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황유진 기자] 경기도 의정부, 수원, 인천 등에 이어 지난 23일에는 서울 여의도와 울산에서도 ‘묻지마 테러’가 발생했다. 최근 잇따라 묻지마 칼부림 사건이 발생하자 시민들의 불안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 23일 오후 7시 16분께, 퇴근길 여의도 한 복판에서 A(30ㆍ무직) 씨가 칼부림 난동을 벌였다. A 씨는 다니던 직장을 퇴사하면서 전 직장 상사와 동료에게 원한을 품고 앙갚음을 하겠다는 생각에 범행을 저질렀으나 도주 과정에서 무고한 시민에게까지 흉기를 마구 휘둘렀다. 같은날 울산에서도 B(27ㆍ무직) 씨가 자신의 집 근처 슈퍼마켓 여주인 C(53) 씨를 흉기로 찔러 살인 미수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조사 결과 B 씨는 무직상태로 3년간 지내면서 친구도 없이 외톨이 생활을 하던 중 아무 이유 없이 C 씨를 찌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앞서 지난 21일 새벽 1시께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의 한 술집에서는 만취한 D(39) 씨가 술집 주인을 상대로 성폭행 하려다 미수에 그치자 술집 주인과 손님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이후 도주과정에서 D 씨는 주택가의 한 가정에 침입해 일가족 세명을 칼로 찔렀다. 이 사건으로 무고한 시민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치는 피해를 입었다.
지난 18일에도 지하철 의정부역에서 일용직 30대 남성이 열차내에서 침을 뱉다가 한 승객이 항의하자 공업용 커터 칼을 무차별적으로 휘두르기 시작, 10분 동안 남녀 8명에게 중경상을 입히기도 했다.
지난 20일 오후 부산 강서구 명지동 한 편의점 앞길에서는 40대 여성이 아무런 이유 없이 길가던 초등학생 두명에게 길이 30㎝의 공구를 휘둘러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히고 달아났다.
전국 곳곳에서 이처럼 ‘묻지마 범죄’가 연이어 발생하자 전문가들은 그 원인을 경쟁적인 사회분위기 속에서의 상실감과 좌절 그리고 개인간 소통 부재로 꼽고 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미 묻지마 범죄는 외국에서는 10여년 전부터 많이 일어나고 있는 범죄 유형이다. 여의도에서 발생한 묻지마 테러의 경우 화이트 컬러가 흉기 난동을 벌였는데 지나친 경쟁사회 속에서 느낀 박탈감과 상실감이 범행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특히 이같은 묻지마 범죄가 자칫 모방 범죄로 이어져 더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곽 교수는 “다른 사람들의 묻지마 범죄를 보고 듣고 나면 비슷한 범죄를 쉽게 저지를 수 있는 게 사람 심리”라면서 “다른 사람과 쉽게 소통하지 못하고 혼자 삭힌 억울함, 분노, 불안 등이 묻지마식 범죄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역시 “사회적 외톨이의 경우 자신을 무시하는 발언이나 자존심을 건드리는 타인의 행동에 쉽게 폭발하는 경향이 있다”며 “여의도 칼부림 사건의 경우 비정규직 혹은 무직 상태에서 느낀 상실감과 사회에 대한 불만이 공격적으로 표출된 사례”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