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재단 방문 제동 걸렸지만…잇단 민주화세력 방문 의미는
정치적 대척점까지 ‘광폭’ 방문 유신의 ‘허물’도 인정하는 의미 역사관 재정립 이어질지 촉각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28일 전태일재단을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시민단체와 쌍용차 노조원이 입구를 봉쇄, 방문이 무산됐다. 고 김대중ㆍ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참배에 이어 전태일재단을 방문, 자신과 정치적 대척점에 서있는 세력을 껴안겠다는 의지를 피력했으나 이날 제동이 걸린 것이다. 하지만 이번 방문 무산으로 박 후보의 광폭행보가 위축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전태일 열사는 박정희 시대 산업화의 폐해를 분신으로 항거한 인물로, 야권 민주화 세력과 노동계의 상징적 인물이다. 이날 전태일재단 방문은 박 후보가 아버지의 공(功)과 과(過)가 묻어 있는 유신시대의 어두운 그림자를 적극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방문 무산과 관련, 이상일 새누리당 대변인은 “전 열사는 박정희 정권 당시 산업화의 그늘을 상징한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넘어 국민대통합의 길을 가겠다는 박 후보의 의지가 담긴 행보였는데, 무산돼 아쉽다”는 반응을 내놨다.
특히 전 열사의 분신 사건은 박정희 시대가 낳은 어두운 그림자로, 박 후보가 전 열사 측을 보듬으려면 선친의 ‘과’를 인정해야 한다는 점에서 박 후보가 역사관 재정립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그런 점에서 박 후보가 인혁당 피해자 유족이나 정수장학회 전신인 부일장학회 유족 등 ‘박정희 정권’의 정치ㆍ사회적 피해자를 찾아 사과의 뜻을 밝힐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 정치쇄신특위 위원인 이상돈 중앙대 교수는 28일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얼마전 제주 4ㆍ3평화공원 방문이 (과거사 화해의) 시그널이었다. 그동안 보수정당에서 감싸안지 못한 광주 5ㆍ18, 제주 4ㆍ3, 봉하마을까지 품은 데 이어 전 열사 유족을 찾은 것은 한국 현대사의 어두운 면, 특히 유신시대의 어두운 부분까지 보듬겠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박 후보가 모든 세력을 수용하려는 시도를 하되, (아버지가 행한) 5ㆍ16에 대한 평가를 수정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전 열사의 여동생인 전순옥 민주당 의원은 불참한 채 이날 성명서를 내고 “착잡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전 의원은 이날 성명서에서 “5ㆍ16 쿠데타와 유신, 군사독재, 정수장학회까지 과거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 없다면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며 “전태일재단의 방문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면 비정규직, 최저임금, 청년실업, 가계부채 등 사회의 노동현안에 대한 적극적인 해결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민선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