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김인혜 인턴기자] 지하철역 매일 같은 장소에서 잡지를 판매하는 노숙인들이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빨간 모자와 조끼를 입고 잡지를 파는 사람들, 이들은 큰 소리로 “노숙인의 자립을 위한 잡지 ‘빅이슈’사세요!” 하고 외치는 빅이슈 판매 노숙인들이다.

빅이슈는 노숙인의 자활을 돕기 위해 1991년 영국의 존 버드와 고든 로딕이 창간한 격주간 잡지이다. 2010년 기준 호주ㆍ일본ㆍ케냐 등 전 세계 38개국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한국판 ‘빅이슈’는 2010년 7월 5일 창간됐다.

빅이슈와 판매 노숙인을 힐끗 곁눈질만 하고 스쳐 지나는 사람들을 보노라면 자립에 성공하는 노숙인은 몇이나 될지 궁금해진다. 이와 무관치 않게 매번 특정 시간에 같은 자리에서 잡지를 팔던 노숙인이 어느 순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일이 종종 있다.

우선 빅이슈의 판매 시스템은 이렇다. 빅이슈 코리아는 판매에 참여하고자 하는 노숙인에게 잡지 10부를 무료로 제공한다. 잡지는 한 부당 3000원으로 모두 팔면 3만원의 수입을 얻는다. 수입금을 토대로 노숙인은 빅이슈 코리아에서 잡지 한부를 1400원에 공급받아 3000원에 판매한다. 1부당 1600원의 수익이 노숙인에게 가는 셈이다. 2주간 꾸준히 판매하면 정식 판매원으로 등록돼 본인이 거주할 고시원 방을 1개월 동안 지원받고 그 이후에는 본인의 판매수익으로 고시원 비용을 충당해야 한다. 빅이슈 측과 노숙인 사이의 약속은 하루 수익의 반을 저축하는 것이며 노숙인은 저축한 돈으로 임대 주택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임대주택은 회사측이 국토해양부 산하 주거복지재단에 성실한 판매자를 추천해줌으로써 공급받을 수 있다. 현재까지(2012년 7월 25일 기준) 판매 노숙인 15명이 임대주택에 거주하는 데에 성공했다.

하지만 임대 주택을 얻으려면 평균 9개월에서 1년 동안 빅이슈를 판매해야 한다. 그 기간 동안 판매를 도중에 포기하는 노숙인도 종종 발생한다.

한 노숙인은 음주 충동 때문에 판매를 포기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지하철 2호선 시청역 12번 출구에서 빅이슈를 판매하는 ‘빅판’ 써니 양(52, 별칭)씨가 빅이슈를 팔기 시작한 것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알코올 중독 증상이 있는 양 씨는“음주 충동을 참지 못해 2년 동안 두 번이나 판매를 중단했다”고 말했다. 양 씨에게 술은 괴로운 현실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는 아편 같은 존재였다. 빅이슈 측이 제시한 ‘빅판의 10가지 행동 수칙’에 ‘술을 마시고 빅이슈를 판매하지 않습니다’가 써있을 정도로 노숙인과 술은 떼 놓기 힘든 관계다. 합정역의 빅이슈 판매자 김 씨(52)는 “주변에 술에 중독된 노숙인이 많다”며 “가깝게 지내던 한 노숙인이 술을 많이 마시다가 최근에 숨졌다”고 말했다.

일부 노숙인들을 건강 상의 문제로 판매를 중단하기도 한다. 2호선 홍대입구역 9번 출구의 ‘빅판’ 성 씨(67)는“노숙인들은 피폐한 생활로 몸이 많이 상해 있어서 판매를 계속 하지 못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성 씨는 “나도 나이가 있는데 계속 서서 판매를 하려니 힘들 때도 있다”며 “이럴 때 판매를 계속하기가 힘들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판매를 시작한 지 얼마 안돼 고정 손님이 적은 ‘빅판’에게는 적은 수입도 포기 원인 중 하나다. 합정역 2번 출구에서 잡지를 판매한 지 넉달 째인 김 씨(52)는 “자녀는 많은데 수입이 적어서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빅판들은 하루 평균 20~30권 정도의 잡지를 팔고 수입을 얻는다. 많이 파는 빅판은 약 50권을 팔아 8만원 정도의 수입을 얻는다. 일명 ‘노가다’를 뛰면 얻는 일당이 7만5000원에서 9만원 선이기 때문에 공사장에서 일하는 데에 무리가 없는 노숙인들은 판매를 도중에 그만두고 다른 일을 택하기도 한다.

빅이슈 판매 노숙인들에게 중도 포기 없이 판매를 하기 위해 필요한 점을 묻자 시청역의 양 씨는 “빅판 활동으로 주거 기반을 얻은 후 안정된 직장을 얻고 싶다”며 “시,구청이 노숙인의 직업 교육을 지원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재는 빅이슈 코리아 혼자 노숙인의 직업 교육을 지원하는 상황이다. 양 씨는 “노숙인을 위한 시설을 마련하는 것도 좋지만 생산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홍대입구역에서 빅이슈를 판매하는 성 씨는 “빅이슈 코리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회사에 대한 지원이 곧 노숙인에 대한 지원” 이라고 말했다. 빅이슈코리아 사무실의 환경은 열악하다. 영등포 청과물시장 창고를 개조한 사무실은 비가 올때면 천장에 빗물이 새고, 전력이 약해 전기가 끊기기도 한다. 직원들 급여는 최저임금 수준에도 못 미치는 월 100만원에 불과하다.

합정역에서 만난 판매자 김 씨는 노숙인에 향한 관심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주위에 자살을 시도하거나 실제로 자살한 노숙인들을 보면 외로움에 힘들어 하다가 잘못된 선택을 한다”며 “살가운 한 마디가 큰 힘이 된다”고 덧붙였다.

집으로 돌아가는 퇴근길, 빅이슈를 한 권 사며 노숙인에게 “날이 덥죠?” 이 진부한 한마디라도 건네보는 것이 어떨까. 그들은 한결같이 가뭄에 단비가 내린 듯 산뜻한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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