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권도경 기자] 그리스 정국이 표류하면서 그리스 리스크가 고조되고 있다. 그리스 총선에서 긴축재정에 반대하는 정당들이 대거 의회에 진입해 연립정부 구성에 실패한 가운데, 제2당이 유럽연합(EU)과 약속한 긴축정책을 폐기하겠다고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 이 와중에 유럽중앙은행(ECB) 측은 긴축 외에는 대안이 없다며 그리스의 유로존(유로화사용 17개국) 탈퇴가능성을 처음으로 언급했다. 유럽 지도자들이 그리스를 압박하고 있으나, 연정이 좌초한 그리스 상황은 녹룩치 않다. 그리스 의회가 다음달 긴축정책을 승인하지 않을 경우, 구제금융이 중단될 수 있기 때문에 국가 부도 가능성은 커지게 된다.
▶ ECB ’그리시트’ 첫 언급=그리스는 다음달 2차 총선을 치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총선에서 연정구성이 실패하면서, 정부 구성 권한이 있는 제2당 극진좌파연합 시리자가 연정 협상에 나섰지만, 정당간 이견이 팽팽해 전망은 밝지 않다. 제2당과 제3당이 연이어 연정구성에 실패하면 그리스 헌법에 따라 2차 총선을 치러야한다. 시리자는 긴축을 거부하는 좌파 진영과 연정 꾸리기에 나선 가운데, 지난 정권이 EU에 약속한 긴축조치는 모두 무효라고 선언해 시장불안감마저 키우고 있다.
이가운데 외르크 아스무센 ECB 집행이사는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을 처음으로 언급했다.
그는 8일(현지시간) 독일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그리스가 유로존에 남기를 원한다면, 합의한 긴축프로그램을 이행하는 것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한다”고 말했다. ECB는 그동안 그리스 국가부도설이 확산될 때에도 유로존 탈퇴설을 공개적으로 부인했다. 아스무센 이사는 “ECB가 그리스의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재협상하리라는 기대를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가 시장이 미치는 파장이 크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의 폴 테일러 최고경영자(CEO)는 8일 “그리스를 유로존에서 퇴출시키더라도 여파는 대응 가능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최근 그리스 국채교환협상이 마무리돼, 유로존 금융권이 보유하고 있는 그리스 채권 규모가 줄었다”며 “유로존에서 탈퇴해도 큰 여파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EU, 긴축 없으면 지원도 없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유럽 지도자들은 그리스가 긴축 이행 약속을 지키라고 압박하고 있다. 독일의 유력 정치인들도 그리스가 2차 구제금융 지원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지원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르틴 슐츠 유럽의회 의장은 8일 “그리스 2차 구제금융 지원을 둘러싼 합의는 준수돼야 한다”며 “재협상을 할 수 있다거나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독일 집권 기독교민주당(CDU)의 연정 파트너 기독교사회당(CSU) 소속의 게르다 하셀펠트 의원도 “그리스 지원은 조건이 충족될 때에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리스 의회가 다음달까지 구제금융의 전제조건인 긴축 조치 70여건을 승인하지 않으면, 2차 구제금융 지원은 당장 중단된다. 그리스 정국 혼란은 긴축 불이행, 구제금융 지원 중단으로 이어져, 디폴트(채무물이행)와 유로존 탈퇴로 귀결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권도경 기자/kong@herald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