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력발전소 공사 수주 위해 뭉친 국내 최고 수자원 전문가들, 헬기사고로 끝내 사망

지난 6일 페루에서 실종된 지 사흘 만에 사망이 확인된 한국인 8명은 ‘같은 꿈’을 갖고 있었다. 삼성물산(3명) 한국수자원공사(1명) 한국종합기술(2명) 서영엔지니어링(2명) 출신으로 각각 소속은 달랐지만 해외 물 사업을 개척하겠다는 사명감으로 뭉친 전우였다. 이번 사고로 희생된 김효준(48) 삼성물산 부장은 평소 동료들에게 “물 시장 개척을 위해 반드시 페루 프로젝트를 따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고 한다.

페루에 1조8000억원 규모의 수력발전소를 짓는 이번 프로젝트는 아직 국내 업체의 발길이 미미한 ‘남미 시장’이라는 점과 ‘물산업’ 진출이라는 측면에서 주변의 기대가 컸다. 한국수자원공사와 삼성물산 등은 민ㆍ관 협력으로 페루 수력발전소의 설계와 시공부터 운영, 관리까지 책임지는 이번 사업을 성공시켜 세계 물 시장 개척에 한발 다가서겠다는 의지를 보여왔다.

페루에서 희생된 8명의 한국인은 이를 위해 뭉친 국내 최고의 수자원 전문가들이었다. 삼성물산 개발사업부의 김 부장과 우상대(39) 과장은 파이낸싱을 비롯해 사업 타당성 검토 등 개발과 관련한 큰 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맡았다. 김 부장은 1990년 삼성물산에 입사해 민간 SOC 개발 업무를 전담해왔고, 우 과장은 인도 아프리카 등 신규 사업 발굴을 위해 힘써온 전문가였다. 삼성물산 물환경팀의 유동배(46) 차장은 영주댐, 낙동강 배수문 등의 프로젝트를 맡아온 수자원 설계 업무 전문가였다. 수력발전소의 설계 부분 검토를 맡은 한국종합기술의 전효정(48) 상무와 이형석(43) 부장, 서영엔지니어링의 임해욱(56) 전무와 최영환(49) 전무는 국내 최고의 댐 설계, 도로 분야 전문가들이었다. 전 상무는 가나와 에티오피아에서 수리시설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이 부장 역시 알제리의 고속도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등 해외 사업 진출의 베테랑이었다. 김병달(50) 한국수자원공사 팀장은 1999년부터 중동과 중남미 국가의 SOC 건설을 담당한 댐 전문가로 일해왔다. 수력발전소 부지는 대개 사람의 발길이 닿기 어려운 험한 오지에 있다. 험준한 산악지대로 향하는 이들의 마음이 녹록했겠느냐마는 보다 큰 꿈을 위해 솔선수범했던 자랑스러운 산업역군들이었다.

우리나라의 해외 물산업 진출을 선도하고자 했던 8명의 꿈은 페루에서 잠들었다. 오랜 시간 그들과 같은 꿈을 공유했던 동료들은 이들을 대신해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다시 뛸 것이다.

<이자영 기자> /nointerest@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