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대희 새누리당 정치쇄신위원장이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의 퇴진을 공식적으로 요구하고, 야권에서도 정수장학회를 둘러싸고 박정희 시대의 ’장물’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박근혜 후보의 입장이 난처하게 생겼다. 자신이 적극 나서서 해결하자니 그동안 “나와 정수장학회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뒤엎고 관계를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고, 그렇다고 손놓고 있자니 야권의 ‘정수장학회=박근혜’ 공세가 대선 정국을 좌지우지할 가능성도 엿보여 이도 저도 곤란한 상황이다.

일단 새누리당은 정수장학회 관련 적극적인 대응은 삼가고 있다. 지난주말 불거진 정수장학회의 언론사(MBC, 부산일보) 지분매각 논란 관련, “박 후보와 정수장학회는 관계가 없고, 이번 사건 역시 정수장학회와 MBC 사이에 불거진 문제이지 박 후보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박 후보가 “정수장학회는 나와 무관한 일”이라고 거리를 둬온 상태에서, 섣불리 나섰다간 야권에서 원하는 ‘좋은 일‘만 시켜줄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야당의 공세를 마냥 방치하다가는 의혹이 부풀려져서 박 후보에게 타격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선대위 내부에서도 정수장학회 이사진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안대희 정채쇄신특위위원장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정수장학회의 문제점은 최 이사장과 박근혜 후보의 연관성으로 오해가 생기는 것”이라며 “객관적 중립적인 사람에게 넘기고 그만두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부분은 법률적으로는 박 후보가 할 말이 없다. 정서적인 문제가 남아있으므로 그런 방향으로 해결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정수장학회의 언론사 매각을 추진 논란이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는 상황에서, 박 후보 선대위 관계자가 이사진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셈이다. 특히 정수장학회와 MBC 지분 매각대금으로 PK(부산경남) 복지사업을 하려 했다는 의혹이 확산되면, 정수장학회가 박 후보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우려를 조기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한쪽에서는 야당의 정치공세라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 이정현 공보단장은 15일 “민주당이 주장하는 정수장학회의 처분이나 운영 등은 우리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전제 한 뒤, “민주당이 이 문제를 대선주자와 연관시켜 언급하는데 이는 순전히 영토주권포기나 북한 핵 대변 등의 의혹을 묻기 위한 정치적 공세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앞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NLL발언으로 궁지에 몰리자, 정수장학회를 의도적으로 쟁점화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민주당은 정수장학회 논란의 국정감사를 요구하며 총공세에 나섰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 민주당 상임위-원내대표단 간담회에서, 정수장학회의 언론사 지분 매각 의혹 관련 “아버지가 착취한 재산을 팔아서 선거운동에 불법적으로 쓴다면 국민적 분노를 일으킬 것”이라며 “각 상임위의 국정감사는 계속하고 문방위는 문방위대로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문방위 간사인 최재천 의원은 “정수장학회는 5ㆍ16 장학회, 박정희ㆍ육영수 장학회, 박근혜 장학회, 박정희 가문 장학회다. 매각관련 모든 책임은 박 후보에게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해둔다”며 “최필립 이사장, 김재철 MBC사장, 이진숙 MBC 기획홍보본부장 등이 당장 자진출석해서 국감 증언대에 서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를 통해 민주당은 17일 오전 9시 의원총회를 열고, 정수장학회 문제를 거당적으로 대처할 뜻을 모았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심재철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수장학회니 뭐니 여러 문제를 비화로 국감 중단 운운하는 건 자해공갈단 같다”며 “국정감사 중단할 용기 있으면 제발 그렇게 하라”고 비판했다.

조민선 양대근 기자bonjo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