 한 건만 감옥살이를 하고 나머지는 이런저런 이유로 풀려났다는 얘기다. 올 들어 양형위원회가 주가조작 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을 부당 이득액에 따라 강화했지만 과징금 부과 등은 아직 큰 그림도 못 그리고 있는 상황이다.
<안상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