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남자와 나쁜 여자에 대한 성적 환상(Le fantasme du vilain (et de la vilaine))
‘히브리스토필리아(hybristophilie)’는 강간, 도둑질, 살인 등 범죄를 저지른 성적 파트너에 대해 억제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한 관심을 드러내는 성적 취향을 의미한다. 클라이드 배로의 여자친구인 보니 파커(Bonnie Parker)는 ‘히브리스토필’이었음에 틀림없다.
그리스어로 ‘hybrizein(누군가를 범하는 행위)’과 ‘phile(사랑하는 자)’을 합성한 단어인 ‘히브리스토필’은 법률적인 동시에 도덕적인 의미에서 무법자에 해당하는 사람들을 사랑의 대상으로 삼는다. 아웃사이더들에 대한 관심이 가장 일반적인 형태지만 이런 취향은 전혀 위험하지 않다.
건달들에 대한 성적 환상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흔히학교에서 소녀들은 매너 좋고 말쑥하며 공부 잘하고 단정한 줄무늬 바지로 질리게 만드는 소년보다는 학급에서 왕따를 당하는 소년에게 더 자주 이끌린다. 악에 대해 매혹을 느끼는 이런 모습은 인간의 본능적 반응과 유사한 부분이 있다.
모험과 동의어이고, 흥분시키고 혼란스럽게 만드는 새로운 발견에 대한 전망을 바로 그러한 악이제공하기 때문이다.
모범생과 거리가 먼 나쁜 남녀들의 성적 매력을 지칭하기 위해 미국에서는 ‘스켈레로필리아(scelerophilie)’란 용어를 쓰기도 한다. 나쁜 성적 취향을 가진 옅은 색 금발머리들, 치명적인 뱀파이어 외양을 한 검붉은 갈색머리들은 양가 출신의 현명한 처녀들보다 훨씬 더 매혹적으로 보인다.
게이 사회에서는 교외지역에서 어슬렁거리는 범죄자모습을 한 불량배 버전이 적지 않은 성공을 거뒀다. 아주 ‘고약한’ 모습을 한 스킨헤드족은 말할 것도 없다. ‘화이트 파워’로 불리는 백색의 닥터마르텐스 부츠, 빡빡 밀어버린 머리, 타투를 전형적인 모습으로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덕적 가치들을 전복시켜 버리는 이런 역할놀이에서는 ‘더러운 입’도 필요하다. 마음에 들려면 망나니를 닮아야 하는 것이다.
수상한 개인들이 구사하는 이런 매혹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을 표할 만하다. 그들은무질서, 곧 자유를 상징한다. 하지만 상상을 뛰어넘을 만큼 아주 비정상적인 부류도존재한다. 오직 실제 범인들에게만 성적으로 이끌리는 여성들, 악명 높은 살인범들에게 사랑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감옥을 뻔질나게 방문하는 여성들이 바로 그들이다.
10명의 여성을 살해했던 공포의 랑드뤼(Landru)는 감옥에서 4000통 이상의 열정적인 편지를 받았는데, 그중 800통이 청혼편지였다. 미국의 연쇄살인범들 역시 무수한 팬레터를 받는다. 그중 일부 살인범은 자신을 존경하는 여성과 진정한 사랑이 담긴 편지를 교환하다가 결혼에 골인하기도 한다.
희대의 살인마였던 찰스 맨슨(Charles Manson)을 열렬히 추종하는 팬들 역시 히브리스토필리아 성향을 지닌 이들이다. 그유명한 ‘허니문 킬러’처럼 살인을 함께 공모하고 저지르는 모든 연인도 그런 부류에포함된다.
폴과 카를라 호몰카(Homolka)는 대표적인 사례다. ‘켄과 바비’라는 별명이 붙은 그들은 젊고 아름답고 금발머리를 한 천박한 인간들이었다. 폴이 강간할 만한 성적 노리개들을 탐할 때면, 카를라는 ‘사랑 때문에’ 그녀들을 폴에게 구해다 준다.
이 캐나다인 커플은 엄연히 결혼했음에도 1987년부터 1990년까지 최소한 20명의 여성을 성폭행했고, 3명의 청소년을 살해했다. 살해당한 사람 중에는 카를라의 여동생도 들어 있었다. 카를라의 행동거지를 설명하기 위해 일부 사람은 그녀가 폴과 함께 있을 때 늘위협을 느끼며 흥분했을 거라는 주장을 내세운다.
그녀에 대해 사람들은 ‘오토어새시노필리아(autoassassinophilie)’라는 개념을 적용시키기도 한다. 살인자의 희생자가 되는 풍경을 상상하면서 성적으로 흥분하는 정서를 뜻하는 말이다. 연쇄살인범을 좋아하다가 경우에 따라 그들과 결혼하는 부류의 여성들이 그에 해당하지 않을까?
<‘히브리스토필’의 일부 사례>
-1974년 : 4명의 어린이를 살해했던 독일의 연쇄살인범 위르겐 바르치는 자신을 돌보던 간호사 지젤라와 결혼했다.
-1996년 10월 3일 : 살인을 저지른 여성 도리언 리오이는 산쿠엔틴 감옥에서 마찬가지로 수감 중이던 리처드 라미레즈와 결혼했다. 감옥에서 두 사람은 모두 사형을 당했다. 하지만 그들이 ‘합방’을 거부했기에 그들의 결혼은 유효하다고 보기 어렵다.
-1997년 1월 31일 : 라일 메넨데즈는 동생 에릭과 공모해 아주 부유했던 부모를 살해하고 안나 에릭손과 결혼했다. 안나는 라일이 수년 전부터 서신을 교환하던 대상이었다. 결혼식은 전화를 이용해 성사됐다. 하지만 안나가 비밀을 캐내면서 그들은 1년후 이혼하게 된다. 라일이 다른 여성들과 편지를 교환하면서 그녀를 속였기 때문이다.
-1999년 6월 16일 : 라일의 동생인 에릭 메넨데즈는 캘리포니아 주의 감옥에서 타미루스 사코만과 결혼했다. 감옥 방문객들이 들르는 면회실에 설치된 전화를 이용해 결혼식은 이뤄졌다.
-2003년 11월 21일 : 이번에도 라일 메넨데즈가 등장한다. 이날 라일은 캘리포니아 주에 소재한 뮬크리크스테이트 감옥에서 레베카 스니드와 결혼했다. 최근 소식에 따르면 그들은 아직도 혼인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쇠창살을 사이에 두고 서로 다른 방 투옥돼 있기는 하지만….
(이미지는 미치광이 영화 ‘배트맨 나이트’의 살인광대 조커) 글=아녜스 지아르(佛칼럼니스트), 번역=이상빈(문학박사ㆍ불문학)
