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정치 굴욕…정체성 상실 우려

대선을 70일 앞두고 정치권에 대혼돈이 일고 있다. 특히 이번 대선은 정당 간 이념, 정책의 차별성이 뚜렷하지 않은 만큼 여야를 막론하고 기존 정당의 담벼락을 뛰어넘는 합종연횡이 눈에 띄게 늘었다.

그 중 DJ(김대중 전 대통령)의 가신그룹인 동교동계의 새누리당 합류는 이념을 뛰어넘은 정치권 대이동의 신호탄이었다. 한광옥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새누리당의 국민대통합에 앞장설 뜻을 밝히고, 국민대통합위원장직을 맡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 안팎에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런가 하면, 김성식 전 새누리당 의원은 야권의 무소속 후보인 안철수 캠프에 합류해 공동선대위원장으로 대선을 이끌게됐다. 송호창 민주통합당 의원도 민주당을 탈당한 뒤 안 후보 캠프로 넘어갔다. 앞서 박선숙 전 민주당 의원이 안 후보 캠프에 합류해 민주당 측에 충격을 안겨준 데 뒤이은 것이다.

안 후보의 등장은 이 같은 대이동을 가속화한 측면이 있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정치학과)는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무소속 후보에 대한 국민의 열망과 지지 같은 정치환경의 변화가 이 같은 이동을 가속화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기존 정치 문법을 깨는 유력 무소속 주자의 등장으로 기존 정당구도가 붕괴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이 같은 분위기에 대해 “정당의 굴욕”이라고 평했다.

기존 정치권의 담벼락이 무너진 것을 안 후보는 적절히 선거전략으로 활용하고 있다. 안 후보는 “정당 개혁 하나라도 실천해보라”며 여야 구분없이 기존 정치권을 싸잡아 비판하고 있다. 구(舊) 정치 vs 신(新) 정치, 과거 vs 미래 프레임을 설정해 자신을 신정치ㆍ미래정치로 지칭하는 것이다.

여야 대선후보 간 정책 차별성이 흐릿한 것도 이 같은 흐름을 가속화하는 요인이다. 여야 대선주자 모두 복지국가, 재벌개혁, 경제민주화를 공통 구호로 내세우고 있어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자신의 칼럼에서 “이번 대선은 보수나 진보 진영 후보가 같은 공약을 내세우는 선거다. 당선만 될 수 있다면 무슨 행동, 무슨 공약이든 다 할 수 있게 된다면 그때의 선거는 책임으로부터 방면된 권력자를 뽑는 일이 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조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